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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를 아느냐' 두고 감정싸움 번지는 국민의힘 vs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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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를 아느냐' 두고 감정싸움 번지는 국민의힘 vs 국민의당

입력
2021.01.16 20:00
수정
2021.01.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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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안철수에 대해 뭘 아느냐'로 신경전?
연 이은 국민의힘 공세에 반격 나선 국민의당?
"安 한계 바뀌지 않아" vs "제 1야당의 구태 정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서울시 부동산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서울시 부동산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 그럴까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둘러싼 안 대표의 옛 식구와 현 식구 간 싸움이 점입가경입니다. 싸움의 주제가 '네가 안철수를 아느냐'라는 게 독특한 점인데요. 자신들이 더 안 대표를 잘 안다고 다투고 있습니다.

한때 안 대표와 한솥밥을 먹던 사이인 옛 식구들은 자신들을 '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 이른바 '안잘알'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은 안 대표의 과거 정치 행적을 들춰내며 안 대표가 야권의 대표인사가 돼선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칩니다. 이들이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란 표현을 꼭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안잘알들이 안 대표에게 끊임없이 공격을 가하자 안 대표와 국민의당을 이끌고 있는 현 식구들이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안잘알들에게 '안철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이른바 '안알못'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안 대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도 안 되는 비방과 흑색선전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죠.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 등 줄줄이 이어진 선거에서 모두 패했던 야권이기에 이번 보궐선거만큼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죠.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왜 이렇게 싸우는 걸까요. 이유는 이들의 발언에 다 담겨 있습니다.


"안잘알? 버릇 또 도졌다" 반격한 권은희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잘알들에게 안알못이란 프레임을 안겨 준 것은 국민의당 원내대표인 권은희 의원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국민의당으로, 국민의당에서 바른미래당으로, 그리고 현 국민의당까지 안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때마다 안 대표와 늘 함께 했던 정치인이죠.

권 의원은 1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알못들을 공격했는데요. 첫 메시지부터 셌습니다. "안잘알이라고 자처하는 그분의 제 버릇이 또 도졌다"며 정치적 현안이 터질 때마다 편가르기를 하며 공격만 일삼는 세력으로 깎아내렸습니다. 물론 장진영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을 콕 집어 얘기하긴 했습니다.

권 의원은 "그분(장 위원장)이 과거에는 유모닝(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을 자주 비판했다는 의미)을 했다"며 "사실은 (이들은) 안잘알이라고 할 수 없고 안잘알을 자처하는 그 장진영 변호사의 말을 인용하고 거기에 편승하시는 분들이 또 몇 분 계신다"고 했습니다.

권 의원은 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가해 기업 관련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고, 또 정인이 살인 혐의로 1심 재판이 시작되는 상황"이라며 국민이 사건 사고로 힘들어하는 시기에 굳이 진흙탕 싸움을 벌여야겠냐고 따졌습니다. 안 대표를 공격하는 인사들 모두 국민을 고려하지 않는 자신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비꼰 셈입니다.


이태규 "같은 야권 유력 후보 비난은 있을 수 없는 일"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규 사무총장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규 사무총장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 의원은 안잘알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거론했습니다. 그는 김 위원장을 '구태 정치'라고 표현하며 이러한 김종인표 구태 정치를 바꿀 사람이 안 대표라고 주장했습니다.

권 의원은 "김 위원장이 했던 정치 문화는 사실 안 대표가 바꾸려고 하는 것"이라며 "안 대표가 그 부분(김 위원장의 정치 방식)에 익숙해지거나 동일화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변화를 시켜야 된다는 인식이 있다"고 했습니다.

권 의원이 김 위원장과 장 위원장, 그리고 다른 안잘알들을 싸잡아 비판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기 전날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포문을 열었죠.

이 사무총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의 가짜뉴스나 흑색선전, 양념 폭탄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지만, 여당도 아닌 야당에서 같은 야권의 유력 후보를 비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제 1야당의 행태를 보면 실망스럽다. 도대체 무슨 정치를 이렇게 하나"라고 국민의힘에 날을 세웠습니다.


