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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춤' 추는 정우성이라니... 주연 배우 교체 진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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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춤' 추는 정우성이라니... 주연 배우 교체 진통사

입력
2021.01.17 17:38
수정
2021.01.17 20:5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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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배성우 대타로 SBS '날아라 개천용' 파격 등장?
"애썼다"는 반응 속 "몰입 안 돼" 지적도

배우 정우성이 지난 15일 방송된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박삼식 기자 역으로 처음 등장했다. 정우성은 같은 소속사 배우인 배성우가 음주운전으로 입건돼 드라마에서 하차해 '대타'로 극 후반 새로 투입됐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배우 정우성이 지난 15일 방송된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박삼식 기자 역으로 처음 등장했다. 정우성은 같은 소속사 배우인 배성우가 음주운전으로 입건돼 드라마에서 하차해 '대타'로 극 후반 새로 투입됐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군살 없는 몸매. 언뜻 보면 '훈남'인데 하는 짓은 지지리 궁상이다. 후배가 빤히 보고 있는데 텁수룩한 머리로 소파에 누워 엉덩이를 긁는가 하면 코도 주저 없이 후빈다.

"흥분 안 되게 생겼니?" 사내는 좋은 소식을 접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막춤'을 춘다. 망가짐에 태연자약한 그의 지질함은 도통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얼굴이 상당히 좋아졌네?" 능청 등장

배우 정우성이 지난 15일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 추레한 모습으로 깜짝 출연했다. 배성우가 음주운전으로 입건돼 지난달 11일 드라마에서 하차, 그의 '대타'로 나선 뒤 한 달여 만의 등장이다. 정우성은 배성우 대신 박삼수 기자 역으로 나왔다.

주연배우가 음주운전을 해 드라마 속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가 바뀐 초유의 사태, 제작진은 이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선배, 뭔가 달라진 거 같은데?" 정우성이 처음 나오는 장면에서 극중 후배 기자인 이유경(김주현)이 갸우뚱하며 묻자 박 기자는 "예전에 내가 아니잖아"라고 답한다. 마침 사무실로 들어온 박태용(권상우)변호사도 박 기자를 보면서 "얼굴이 상당히 좋아졌네, 키 높이 구두 신었어?"라고 능청스럽게 묻는다. 방송 후반, 배성우에서 정우성으로 배우가 교체된 황당한 상황을 모른 체 하고 넘어가는 대신 장난스럽게 드러내는 전략을 편 것이다. 위기를 웃음으로 넘기기 위해서다.

정우성은 그간 고뇌하는 청춘의 아이콘(영화 '비트'·1997)이었고, 얼마 전까지 대통령('강철비2: 정상회담'·2020)으로 영화에 나왔다. SBS '아스팔트 사나이'(1995)에서부터 JTBC '빠담빠담'(2011)까지 정우성이 스크린이 아닌 TV에서 망가진 모습을 보여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정우성은 '날아라 개천용'에서 진중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기존의 이미지를 확 부순다. 모험을 택한 정우성의 지원 사격에 온라인엔 "애썼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몰입이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배성우와 극과 극으로 대비되는 '페이스 오프'가 워낙 이질감을 준 탓이다. 정우성이 등장한 '날아라 개천용' 15~16일 방송은 전주와 같은 5%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정우성 대타 투입으로 인한 화제성이 큰 폭의 시청률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셈이다. 17회부터 등장한 정우성은 20회까지 출연, 드라마를 마무리 짓는다.

표=김문중 기자

표=김문중 기자


소속사 설립자로서 수습... '대타'로 데뷔하기도

주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톱스타는 왜 '날아라 개천용'에 대타로 합류했을까.

'날아라 개천용' 관계자들에 따르면 배성우의 소속사인 아티스트컴퍼니를 세운 정우성(현 이사)이 소속 배우의 사고를 수습하고 책임지기 위해 나섰다. 정우성은 '날아라 개천용'을 연출하는 곽정환 PD와 단 한 작품도 함께 한 적 없다. 이를 두고 한 방송관계자는 "'날아라 개천용' 제작사가 스튜디오앤뉴"라며 "뉴가 영화 투자배급사로도 유명한 만큼 그 관계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성이 출연한 '감시자들'(2013) '더 킹'(2017)등이 바로 뉴가 투자배급한 영화들이다.

주연 배우의 중도 하차로 대타가 투입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1982년 KBS 연속극 '순애'의 여주인공 원미경이 16회 만에 하차하자 당시 무명이었던 박준금은 대체 배우로 데뷔했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던 박준금을 한 방송 행사에서 눈여겨본 PD가 박준금에 갑자기 연락, 카메라 테스트를 거쳐 투입한 사례였다.


"전화위복 대부분 어려워"

방송 중 주연 배우가 교체된 일은 더러 있었다. 주연 배우가 건강 문제로 중도에 하차하거나 제작진과 갈등으로 드라마 촬영을 끝내지 못하기도 했다.

잡음이 불거진 주연 배우 교체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었다. 배우가 갑작스럽게 투입되다 보니 시청자들이 어색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대타로 긴급 투입된 배우가 앞서 출연한 배우보다 인지도가 대부분 떨어지다보니 시청자를 다시 끌어 모으기도 어려웠다. 2019년 방송된 TV조선 '조선생존기'는 극 중 주인공인 한정록을 연기한 배우 강지환이 당시 성폭행 혐의로 긴급 체포되면서 서지석을 투입했으나, 시청률 1%를 밑돌며 고전했다.

드라마제작사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PD는 "주연배우가 물의를 빚어 중도에 하차하면 앞서 해외 판매 계약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해지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제작사와 방송사뿐 아니라 그 작품에 출연하는 동료 배우가 입는 피해도 커 수습이 어렵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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