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세상 물가 다 오르는데... 대학등록금 12년째 똑같은 이유

알림

세상 물가 다 오르는데... 대학등록금 12년째 똑같은 이유

입력
2021.01.27 12:00
12면
0 0

등록금 인하·장학금·희망학과 보장 등
온갖 당근책에도 '지방대 소멸' 가속화
무리한 유치전→ 재정고갈→ 위상추락
대통령 공약 한전공대 설립사업도 표류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해법 안 보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조선대는 올해 신입생 및 재학생 등록금을 동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처음으로 등록금을 동결한 뒤 2011년 한 차례 올렸지만, 이듬해 다시 내린 뒤 지난 10년 동안 인하와 동결을 거듭했다. 이번 등록금 동결은 7년 연속 동결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은 286만4,000원으로 책정됐다. 2009년 등록금 286만7,000원보다 3,000원 싼 것이다. 대학 관계자는 “인건비며 세상 물가는 줄줄이 올랐는데 등록금은 12년 전보다 낮아졌다”며 “교원 복지예산 삭감 등 마른 수건 쥐어짜듯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과 인구 감소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으로 ‘지방대 소멸’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존폐의 벼랑 끝에 몰린 지방대는 등록금 인상은 고사하고 제 살을 깎아가며 장학금 등을 쏟아내고 있지만, 신입생 유치가 여의치 않다. 이 같은 ‘당근’은 가뜩이나 열악한 학교 재정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해 대학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26일 각 대학에 따르면 올해 등록금은 ‘기본 동결’이다. 한 지방 국립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1.2% 범위에서 인상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지방대 중에 그렇게 간 큰 결정을 내릴 곳은 없다”며 “인하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등록금을 낮춘 대학들이 적지 않다. 신입생 유치 목적이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2.74대 1을 기록, 사실상 ‘미달’이 난 한밭대는 올해 등록금을 0.47% 인하했다. 수험생은 세 번까지 대학에 지원할 수 있어 정시 경쟁률이 3대 1이하라면 중복 합격자 이탈 등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청주대 역시 올해 등록금을 전년보다 0.45%, 입학금은 31% 낮추기로 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지방대들은 등록금 인하 외에도 여러 당근책으로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음 달 22일부터 신입생 218명을 추가 모집하기로 한 전북 소재 우석대는 ‘수능 미응시자도 지원 가능’, ‘희망학과 100% 보장’, ‘50만원 장학금 학생계좌로 지급’ 등 파격 혜택을 내걸었다. 수능을 보지 않은 사람도 학생부 전형으로 선발, 대학 정원부터 채워 넣기로 한 것이다. 한의예ㆍ한약학ㆍ간호학ㆍ물리치료학과를 제외한 우석대의 35개 일반학과 정시 경쟁률은 0.64대 1에 불과하다.

부산가톨릭대는 정시모집 합격생 모두에게 첫 학기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부산가톨릭대 관계자는 “교직원 임금과 시설투자비용에서 조금씩 빼 신입생 장학금으로 쓸 10억원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강원 한림대는 수능 4개 영역 등급의 합이 6등급 이내면 졸업할 때까지 입학금과 수업료, 기숙사비 전액과 도서구입비(매 학기 180만원)를 지원한다. 전남 소재 한 사립대 교수는 “각종 장학금까지 약속했지만 지원자가 정원의 절반에 그쳤고, 추가 모집에 나섰지만 얼마나 충원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같은 파격 조건은 그만큼 지방대가 갖는 소멸 위기감이 크다는 뜻이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대학들이 현 입학정원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 2024년엔 지방대 3곳 중 1곳(34.1%)이 신입생 정원의 70%를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2037년에는 그 비율이 83.9%에 달해 사실상 지방대가 ‘고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3월 한국전력 본사가 위치한 광주ㆍ전남혁신도시에 개교 목표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 설립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작년 10월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 등 국회의원 50여명이 발의한 한전공대 특별법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인근 지역 대학들은 물론 야당 측에서 신입생 유치 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의 한 사립대 학생처장은 “한정된 재학생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는데 갈수록 신입생 유치비용이 늘고 있다”며 “이런 추세로 5년만 지속되면 지역에 있는 대학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의 한 대학 관계자는 “장학금을 한번 만들면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유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재정적 부담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학생 수 감소ㆍ무리한 신입생 유치전→재정 고갈→교수ㆍ교직원 대우 및 교육투자 악화→학교 위상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지방대 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광주= 안경호 기자
부산= 권경훈 기자
춘천= 박은성 기자
변태섭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