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코로나시대에 여행스타트업이 살아남는 법

입력
2021.01.26 06:10
수정
2021.01.26 11:08
18면
0 0

선우윤 와그 대표 "여행 산업은 멈추지 않는다"
"무조건 버텨서 코로나19 이겨내고 여행 재개 대비한 신상품 개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업종이 여행과 항공이다. 더 이상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다니지 못하면서 여행과 항공업체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특히 이제 막 발돋움을 하는 여행 분야의 신생기업(스타트업)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시기다. 과연 이들은 엄혹한 이 시기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꽤 잘나가던 여행 스타트업 와그의 선우윤(40) 대표를 만나봤다.

여행 스타트업 와그의 선우윤 대표가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이후 어려워진 여행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여행 스타트업 와그의 선우윤 대표가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이후 어려워진 여행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해외 관광명소 입장권과 레스토랑 예약 가능한 앱 개발해 돌풍

선우 대표의 의문에서 출발한 와그는 2015년에 문을 열었다. “패키지 여행이 아닌 배낭여행처럼 개인이 따로 여행을 가면 현지에서 음식점을 예약하거나 박물관 입장권 등을 구하는 게 참 힘들었어요.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은 모두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로 가능한데 왜 음식점 예약과 입장권은 그렇지 못할까. 이 생각이 창업의 출발점이었죠.”

그래서 와그는 2016년에 앱을 개발해 내놓고 해외 유명 관광지의 각종 입장권을 앱으로 구할 수 있는 최초의 여행사가 됐다. 와그 앱이 나오기 전에는 네이버의 여행 카페 등에서 동호인들끼리 정보를 주고 받으며 사전 예약을 하는 정도였다. “목표는 여행객들이 최대한 현지에서 환전을 하지 않고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었어요. 입장권 뿐 아니라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교통편, 야외 활동 등을 출발하기 전에 예약해서 여행지에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죠.”

이용 방법은 간단했다. 앱에서 예약하면 스마트폰에 QR코드가 나타난다. 여행지에서 입장할 때 QR코드를 인식기에 대면 바로 입장할 수 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소에서도 길게 줄 서지 않고 입장할 수 있죠.”

선우 대표는 먼저 국내 서비스로 시험을 해봤다. “서울의 고궁,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등 놀이공원, 박물관 입장권과 호텔 레스토랑 예약을 앱으로 제공했습니다. 반응이 좋아서 서비스를 확대했어요. 해외 렌터카 예약, 호텔 조식 부페는 물론이고 풀 빌라까지 모두 앱으로 예약할 수 있어요. 특정 여행지에서 한달 살기까지 앱으로 예약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와그는 세계 유명 호텔들의 할인 행사를 여행객들에게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특별 할인 요금으로 숙박하거나 저렴하게 부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외 유명 여행 사이트인 부킹닷컴, 아고라, 엑스피디아, 트립닷컴 등과 제휴해 이들이 호텔들과 행사를 하면 자동으로 와그 앱에 노출돼 여행객들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와그에서 개발한 앱은 해외 유명 관광지의 각종 입장권을 손쉽게 예약할 수 있다. 와그 제공

와그에서 개발한 앱은 해외 유명 관광지의 각종 입장권을 손쉽게 예약할 수 있다. 와그 제공


해외보다 50% 저렴한 유심칩 판매하며 매출 2억에서 160억으로 급성장

와그를 유명하게 만든 결정적인 서비스는 해외에서 저렴하게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는 범용이용자식별모듈(USIM, 유심) 판매였다. 현지 이통사의 유심칩을 사서 휴대폰에 끼우면 국내 이통사의 해외 연결(로밍) 서비스보다 싼 현지 요금으로 이동통신과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유심을 구입해 가져가면 비행기가 현지에 착륙하자마자 바로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현지에서 유심 판매처를 찾아다녀야 되죠.”

특히 와그는 해외에 가서 유심칩을 사는 것보다 최대 50% 저렴했다. 비결은 대량 구매였다. “일본 NTT도코모, 태국 AIS 등 해외 통신업체에서 매달 몇 만개씩 유심을 구매하다보니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었죠. 월 8만~9만개씩 판매할 정도로 이용자가 몰려서 인천, 김포, 김해공항에 아예 유심 전달을 위한 전용 공간을 설치할 정도였어요.”

유심 뿐 아니라 예약 서비스들도 이용자가 몰리면서 비용을 더 낮출 수 있었다. “현지에 가서 입장권을 사는 것보다 30% 이상 저렴해요. 와그 앱 뿐만 아니라 쿠팡 티몬 등 소셜 커머스에서도 판매하면서 이용자들이 늘었어요.”

