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24일(현지시간) 47년간 이어온 동거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유럽 전체가 갑자기 바빠졌다. 영국은 사용하지 않는 공항 활주로까지 화물트럭 주차장으로 바꾸며 교통정체 대비에 나섰고, 유럽 각국도 세관 공무원을 늘리거나 기반 시설 마련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모두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파장을 줄이고 연착륙을 꾀하려는 노력들이다.
英 "물류 지연 막아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도버 해협과 맞닿은 영국 남동부 켄트주(州)에서 한창인 초대형 주차장 건설 소식을 전했다. 켄트는 영국에서 유럽 대륙과 가장 가까운 곳이자 물류 이동의 허브다. 도버항에서 30㎞ 남짓 떨어진 세빙턴의 농지와 맨스턴공항의 사용하지 않는 활주로도 대기 중인 대형 화물트럭을 수용하는 임시 주차장으로 변신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브렉시트로 영국이 EU 단일시장을 떠나면서 국경 지역 물류 지연사태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EU는 영국 전체 수출의 43%를 차지하는데, 영국 도버항은 영국 교역 물동량의 17%를 소화한다. 프랑스 칼레와 도버항을 오가는 화물트럭은 하루 평균 7,000대 정도다. 지금까지는 양측을 오갈 때 별도의 세관 서류 작업이 필요 없었지만 내달부터는 세관신고와 안전확인 과정 등 수속이 복잡해진다. 결국 국경 통과 속도가 느려지면서 대기행렬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 임시방편으로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다. 화물 통관회사 WM인터내셔널의 미할 지에라트 전무는 WSJ에 “100명 중 한 명이라도 정확한 서류 없이 도버항에 도착할 경우 나머지 99명은 계속 기다려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의약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교통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적은 영국 항구 8곳에 매주 3,000대 이상의 트럭을 운송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화물트럭이 EU 국가를 오가는 시간이 길어지면 백신뿐 아니라 신선 식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만큼 부작용 최소화에 나선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변종 유입을 막기 위해 프랑스가 영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하면서 수천 대의 화물 트럭 발이 묶이고 유통체계가 엉망이 됐는데,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EU 세관 공무원 충원, 과태료 면제
EU쪽 사정도 다르진 않다. 유럽 최대 항구인 로테르담 항만청은 트럭 운전사들이 통관 서류를 적절하게 갖추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수백 대 주차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통관 절차가 터미널 안팎의 혼잡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930명의 세관 직원을 추가로 고용하고, 국경 경찰과 식품 안전기관의 검역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도 세관공무원 270명 등 680명을 충원해 ‘포스트 브렉시트’ 준비에 들어갔다. 또 국경 통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새 기반시설 마련에 4,000만유로(538억원)를 투자했고 조만간 3,000만유로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북부 오드프랑스 지역 브렉시트 책임자인 폴 프랑수아 쉬라는 “당국은 칼레와 됭케르크 항구가 브렉시트 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상당한 금액을 지출했다”고 말했다.
벨기에 역시 전체의 10% 수준에 해당하는 386명의 세관 공무원과 법 집행 공무원을 추가로 고용해 교육 중이다. 또 영국과의 교역이 주요 사업인 지브루게 항구 직원도 두 배로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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