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효과적인 해법이란 세상에 없다. 그래서 법과 제도는 끊임 없이 변하고,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새 사람과 새 정부를 멈춤 없이 사회에 공급하도록 요구한다. 풀어내야 할 문제는 복잡해지는데, 해법과 이를 돕는 공식이 제자리라면 세상은 지옥도일 것이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를 견뎌온 국민과 방역당국도 고비 때마다 조금씩 성장한 해법으로 다르게 맞서야 했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앞에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동력이다.
1차 대유행이 대구·경북을 휩쓸던 지난해 2, 3월을 보내고 우리 사회는 '3T(테스트·추적·치료)'로 요약되는 K방역의 처방전을 얻어냈다. 의료 시스템이 붕괴 직전까지 내몰리며 가까스로 손에 쥔 K방역은 이후 닥쳐온 8월의 2차 유행을 진압하고, 코로나19와 맞설 체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줬다.
2차 유행을 겪고 난 후 정부가 제시한 해법은 한층 다듬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모두가 여름철 '3밀(밀접·밀폐·밀집)'의 환경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아프게 경험하고서 힘들게 찾아낸 두번째 열쇳말이었다. 정부가 경제 회복과 방역 성공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둔 패착과 심심찮게 벌인 땜질로 빛이 바랬지만, 3차 대유행의 불길이 치명적으로 번지는 사태를 막아낸 공이 컸던 해법이다.
하루 확진자가 1,200명대까지 치솟은 지난 성탄절을 떠올린다면 분명 어제오늘의 코로나19 발생 추이는 고무적이다. 공급 속도가 늦다는 비판을 받은 백신 접종 계획도 예정대로라면 내달 말 본궤도에 오른다. 중증환자 치료기간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국산 치료제 도입도 현재로선 순조롭다. 확진자 발생 그래프 추이가 동일했던 일본이 우리와 달리 코로나19의 수렁에 깊숙이 빠진 모습을 보면 그들보다 우리의 해법이 적절했던 것 같다. 고비가 적지 않았지만, 코로나19와의 첫 전투는 그래도 패보다 승에 가까웠다.
하지만 코로나19 첫 국내 확진자 발생 후 1년을 보내며 우리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다.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한참 남겨둔 만큼, 더 혹독한 싸움을 준비할 때라고 보는 게 맞다. 일단 3차 대유행과 맞설 수 있었던 거리두기라는 이름의 칼날은 이제 녹이 슬었다. 슈퍼전파자를 통한 집단내 감염뿐 아니라, 통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없는 가족과 같은 친밀집단 내 확산이 늘면서다. 지역마다 유행패턴이 상이해지면서 중앙 정부 중심의 방역에도 한계가 뚜렷해졌다. 일각에선 '사회적'이라는 꾸밈말은 '거리두기'에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년간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도 지난 전과(戰果)에 대한 자찬과 맞물려 곳곳에서 방역의 구멍을 키우고 있다. 거리두기와 같은 기존 방역 공식의 내구성에 문제가 없는지 시급히 따져야 한다.
중증환자 급증이 의료 시스템을 위협하는 위기는 일단 벗어난 만큼, 큰 그림을 그리며 다음 싸움을 대비해야 한다. 백신 접종이 집단면역을 손쉽게 보장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정부 내부로부터 경계할 일이다.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내던져진 공공의료 확대 논의는 서둘러 재개해야 한다.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가늠조차 못 할 수많은 목숨이 3차 대유행의 급류에 휘말려 스러졌다. '터널의 끝'은 아직 멀다. 그저 반환점을 지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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