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와 만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다시 소집하기로 했다. 김태년(더불어민주당)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박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파국을 피하고 합의를 통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의 가능성이 열렸다. 여야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번엔 반드시 후보 합의를 이뤄야 한다.
다음 회의 때는 7명의 추천위원 모두 어떻게든 후보를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회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 박 의장이 말한 대로 “상대적으로 능력 있고 결점이 적은 후보를 뽑는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2명의 적임자를 가려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난 회의에서 야당 측 추천위원들은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에게까지 반대 표를 던져 합의를 방해한 책임이 크다. 주 원내대표는 "흔쾌히 동의할 후보가 나올 때까지 추천위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번에도 반대 의사만 고수한다면 시간 끌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여당 측도 추천권자에 얽매이지 말고 적절한 인물에 찬성 표를 던져 6명 동의를 받은 후보가 나오도록 노력해야 한다.
추천위가 또다시 후보를 뽑지 못한다면 정국은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된다. 민주당은 25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는 예정대로 열어 공수처법 개정 논의를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야당에선 장외투쟁까지 거론되고 있다. 예산안, 민생법안 처리 등 국회가 해야 할 과제에 야당이 협조하지 않고 여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어렵사리 개원한 21대 국회는 다시 비정상 상태로 추락하고 여야 관계는 오래도록 경색될 것이다. 야당 측의 비토권을 박탈하는 법 개정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다. 공수처의 중립성을 해쳐 두고두고 논란의 빌미가 될 것이며, 언제 여야가 바뀌어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
공수처는 취지와는 별개로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악용될 가능성이 우려돼 왔다. 공수처장 합의 추천은 이러한 우려를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다. 공수처의 미래가 달려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