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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비트코인·13년 전 집값 과열... '거품 붕괴' 악몽 재연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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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비트코인·13년 전 집값 과열... '거품 붕괴' 악몽 재연될라

입력
2021.01.10 21: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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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하우스 푸어' 과거와 다르다?… 거품 붕괴의 쓰라린 교훈

최근 주식, 부동산을 가리지 않는 자산가격 급등의 이면에는 '이제라도 투자해 남들처럼 돈을 벌어보겠다'는 대중의 투자 유행 심리가 깔려 있다. 하지만 과거 우리 사회가 겪었던 '거품 붕괴'의 쓰린 경험은 이같은 유행 심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준다.

"동생 돈까지 1억6000만원 날려"… 비트코인 흑역사

2017~18년 비트코인 가격 등락. 그래픽=강준구 기자

2017~18년 비트코인 가격 등락. 그래픽=강준구 기자

직장인 이모(32)씨는 아직도 3년 전만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끌어모은 1억6,000만원이 신기루처럼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날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시작은 100만원이었다. 2017년 7월, 주변에서 친구 몇 명이 짧은 기간에 수백만원을 벌었다는 소문과 함께 '비트코인'이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호기심에 100만원어치를 사두고 잊고 지내다, 11월쯤 뉴스에서 다시 비트코인 소리를 들은 후 앱을 열어보니 투자금은 150만원이 돼 있었다. '1,000만원을 넣었더라면'이라는 후회가 가슴을 쳤다. 그 길로 가지고 있던 여윳돈을 모두 투자하면서 비트코인 광풍에 올라탔다.

3,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본격적으로 시작한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는 기세 좋게 올라갔다. 12월엔 개당 2,500만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원금 3,000만원은 6,000만원이 되고 곧 1억원선을 넘봤다.

이씨는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부모님을 설득해 실탄을 더 보충하고,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동생이 모아뒀던 돈까지 모두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빚투'까지 감행했다. 한 달간 천정부지로 치솟는 비트코인 가격을 보면서 이씨의 마음은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달콤함은 터무니없이 짧았다. 2018년 1월 초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고려" 발언이 나오자마자 비트코인 가격은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6일 개당 가격이 2,600만원에 근접했던 비트코인이 800만원대까지 내려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한 달. '설마'하는 마음에 반등을 기다리며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았던 이씨는 비트코인 가격이 바닥을 찍고서야 코인 판에서 떠났다. 이미 온 가족의 돈 1억6,000만원을 잃은 뒤였다.

이씨는 "지금 비트코인 상승세가 '그 때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겪었던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가상화폐 판은 다시 쳐다보기도 힘들다"며 "폭등하는 만큼 언제든 폭락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개개인이 각별히 조심하면서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한때 한국경제 뒤흔들던 하우스 푸어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 정보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에서 최근까지도 신고가 거래가 잇따라 신고되고 있다. 사진은 1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 정보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에서 최근까지도 신고가 거래가 잇따라 신고되고 있다. 사진은 1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이모씨는 2008년 5월 저축은행에서 10억7,500만원을 대출받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전용면적 164㎡ 아파트를 장만했다. 하지만 직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은 급락했다. 이씨는 한동안 담보대출 이자와 생활비 등을 카드로 돌려막으며 버텼으나 연체액은 2,000만원을 넘어섰다. 결국 이씨는 집을 경매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한국일보 2012년 7월 3일자)

무리한 대출로 집을 구매했다가 가격이 폭락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된 이른바 '하우스 푸어'는 2010년대 초반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였다. 일각에서는 최근 무리하게 빚을 끌어 주택을 구매한 2030세대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한다.

하우스 푸어는 집값 과열로 양산됐다. 특히 초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타격이 상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09년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전년 대비 6.36% 상승했으나, 바로 다음 해인 2010년에는 되레 1.74% 하락했다. 한때 12.09%(2012년) 폭락했던 강남구 집값은 2014년 들어서야 반등에 성공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당시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린다. 당시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했던 A씨는 "2007년 26억5,000만원에도 매매됐던 '레이크팰리스' 전용면적 135.82㎡이 6년 만에 절반 가격도 못 미치는 12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을 보면 기시감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같은 우려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저금리와 전세난 등 집값 상승 요인이 여전해서다. 무엇보다 정부가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담보인정비율(LTV)을 제한했다.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31)씨는 "주택 대금의 40%는 주택담보대출로 채우고, 1금융권과 새마을금고에서 부부 합산으로 총 5억원을 신용대출 받으면 여전히 시세 9억원짜리 아파트 마련이 가능하다"며 "회사 팀원 20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하반기 집을 마련했다"고 귀띔했다.

곽주현 기자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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