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의 응시] 김연수 국립대병원협회장 인터뷰
코로나19 감염자가 지난 주말 하루 1,030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국내 코로나 감염증 발병 이후 최대인 급격한 확진자 증가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은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다. 환자가 집중된 수도권은 말할 것 없고 전국적으로 코로나 환자 대응 병상이 포화 상태에 가깝다. 정부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경·중증을 가릴 것 없이 대기 환자는 늘고 있다.
백신 공급 계획까지 발표된 상황에서 벌어진 이 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까. 지역 책임의료기관인 10개 국립대병원이 참여하는 국립대병원협회장을 맡은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을 15일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장실에서 만났다. 김 원장은 지난 7월부터 가동된 서울시재난의료협의체 공동위원장을 맡아 병상 확보 등 서울 지역 코로나 대응에도 긴밀히 간여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다. 해외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국내 접종은 앞으로 몇 달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백신 공급 전까지 국내 코로나 상황이 어떨 것으로 보나.
“감염자 한 명이 새로 감염을 일으키는 사람수를 뜻하는 감염재생산지수가 지난달 중순 1.5~1.6까지 가다가 좀 떨어져 지금은 1.2 수준이다. 이 수치가 유지되면 하루 신규 확진자는 900~1,000명 규모로 나올 것이다. 하지만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거리두기 상향 효과가 금주부터 조금씩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 지역사회에 감염이 퍼져 있어 그래도 500~600명 규모는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라 이동이 늘어나는 설 연휴가 지나고 3월 초 새 학기 시작될 때면 또 한 번의 피크가 올 수 있다. 결국 백신이 문제인데 희망대로 3월부터 일부라도 시작한다면 효과가 5, 6월에는 나타날 수 있다.”
-백신 공급이 다른 나라보다 늦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지금 공급되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mRNA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제조된 백신이다. 개발은 빨랐지만 사용해본 적이 없으니 장기적인 안정성은 담보되어 있지 않다. 백신은 발 빠른 개발 못지 않게 안정성도 중요하다. 최근 정부가 4,4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중 1,000만명 분 선구매 계약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표적인 바이러스 항원을 인체에 해가 없는 다른 바이러스에 실어 투여하는 종래의 방식이어서 mRNA 방식보다 안전하지 않을까라는 시각도 있다.
백신을 어느 정도 규모 인구에 맞히느냐도 중요한데 집단 면역은 60% 이상이어야 하고, 조금 범위를 좁힌다면 고령자나 요양시설 입원자, 의료진 등 고위험군 30% 정도에만 맞혀도 사회적 부담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다. 해외에 비해 접종이 늦은 건 사실이지만 코로나 대응에 실기했다고 볼 건 아니다.”
-코로나 환자 병상 부족이 현실로 닥쳤다. 공공의료만으로는 역부족이어서 정부와 지자체가 상급종합병원 등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안다. 진척이 있나.
“서울은 전체적으로 37개 중환자 병상을 일주일 안에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아직은 위중증환자가 버틸 정도는 된다. 중환자실 확보만큼 중요한 것이 환자들이 상태가 좋아지면 옮겨갈 병상을 갖추는 것이다. 이른바 스텝다운 병원인데, 현재 서울에 있는 민간병원 두 곳을 유치했다. 이를 4곳 정도로 늘리면 기존 중환자실의 효율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번 고비를 넘기더라도 또 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의료시스템 붕괴가 오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코로나 전용 35병상을 확보한 상태에서 인공호흡기를 달 수 있는 중환자 병상을 최초 8개에서 20개로 늘렸다. 2월 중순 이후에 대비해 서초구쪽에 48병상을 만들고, 병원 내에도 교수 연구실을 비우고 고쳐 24병상을 추가할 예정이다. 병상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의료진인데 지금부터 모집, 교육을 해나가면 이번 3차 유행 이후에 오는 중환자 대응은 가능할 것이다.”
