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동남권신공항' 18년 잔혹사, '마침표' 찍을 수 있을까?

알림

'동남권신공항' 18년 잔혹사, '마침표' 찍을 수 있을까?

입력
2020.11.18 01:00
2면
0 0


2003년 2월 25일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노무현(왼쪽) 대통령이 취임식장을 떠나며 시민들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제25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왕태석 선임기자

2003년 2월 25일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노무현(왼쪽) 대통령이 취임식장을 떠나며 시민들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제25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왕태석 선임기자


"중앙정부의 결단을 통한 부산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공약)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17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발표문)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검증위)가 김해신공항 추진에 대해 백지화 결론을 내리면서 동남권신공항 부침의 역사가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이 중앙정부의 본격적인 화두로 부상한 것은 2002년 대선 때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날 정부의 백지화 결정 이후 정치권이 방향을 잡고 있는 부산 가덕도가 새로운 입지로 결정된다면 18년 만에 현실화하는 셈이다. 다만 지난 18년간의 흐름을 보면, 신공항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쉽게 꺼냈다가 가볍게 뒤집는 정치공학적 산물이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고 이번 결정 역시 그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대선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 '줄타기'한 MB·박근혜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이슈였다. 특히 이번처럼 각종 선거를 앞두고 지역주민의 지지를 의식해 나타났다가, 지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혀 수정되거나 좌초하기 일쑤였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3번의 정부를 거치며 6번 정부 용역 과제로 검토됐고, 2번이나 백지화됐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정치의 무대에 올린 건 부산을 연고로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부산 지역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인 2006년 12월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에서 "지금까지 비공식으로 검토해왔는데, 이제 공식적으로 검토해 가급적 신속하게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언급한 뒤, 정부 부처에 공식 검토를 지시했다.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노 전 대통령 임기 내에 구체화하지 못한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이후 영남을 기반으로 한 보수 정권으로 넘어오면서 부침이 심해졌다. 대구·경북(TK)을 연고로 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지만,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승리를 위해서는 부산·울산·경남(PK) 민심이 절대적이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구를 찾아 '영남권 신공항'을 공약했던 이 전 대통령은 경남 밀양을 원하는 TK와 부산 가덕도를 원하는 PK 지역 간 갈등 양상이 심해지자, 2011년 신공항 백지화를 선택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략적 모호성'을 지키며 TK와 PK 지역 민심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선택을 뒤집어야 했으나, 그런 결정을 내리기에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신공항 건설'을 8대 핵심 정책 중 하나로 대선 공약에 담으면서도, 밀양이나 가덕도 등 특정 지역을 거론하지 않는 차원에서 정리를 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이후에도 신공항 유치를 둘러산 지역간 갈등이 계속되자, 박근혜 정부는 2016년 프랑스 파리공항 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연구 용역 등을 거쳐 신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가덕도 신공항 되살린 민주당...해피엔딩?

이낙연(앞줄 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 내 북항재개발 홍보관에서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앞줄 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 내 북항재개발 홍보관에서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일단락된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탄핵으로 무너지고,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다시 쟁점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공약에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내걸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공약을 들고 나와 당선되면서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본격적으로 재론되기 시작했다. 같은 민주당 소속 PK 광역단체장인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까지 오 전 시장과 보조를 맞추면서, 같은 해 6월 '동남권 신공항 추진 태스크포스'까지 꾸려졌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총리실 산하에 검증위원회를 설치해 김해신공항 재검토 작업을 공식화했다.

지난 4월 오 전 시장이 직원 성추행으로 사퇴하고,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확정되자, 다급해진 민주당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부산을 찾아 "PK의 희망 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가덕도 신공항 문제 해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와의 협의도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다. 지난 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년 예산에 가덕도 신공항 용역비를 반영하는 데 반대 의견을 내자, 같은 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고 해"라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20년 가깝게 이어진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이번 결정 이후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당장 가덕도 신공항부터 경제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번 결정 번복으로 아무리 중요한 국가사업이라 하더라도 정권이나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점도 두고두고 족쇄가 될 전망이다.





홍인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