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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신공항 백지화...국책 사업 번복 나쁜 선례

입력
2020.11.1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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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법률적 하자 근거로 계획 뒤집어
20년 동남권 신공항 또다시 표류 위기


김수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 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호기자

김수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 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호기자

정부가 김해신공항 사업 추진을 백지화했다. 영남권 5개 지자체장들의 승복 합의를 바탕으로 4년 전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지었던 동남권 신공항 사업 계획이 선거를 앞두고 뒤집힌 것이다. 20년 가까이 끌어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이 또다시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

부산 울산시 경남도 요청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김해신공항 사업 타당성을 검증했던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증위가 지적한 결격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국토교통부가 2년 전 발표했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의 법률적 문제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의 확장성 제약이다. 검증위는 신설 활주로의 장애물인 공항 인근 오봉산, 임호산, 경운산 등을 깎아내거나, 존치시키려면 지자체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이를 고려하지 않은 김해신공항 계획안이 위법하다고 봤다. 또 김해신공항은 관문공항의 요건인 연 최대 3,800만명의 수요를 처리할 수 있으나 활주로 신설 등이 불가능해 확장성이 제약된다고도 지적했다.

검증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이 타당했는지는 의문이다. 항공기 접근성과 같은 공항 입지의 핵심 요소를 직접 지적한 것이 아니라 법 절차상 흠결을 계획 백지화의 주된 근거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기본계획안이 수립된 이후 지자체와 협의해 수정ㆍ보완하며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은데 협의 선행을 전제로 한 점은 무리한 논리다.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가덕도를 밀고 있는 경남도가 협의에 응할 리는 만무하다. 코로나 여파로 항공 수요가 급감하고 있고 영남권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잉 투자가 아닌 확장성 문제를 지적한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검증 자체의 근본적 한계도 있다. 2016년 정부가 프랑스 업체에 용역을 맡겨 신공항 후보지 타당성을 조사했을 때는 김해, 밀양, 가덕도 등을 모두 검증해 상대평가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해공항 확장안 하나만 지목해 ‘답정너’식으로 하자만 지적했다. 당시 김해공항 확장안은 사업비(건설비) 측면에서 다른 후보지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는 등 최적의 후보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가덕도는 최하위였다.

김해신공항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가겠다고 밝혔던 국토부는 자신의 입장을 뒤집어야 하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해신공항이 부적합하다면 동남권 신공항은 다시 수요 산출부터 시작해 후보지 선정·평가, 최종 입지 선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검증은 막대한 경제적ㆍ사회적 비용을 투입해 결론 내린 국책사업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뒤집힌 나쁜 선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역 정치인들은 일시적으로 정치적 이득을 챙기겠지만 정책의 신뢰도 훼손과 이에 따른 지역 갈등 증폭은 두고두고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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