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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금수저 천서진까지... '김순옥 월드' 악녀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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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금수저 천서진까지... '김순옥 월드' 악녀는 달랐다

입력
2021.01.07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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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희대의 악녀 천서진을 맡은 배우 김소연이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다. 악한 캐릭터를 잘 구축하기로 정평난 김순옥 작가의 악녀 계보를 이었다는 평가다. SBS 제공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희대의 악녀 천서진을 맡은 배우 김소연이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다. 악한 캐릭터를 잘 구축하기로 정평난 김순옥 작가의 악녀 계보를 이었다는 평가다. SBS 제공


"연기에 설득당했다."

SBS '펜트하우스' 속 희대의 악녀 천서진을 연기한 배우 김소연에 대한 시청자들의 주된 반응이다. 고등학교 시절 라이벌인 오윤희(유진)의 목을 트로피로 긋고 자작극으로 뒤집어씌우더니 쓰러진 아버지마저 팽개치고 도망쳐 숨지게 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악행을 벌이는 인물인데도 "불쌍하다" "감정이입을 부른다"는 반응까지 따랐다. 악한 캐릭터를 잘 쌓아올리는 김순옥 작가의 특장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 덕분이다.

'김순옥 월드'에선 빠지지 않는 악녀의 활약으로 '펜트하우스'는 5일 28.8% 시청률을 기록하고 시즌1의 막을 내렸다. 폭력적 장면 묘사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정제재를 받고, 방영 내내 막장 드라마 논란을 빚으면서도 지난해 SBS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낭만닥터 김사부2(27.1%)'를 넘어섰다.

김순옥 월드 속 악녀는 뭐가 달라도 달라

극중 천서진은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SBS 제공

극중 천서진은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SBS 제공

김순옥 드라마는 악을 철저히 응징하는 선의 복수가 뼈대다. 욕하면서도 보게 만드는 악녀의 존재는 필수다. 그의 대표작 SBS '아내의 유혹(2008~2009)' 속 신애리(김서형), MBC '왔다! 장보리(2014)'의 연민정(이유리)이 대표적이다. 이 악녀 계보를 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천서진까지. 저마다 악역의 새로운 본보기를 제시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김순옥의 악녀는 단순히 '악녀'라는 역할로 주인공을 괴롭히는데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 본성에 내재된 악마적 속성을 잘 짚어낸다"는 게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의 분석이다. 악행을 저지르게 되는 동기인 전사(前史)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를테면 천서진의 경우 자식을 성공의 도구로만 여기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성장 과정과 사랑 없는 남편과의 관계 등에서의 결핍과 집착으로 항상 불안한 존재다. 윤 교수는 "전사가 제대로 구축됐기 때문에 천서진을 욕하면서도 '나라도 저 상황에선 저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에 안타까움도 같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천서진이 가장 설득력 있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흙수저인 오윤희가 대중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이유 역시 전사가 충분치 못한 탓이다. 윤 교수는 "천서진 때문에 성악가로서 장래와 연인까지 빼앗긴 오윤희에겐 더 센 전사가 있다. 생존을 위해 결국 천서진의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전제다. 그런데 더 센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딸의 성공만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됐다는 것이다.

'악녀' 천서진에 찬사 보내는 이유는

'펜트하우스'는 악녀가 될 수밖에 없던 심수련(왼쪽부터·이지아), 오윤희(유진), 천서진(김소연).의 일그러진 욕망을 그린다. SBS 제공

'펜트하우스'는 악녀가 될 수밖에 없던 심수련(왼쪽부터·이지아), 오윤희(유진), 천서진(김소연).의 일그러진 욕망을 그린다. SBS 제공

악역도 연기력은 필수다. '펜트하우스'는 천서진과 심수련(이지아), 오윤희를 주축으로 한 여성 중심 서사로 흘러간다. 모든 연기자가 제몫을 해내는 가운데 드라마 후반부에 들어 김소연의 연기가 튀었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두고 도망친 후 피아노를 연주하는 15회 마지막 장면의 광기어린 연기는 즉각 "연기대상감"이란 호평을 받았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강한 캐릭터일수록 악만 쓰고 표정만 짓는다고 될 게 아니라 내면의 감정을 표출해줘야 하기 때문에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김소연의 연기는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더 센' 악녀의 등장에 대중 역시 호응했다. 기존 김순옥 드라마가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했다면 '펜트하우스'는 모두가 악하다고 할 정도로 더 자극적이다. 공 평론가는 "'펜트하우스'에는 다들 자기 욕망에만 충실한 채 누가 더 잘 구현하느냐만 남았을 뿐 착한 사람이 없다"며 "코로나 시대 대중의 마음이 편치 않다 보니 그 악을 보면서 대리만족하는 측면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세상이 더 팍팍해진 탓일까. 욕망의 크기는 더 커졌다. 공 평론가는 "김순옥의 악녀는 주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차고 올라오는 출세 지향의 캐릭터였다면 금수저 천서진은 다 가졌는데 더 갖고 싶어하는, 욕망의 크기가 훨씬 커진 악녀"라고 짚었다.

'펜트하우스'는 12부작씩 편성된 시즌2와 3로 다시 돌아온다. 현재 촬영 중인 시즌2는 다음달 금토드라마로 전파를 탈 예정이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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