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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력 지원한다지만, 현장선 "늦었다…효과는 2주 뒤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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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력 지원한다지만, 현장선 "늦었다…효과는 2주 뒤에야"

입력
2020.12.19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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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 앞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 앞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저희는 지원 받은 인력이 없어요. 내부 공사까지 해서 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늘리려고 하는데, 정작 병상에 환자가 와도 치료할 사람이 없는 거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을 운영 중인 명지병원의 한 의사는 "인력을 지원해주면 중환자 병상을 더 늘리겠다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요청했는데, 아직 응답이 없다"며 "2주 전부터 중환자실이 꽉 찼고, 의사도 간호사도 너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중환자 전담병상(30개)을 운영 중인 국립중앙의료원도 사정이 비슷하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당직을 계속 돌리다 보니 의사들이 너무 지쳐서 최근에 군의관 3명을 어렵게 지원받았다"며 "간호사들도 지원을 받긴 했는데, 병원 시스템에 적응하려면 1~2주는 교육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사 1000명·간호사 2000명 '코로나 지원'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의료 인력 부족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급히 지원자를 모집해 의료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급증하는 확진자 수를 따라가기 턱없이 부족한 규모인 데다 숙련된 자원이 많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이 모자라 자택 대기 중 숨지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 지난 13일 이후 현재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4명이 숨졌다. 정부는 부랴부랴 중환자 병상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아무리 병상을 늘려도 실제 병상을 가동할 의료 인력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가 구성한 재난의료지원팀에 전국에서 1,000여명의 의사들이 자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과대학 4학년으로 구성된 '전국의대봉사단'도 이날부터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체 채취 인력 등으로 자원 활동에 나선다. 이달 10일부터 지원자 모집을 시작한 대한간호협회도 2,443명에 달하는 간호사를 확보한 상태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모집된 자원들을 현장 요청에 따라 적절하게 배분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력-병원 '매칭'에만 수주일 걸릴 듯"

문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확진자 수가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병상을 배정받지 못하고 하루 이상 대기하고 있는 환자가 18일 기준 수도권에 496명이다. 현장에선 기초역학조사서를 작성할 사람도 모자라고, 병상이 있어도 인력이 부족해 활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방지환 서울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실 의사들이 하루 2~3시간씩 자면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줄지어 코로나19 현장 파견에 자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의료 체계에 아직 여력이 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인력 대책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투입하려는 인력이 실질적으로 치료 현장에 기여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서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지금은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수도권 전반에서 나오고 있어 어느 곳에 인력을 보낼지 결정하는 문제부터 간단치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원자들이 할 수 있는 진료와 원하는 근무 시간 등을 확인해 분류하는 행정적인 작업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파견 효과는 최소 1, 2주일 후에나 기대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견보다 기존 인력에 보상 강화할 필요"

상황이 가장 심각한 중환자 담당 인력은 파견으로 충원하는 게 현실적으로 더 어려울 거란 시각도 많다.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대형병원 중환자실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인데, 국내엔 이런 인력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주 실장은 "특히 간호사는 중환자 1명당 최소 5~7명이 필요한데, 과거 경험이 있다고 해도 그 사이 바뀐 시스템이 많아 1~2주 교육은 필수"라고 했다.

정부가 파견 인원을 모집하는 것보다 병원의 기존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그래서 나온다. 한만호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파견 인력은 의료 정보 접근이 제한되는 등 실제로 현장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며 "병원 자체 인력을 코로나 업무에 더 많이 투입할 수 있도록 확실한 유인책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도 "음압시설을 갖춘 중환자 병상을 하나 만드는데 1주일이 걸린다면, 중환자실 경험이 없는 간호인력을 교육하는 데는 못해도 3~4주가 걸린다"며 "새로운 사람을 받아 교육시켜 활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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