-의료 인력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일반병동에서는 간호사 1명이 낮 동안에 12명을 간호하지만 중환자실에서는 2명 보는 것도 벅차다. 게다가 중환자실 간호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별도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몇 개월 전부터 중환자실 전담 간호사 교육을 계속하고 있다. 내년에 취업이 확정된 간호사를 미리 불러도 모자라 과거 중환자실 경력이 있는 간호사 150명을 특별 채용할 방침이다. 당장 필요한 인력은 기존의 응급센터 기능을 3분의 1 정도로 축소하고 남는 인력을 중환자실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지난 2월 대구ㆍ경북 때와 달리 지금은 동시다발로 확산돼 의료진 부족 문제는 지역별로 해결해야 한다. 수도권은 그래도 인력이 있는 편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붕괴될 정도는 아니고 역할 분담을 잘 하면 웬만큼 돌아갈 수 있어 불안한 상황은 아니다.”
-민간병원이 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간병원이 120%를 한다고 할 수 없지만 할 만큼은 하고 있다. 코로나 환자에게 병상을 내주고 필요한 치료나 수술을 하지 못하면 그 환자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병원 소개(疏開) 이야기도 나오는 모양인데 지금은 그렇게 하는 바람에 의료체계가 붕괴될 가능성이 더 크다. 적어도 서울에서는 정부와 병원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다른 지역에서도 시 단위에서 민간병원의 지원이 시작됐다.”
-코로나 이후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부는 최근 중장기 공공의료 확충 계획도 발표했다. 국내 공공의료 실태를 어떻게 평가하나.
“공공의료 투자를 하지 않은 결과로 민간의료 비율이 90%를 넘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지방에 의료원만 늘리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지금도 지방에 이런저런 의료원이 있지만 사람들이 잘 안 간다. 의료에 대한 국민 기대가 크고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의료의 질이 중요한데 지방의료원을 늘린다고 해서 좋은 의사를 유치한다는 보장이 없다.
국립대병원 분원을 확충하고, 중요한 지역 의료원을 그 의료체계에 넣어서 운영해야 한다. 의료원에 보낼 교수와 의사를 국립대병원의 정원을 늘려서 순환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난 여름 공공의대 설립 이슈로 뜨거웠는데 과연 그 지역에 의대가 필요한지 대학병원이 필요한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새로 의대 설립해 의사 양성하려면 20년은 걸리는데, 그 지역 국립대병원 의사를 증원해 보내는 것이 시간도 단축되고 더 신뢰 받지 않겠나.”
-고령화로 의료 부담이 갈수록 커진다. 지금 의료 인력 규모로 감당할 수 있나.
“의료 수요는 2030년이면 지금의 1.8배로 늘어난다. 그런데 의대 정원은 2000년에 연간 3,300명이던 것이 그 해 의약 분업 사태 이후 3,050명 정도로 줄었다. 지금까지 누적으로 보면 6,000명 정도 의사가 덜 배출된 셈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검토해볼만하다. 그를 통해 의사들이 수도권에만 몰려 있는 지역 격차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구고령화로 환자들이 갈수록 병원에 오기 힘들어지니 재택의료도 활성화해야 한다. 의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의료 산업화 현장에도 적절히 투입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 역학조사관이나 보건소, 소방청 등에도 의사 인력이 필요한데 지금은 필요 규모의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군의관 위탁 교육 제도를 모델 삼아 의사 공무원들도 더 양성할 필요가 있다.”
-이번 위기를 넘어서더라도 언제 또 다른 감염병 사태가 닥칠지 모른다. 지금까지 대응을 되짚어 보완할 점이 있다면.
“이번 코로나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을 중간에 넣으면 모자라는 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하고 정확도 높은 상황 예측도 가능하다는 경험을 한 것이 새롭다. 감염 환자의 나이, 초기 발열 상태, 호흡 곤란 정도 등의 데이터가 축적되면 모델 예측이 가능하고, 이런 자료가 수백 수천 명 쌓이면 이 병이 어떻게 가는가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화이자, 모더나는 11개월만에 백신을 만들어 쓰고 있다. 이 개발 플랫폼은 다른 바이러스 감염병에도 똑 같이 적용할 수 있다. 다음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 백신은 6, 7개월만에 나올지도 모른다. 인류가 감염성 질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 의료 수준을 한 단계 성큼 올렸다.
코로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감염병이지만 이런 성과도 있는 만큼 과도하게 불안하거나 공포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 국내는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낮다. 의료시스템만 잘 유지한다면 지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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