장진영 "安 겪은 대다수 등 돌렸다" 비판에 '좋아요' 누른 김종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국민의당이 야권 연대로 함께 손을 잡아야 할 국민의힘을 힘껏 비판하는 건 국민의힘 내부 안잘알들 때문입니다. 안잘알 중 안 대표를 가장 강하게 비판한 건 장 위원장인데요. 2017년 8월 옛 국민의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며 안 대표와 함께 지도부 일원으로 당을 이끌었죠.

장 위원장은 안 대표에 대해 과거 국민의당 시절 그가 보였던 정치적 리더십의 한계를 비판했습니다. 그는 앞서 8일부터 13일까지 '안철수가 변했을까' 제목의 글을 잇따라 올렸습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과정을 적으며 제 3지대가 몰락하게 된 책임이 안 대표에게 있다고 했는데요. 그러나 정작 안 대표는 이에 대한 반성이나 진지한 성찰을 하지 않았다고 했죠.

장 위원장은 또 2017년 대선 TV토론을 예로 들며 안 대표가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특유의 부자연스러운 표정과 행동을 보인다고 했는데요. 정치권 일부에서 최근 김 위원장의 안부를 묻는 등 안 대표가 한층 여유로워졌다는 해석이 나오자 이를 반박하며 한 말입니다.

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치른 대가면 충분하다"며 "먼저 겪어 본 사람들 대다수가 그의 곁을 떠났다면, 단순히 떠난 정도가 아니라 등을 돌렸다면 이유를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 위원장의 이 같은 글에 김 위원장과 이상돈 전 의원이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시했는데요. 안 대표를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안잘알의 한 사람으로서 '안 대표는 안 바뀐다'는 표현을 드러낸 겁니다.


安 비판에 앞장서는 바른미래당 출신 인사들

지난해 4월 20일 이준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국회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4월 20일 이준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국회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안 대표와 경쟁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안 대표의 행보는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며 "(안 대표는 과거 정치) 패턴을 결국 단일화 과정에서 그대로 하지 않을까 싶다"고 혹평했죠.

이 전 최고위원은 2018년 바른미래당에서 안 대표와 함께 중도보수 재건 작업을 했습니다. 그는 또 안 대표와 함께 일해 보지 않은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이 안 대표의 상징성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연대와 합당을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한 번 다들 겪어보면 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바른미래당 창당 작업에 참여했던 지상욱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도 안 대표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그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주는 안철수를 중심으로 돈다?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예전 민주당 시절에는 그렇게 보수에게 나라 못 맡긴다고 독기 서리게 발언하더니 지금은 거꾸로다. 이 기적의 논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느냐)"라고 일갈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이후 야권 재편도 넘보나

2017년 4월 27일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전격 회동한 뒤 각각 호텔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4월 27일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전격 회동한 뒤 각각 호텔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어쨌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세력은 싸우고 있지만,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다가올수록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야권이 분열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해지는 건 물론, 1년 뒤인 2022년 3월에 있을 차기 대선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겠죠. 야권이 어떻게든 이번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양쪽 모두 상대를 향해 '왜 네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느냐'는 말을 하고 있죠. 단순한 신경전을 넘어 감정 싸움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감정이 나빠지면 손을 잡더라도 잡은 것 같지 않은 이상한 그림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과거 2012년 대선 때 안 대표와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야권 단일화를 이뤘는데요. 막판 감정싸움이 격해져 안 대표가 중도 포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안 대표는 유세 현장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단일화 효과는 확 떨어졌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일부에선 보궐선거 이후 벌어질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고 봅니다. 안 대표로 단일화가 이뤄져 서울시장에서 당선될 경우 야권 내 국민의당 영향력이 몰라보게 커질 수 있습니다.

의석을 102석 가진 국민의힘 입장에선 자칫 3석 밖에 없는 국민의당의 입지를 키워줄 수 있기에 이를 견제하는 것이고요. 김 위원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야권 후보가 난립한 3자, 4자 구도로 치를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안 대표에게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당은 안잘알, 국민의힘 인사들을 깎아내리면서도 "야권 단일화가 깨지는 일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현재 안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중 선두를 달리면서 야권 단일화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단일화 얘기가 나올수록 안 대표의 존재감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안 대표는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아 직접 검체를 채취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 자원봉사를 벌였는데요.

그는 '안잘알들이 자신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넘겼습니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안 대표의 속내는 무엇일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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