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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해보니 "1.5 단계 때 3단계 올렸다면 효과 봤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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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해보니 "1.5 단계 때 3단계 올렸다면 효과 봤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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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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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8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천62명 늘어 누적 4만7천515명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8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천62명 늘어 누적 4만7천515명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사회·경제적 파장을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머뭇거리고 있는 가운데 감염자가 늘수록 거리두기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 거리두기 조치는 감염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초기에 신속하게 이뤄져야 감염병 확산이 억제된다는 사실이 물리학적으로 입증됐다.

강병남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진은 학계에서 널리 쓰이는 통계물리 프로그램을 이용해 감염자 비율과 거리두기 사이의 관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진은 전염병이 유행하는 사회에 소속된 개인을 점(노드)으로, 개인과 개인이 오프라인에서 연결된 것을 선(링크)으로 표현했다. 특정 두 점이 링크로 이어지면 두 사람이 일상적으로 만난다는 의미고, 이 링크가 끊어지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영향으로 만남을 중단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설정한 뒤 연구진은 전염병이 유행하기 시작한 지 30일째에 무작위로 일정 비율의 링크를 끊고 60일 뒤 다시 연결하며 누적 확진자 수 변화를 비교했다. 약 한 달 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다고 가정한 셈이다.

그랬더니 끊긴 링크가 전체의 50% 미만일 땐 30~60일 사이에도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반면 90%의 링크를 단절하자 누적 확진자 수는 거의 제자리 수준을 유지했다. 거리두기를 지키는 개인이 많을수록 전염병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정부가 많은 국민들의 거리두기 참여를 호소하는 이유도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셈이다. 거리두기 조치가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준수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 중인 17일 점심시간대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 중인 17일 점심시간대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연구진은 전염병이 유행하기 시작한 직후 0.5, 1.0, 2.0, 4.0, 8.0%의 개인이 감염된 상태에서 각각 60일 동안 사회의 70%가 거리두기에 참여할(링크의 70%를 단절) 경우 확진자 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시뮬레이션 해봤다. 그 결과 초기 감염자 비율이 높을수록 확진자 발생이 억제되는 정도가 덜 나타났다. 이미 감염된 사람이 0.5%라고 가정했을 땐 링크가 회복되기 전까지 누적 확진자 수가 제자리걸음이었지만, 8.0%일 땐 거리두기 효과가 거의 없이 확진이 급증했다. 이미 감염된 사람이 크게 늘어난 뒤에는 같은 강도의 거리두기를 시행해도 초기 감염자가 적을 때보다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통계물리학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연구를 총괄한 강 교수는 “감염자가 적었던 1.5단계에서 거리두기 조치를 조정할 때 과감하게 3단계로 올렸다면 효과가 컸을 것”이라며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주저하다가 사회 전체 감염 비율이 높아진 후 뒤늦게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한다면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리두기 격상 시기를 늦추는 게 어쩌면 방역과 경제를 모두 놓치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고 강 교수는 덧붙였다.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연구진은 노드는 2만개, 링크는 노드 하나당 10개로 설정했다. 한 사람이 평균 10명과 연결돼 있다고 가정한 것이다. 확진자 한 사람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와 유사한 3.3으로 설정한 뒤 시간의 흐름과 링크 수 등에 따라 변동되도록 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한국물리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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