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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계 넷플릭스’ 노린다… “‘다물어클럽’, 학계 최고 콘텐츠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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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계 넷플릭스’ 노린다… “‘다물어클럽’, 학계 최고 콘텐츠로 승부”

입력
2020.11.03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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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준형 ‘주식회사 알다’ 대표

지난달 8일 시작한 '다물어클럽'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알다의 이준형 대표. 구독 기반 인문ㆍ예술 학습 영상 플랫폼인 '다물어클럽'은 인문학계의 넷플릭스를 지향한다. 서재훈 기자

지난달 8일 시작한 '다물어클럽'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알다의 이준형 대표. 구독 기반 인문ㆍ예술 학습 영상 플랫폼인 '다물어클럽'은 인문학계의 넷플릭스를 지향한다. 서재훈 기자

“기존 학계의 학자들은 방법을 모릅니다. 대중화하겠다는 이들은 재미만 좇아요. 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구 성과가 콘텐츠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그 고민을 한 겁니다.” ‘다물어클럽’ 서비스를 만든 이준형(32) ‘주식회사 알다’ 대표의 설명이다. ‘다물어클럽’은 지난달 8일 시장에 나왔다.

이 세상 모든 지식을 물어보는 대로 다 알려주겠다는 뜻으로 ‘다물어클럽’이라 이름 지었으나, 아직은 미미하다. 강의 50여개에 동영상 300여개 정도다. 하지만 목표는 창대하다. ‘인문학계의 넷플릭스’가 되는 것, 아니 인문학계를 넘어 ‘지식 콘텐츠계의 넷플릭스’가 되는 게 최종 목표다. 그러고 보니 ‘다물어클럽’의 한 달 구독료도 넷플릭스와 비슷한 9,900원이다.

인문학의 대중화ㆍ온라인화는 사실 오래된 주제다. 문사철(文史哲)의 쇠락은 오래된 얘기고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 역시 이미 철 지난 유행어 같은 느낌이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참조한다는 유튜브의 치명적 단점은 ‘오류’다. 그 탈출구로 대중화ㆍ온라인화가 수 차례 거론됐으나 성과가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대표는 “지금 이대로라면 인문학에도, 우리 사회에도 미래가 없다”며 “뭐가 됐든 개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교동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인 이준형 ‘주식회사 알다’ 대표. 서재훈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서교동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인 이준형 ‘주식회사 알다’ 대표. 서재훈 기자

일단 평균 동영상 클립 길이를 “15분 안팎”으로 정했다. “직장인들이 출ㆍ퇴근 시간대에 두어 편 정도 볼 수 있는 영상”을 목표로 했다. 포맷은 스튜디오 집단 토크쇼가 가장 많다. 일방적 강의보다 더 편안한 데다 ‘강연자 개인기’에 덜 의존하게 되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는 대기업이나 재단이 후원하는 학술 강연, 가령 ‘열린연단’이나 ‘플라톤 아카데미’ 등과도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다. “물론 열린연단이나 플라톤 아카데미 같은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아카이브나 자료로서의 가치도 크고요. 하지만 그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 과연 재미있었나, 그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그 틈을 파고든 유료 서비스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과거 입시 교육 분야에서 성공한 최진기 같은 스타 강사들을 기용해 아주 간략하고 쉬운 설명으로 대중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아트앤스터디’ 같은 서비스인데, 이 경우에는 지나치게 비싸다. “연간 회원권이 100만원을 넘는데, 이건 기존 시장을 확대하기보다 기존 인문학 강연 시장에 대한 수요에 편승하려는 전략이라 봐야 해요.”

‘다물어클럽’의 월 구독료가 9,900원으로 책정된 건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현실적 요인이 감안됐다. “올해 초 시장 조사를 해봤는데 월 1만원이 넘어가는 순간 ‘구매 의향’이 확 줄더라고요.” 그래서 당분간은 안착하는 데 목표를 두기로 했다. 일단 한국 고대사 분야에 집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분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기도 하거니와, 어차피 인문학은 모든 분야가 연결되게 마련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다물어클럽’ 소개 영상의 한 장면. 기본적으로 진행자가 강연자와 대화를 나누는 토크 포맷 콘텐츠가 많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다물어클럽’ 소개 영상의 한 장면. 기본적으로 진행자가 강연자와 대화를 나누는 토크 포맷 콘텐츠가 많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넷플릭스 시대에 이런 아이디어, 이 대표만 떠올렸을 리 없다. EBS는 불과 몇 달 전 강연 프로그램 ‘클래스e’를 선보였다. 월 구독료는 ‘다물어클럽’의 절반 수준인 4,900원. 한창 사업을 구상하고 진척시키고 있었을 이 대표로서는 아찔하지 않았을까. “전혀 아니에요. 클래스e도 구독 모델을 택했다 했을 때 저는 환호성을 질렀어요. 지금은 이 시장 자체를 키워야 할 때거든요.” 경쟁은 시장이 커진 뒤의 일이라는 얘기다.

이 대표가 공을 들인 부분은 ‘공신력’이다. 검색해 보면 온갖 정보가 다 떠돌아다니는 인터넷 세상에 ‘다물어클럽’에서 나온 얘긴 믿을 수 있다, 확신을 줘야 한다. 그래서 이 대표의 자랑은 학계의 최신 흐름을 잘 아는 이들을 출연자로 섭외했다는 대목이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아주대 교수, ‘몰입’을 쓴 황농문 서울대 공대 교수, 고대사를 전공한 기경량 가톨릭대 교수 등이다.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 전북대 초빙교수도 ‘다물어클럽’ 강사다. “인문학을 공부한 젊은 사람이 인문학 사업을 하겠다고 돌아다니니까 불쌍해 보여서라도 도와주시나 봐요.” 철학을 전공한 이대표가 웃었다.

구독 기반 인문학 동영상 서비스 ‘다물어클럽’을 출시한 ‘주식회사 알다’ 이준형 대표. 서재훈 기자

구독 기반 인문학 동영상 서비스 ‘다물어클럽’을 출시한 ‘주식회사 알다’ 이준형 대표. 서재훈 기자

출범은 했으나 아직 많이 부족하다. 콘텐츠 양도 늘려가야 하고, 구독자도 더 확보해야 한다. 좀더 데이터가 쌓이면 구독자별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 기능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진짜 넷플릭스가 되고 싶다.

‘인문학계의, 지식콘텐츠계의 넷플릭스’가 된다는 건 결국 “인문학으로 인문학을 살려 내겠다”는 얘기다. 안정적 구독 수입으로 강사에게 비용을 지불하면 그 비용이 연구비로 쓰이고 다시 그 연구 결과가 콘텐츠에 반영되는, 사업과 강단의 선순환이다. “최고 강의에 최대 보상을 줄 수 있는, 그래서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닌 인문학 강단을 떠받치는, 그런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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