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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도 커트라인도 엄두 안 나 "청약통장은 그냥 저축용"

입력
2021.01.04 22: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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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집도 없는 2030, 집만 있는 6070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금수저' 전용

편집자주

2030·6070세대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청년·노년을 사는 첫 세대다. 일자리·주거·복지에서 소외를 겪으면서도 ‘싸가지’와 ‘꼰대’라는 지적만 받을 뿐, 주류인 4050세대에 치여 주변부로 내밀린다. 세대간 공정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작은 외침이다.

지난해 12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의 모습.

지난해 12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의 모습.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주택청약통장에 매월 10만원씩을 붓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 통장을 '청약통장'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반 적금보다 약간 이율이 높은 '저축 통장'일 뿐.

"처음에 통장 만들 땐 언젠가 아파트를 살 때가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었어요. 그런데 좀 알아보니까 제 상황에서 청약은 꿈도 꿀 수 없는 거란 걸 알게 됐죠." 박씨는 왜 청약통장에 걸었던 희망을 버릴 수밖에 없었을까.

요즘 나오는 아파트 청약 조건을 보면, 박씨같은 청년들은 도무지 당첨을 노릴 수 없다. 서울의 어느 아파트 단지는 공공택지인데도 전용면적 85㎡ 분양가가 7억원이 넘었고, 그 큰 돈을 내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며 경쟁률은 수백대 1에 달했다. 당첨에 필요한 커트라인(민간분양은 청약가점, 공공분양은 납입인정액)은 20대나 30대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달성하지 못할 수준까지 치솟았다.

민간분양은 무주택 기간, 통장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를 기준으로 가점을 매기는데, 요즘 수도권 웬만한 인기 단지는 60점대 중후반에서 커트라인이 나온다. 부부와 두 자녀로 이뤄진 4인 가족 세대주가 40대 중후반 나이가 되어야 가능한 점수다. 공공분양은 더 어렵다. 한 달에 인정되는 최대 납입액은 10만원인데, 요즘 공공분양 커트라인은 2,000만원을 넘는다. 매달 넣어도 16년 8개월이 걸리는 액수다.

결혼한 청년을 위한 특별공급(특공) 제도가 있지만, 이 조건을 맞추기도 쉽지는 않다. 신혼부부 특공 소득기준은 외벌이 세전 월 555만원, 맞벌이 부부(합산 소득)는 월 667만원이 넘으면 안 된다.

그래서 부부 모두 안정적 직장을 가진 경우라면 소득기준에서부터 탈락이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신혼부부 특공은 애매하게 소득 많은 부부에게 매우 불리한 구조"라고 말한다. 소득이 적으면서 높은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가능한 제도인 셈. '금수저 백수'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특공 조건을 못 채운 A(33)씨는 결혼을 준비하며 매일 한숨을 쉬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괜찮은 직장을 얻었는데, 남편과 소득을 합치면 청약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A씨는 "더 화나는 건 소득 기준을 맞추기 위해 부부 중 한 명, 특히 여성이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라며 "맞벌이로 버는 돈보다 집 팔 때 얻는 시세차익이 훨씬 많아, 차라리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는 게 낫도록 만든 이상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신혼부부 특공 소득요건을 722만원(맞벌이 778만원)으로 완화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떨어진다. 전체 특공 중 70%에는 여전히 예전 소득기준이 적용되고, 나머지 30%에서만 특공 탈락자와 완화된 소득기준에 들어가는 이들이 다시 경합해야 한다. 완화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당수 2030 세대는 신혼부부 특공이 금수저들의 '부 대물림' 수단으로 활용되는 상황은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혼부부 특공 청약을 계획한 직장인 김모씨는 "부모 재산이 이전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면 신혼부부 특공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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