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립 위반 근거로 반기문 사례 제시
반, 대선출마 선언 전 "나라에 봉사 고민"
"발언 비슷하다고 징계, 논리적 비약" 지적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비교 사례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 전 총장이 2016년 대선 출마선언 한 달 전에 “내 나라를 위해 어떻게 봉사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윤 총장도 향후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비슷한 언급을 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발언 내용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징계를 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이 작성한 윤 총장 징계 기록에는 각각의 혐의가 왜 문제인지 판단한 근거와 논리가 포함돼 있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하고 징계 처분을 하겠다면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재판부 불법사찰 등 총 6개의 혐의를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 가운데 ‘정치적 중립 위반’ 혐의에 대해 윤 총장이 10월 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이후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 보겠다”고 답변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발언은 사실상 ‘정치 참여 선언’으로 해석됐는데, 그 이후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주자로 계속 거론되는데도 정치적 중립 불신을 해소하려는 적극적·능동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뢰를 상실했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윤 총장 발언을 이 같이 해석한 근거를 징계 기록에 남겼다. 바로 ‘반기문 전 총장의 언급과 이후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 말인 2016년 11월 말 “내 나라를 위해 어떻게 봉사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히고, 한 달 후쯤 실제로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윤 총장 발언도 이와 유사해 사실상 정계 진출을 하겠다는 선언으로 본 것이다.
또, 윤 총장 측에 제공된 법무부 감찰기록에는 윤 총장 발언에 대한 언론 보도 100여건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 의도에 대해 당사자를 직접 조사한 자료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법리를 검토한 보고서는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행보를 윤 총장이 그대로 따른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지금 상황이 반 전 총장 때와는 전혀 달라 징계 사유로 삼기엔 부적절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 전 총장은 ‘봉사 발언’을 한 뒤,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지 않은 2016년 12월 20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는데, 윤 총장은 임기 중에 아직 대선을 포함한 정치 참여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다.
지난 1일 열린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도 정치적 중립 위반 혐의는 징계 근거가 약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감찰위원은 “두 사람의 발언이 비슷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추측하는 건 자유지만, 이를 근거로 검찰총장을 징계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