자신감을 얻은 선우 대표는 직접 독특한 여행 상품도 만들었다. 국가나 특정 도시가 아니라 주제를 정해서 떠나는 여행이었다. “제가 경험했던 여행 상품들은 너무 옛날 방식이었어요. 여러 나라 사람이나 아이들과 노인 등 연령대가 마구잡이로 섞여 있었죠. 그래서 차별화하기 위해 비슷한 연령의 사람들이 테마 여행을 떠나는 상품을 만들었어요. 배를 빌려서 돌고래를 보러 떠나는 괌 돌핀 크루즈, 배 전체를 분홍색으로 칠하고 승무원들도 분홍색 옷을 입은 채 20,30대가 좋아할 만한 야외 활동을 하는 여행 등이었죠.”

이 같은 차별화 덕분에 와그는 여행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급성장했다. “사업 첫 해에 매출이 2억원이었는데 이듬해인 2017년 55억원으로 20배 이상 늘었고, 2018년 150억원, 2019년 160억원을 기록했어요.” 그만큼 투자도 쇄도해 컴퍼니케이, LB인베스트먼트 등 14곳에서 총 250억원을 받았다.

선우윤 와그 대표가 독특한 테마 여행 상품 등이 들어있는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선우윤 와그 대표가 독특한 테마 여행 상품 등이 들어있는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여행 산업은 급격히 커지는 태풍 같은 것"

원래 선우 대표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태국 출장 길에 비행기를 탔다가 벼락을 맞는 위험천만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비행기가 뚝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몸이 붕 떴어요. 기내 방송으로 번개를 맞았다고 하더라구요. 엄청 놀랐죠. 그 뒤로 비행기 타는 것을 싫어하게 됐어요. 일본 출장도 배타고 가요. 꿈도 무병장수로 바뀌었구요.”

원래 그의 꿈은 농구선수였다. 중학생 때 농구를 많이 좋아했는데 키가 크지 않아 포기했다. 하지만 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첫 직장이 한국농구연맹(KBL)이었다. 그 곳에서 그는 농구를 알리는 홍보 일을 했다. “KBL은 5년에 한 번 직원을 뽑는데 10개 프로구단에서 모두 동의해야 채용할 수 있어서 경쟁률이 600 대 1에 이를 정도로 치열합니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옮긴 두 번째 직장은 정보기술(IT) 및 전자제품 정보사이트인 다나와였다. “다나와에서 상품기획자(MD)로 일해다가 사내 정보지인 미디어잇에서 기자 생활도 했어요.” 이후 우리은행의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을 개발한 브라이니클로 옮겨 홍보를 했다. “그때 스타트업의 창업과 마케팅, 투자 활동을 알게 돼 창업을 결심했죠. 여행이 IT 수혜를 가장 받지 못한 분야라고 생각해서 여기에 IT를 접목해 편리한 여행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여행 다니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여행을 창업 분야로 선택한 것은 평소 여행 산업이 매력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여행 산업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태풍이었어요. 워낙 시장이 좋았죠.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전세계 여행 시장은 55조원 규모로 화장품보다 컸어요. 매년 시장 규모가 10%씩 성장하는 산업이었죠.”

서울 광화문의 와그 사무실 입구. 와그는 한때 80명이었던 직원을 절반으로 줄여가며 힘든 코로나19 시기를 버티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서울 광화문의 와그 사무실 입구. 와그는 한때 80명이었던 직원을 절반으로 줄여가며 힘든 코로나19 시기를 버티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올해도 여행 힘들어, 신상품 개발하며 여행 재개때까지 무조건 버틸 것"

평소대로라면 계속 성장했겠지만 2019년 여행업계는 위기를 맞았다. 그 해 하반기 일본이 한국에 대한 소재와 부품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에서도 반 일본 감정이 일어 일본 여행이 주춤했다. “원래 우리는 일본 여행 매출이 많았어요. 그렇다 보니 2019년 반 일본 정서가 발목을 잡았죠.”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는 결정타였다. 모든 해외 여행 상품 판매는 중단됐고 매출이 금갑했다. “코로나19가 터지자 길게 갈 것이라는 직감이 왔어요. 할 수 없이 80명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어요.”

선우 대표는 평소에 백신산업에 관심이 많아서 백신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계절마다 의사인 친구를 찾아가 계절별 백신을 맞을 정도로 ‘백신 애호가’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백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생백신을 만들려면 힘들고 오래 걸려요. 당연히 유통과 물류에 냉동 운송 등 특별한 장비도 필요하구요. 2020년 안에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우 대표는 올해도 해외 여행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문을 닫거나 그냥 버티는 것이다. 그는 후자를 택했다. 정부에서 여행업체에 주는 보조금도 3월이면 끊어진다. “여행업체 직원들의 유급휴가 비용을 정부에서 90% 지원합니다. 이것만 갖고는 부족하죠. 다행히 예전에 받아놓은 투자금이 있으니 이것으로 무조건 버텨야죠. 다른 여행사 대표 중에는 직원들 모두 내보내고 배달을 하거나 막일을 하면서 버티고 있어요.”

선우 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사업이 멈춘 이 기간을 신사업 준비 기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여행 산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에요. 2022년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죠. 지금도 여행 가고 싶어 미치겠다는 20, 30대들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래서 해외 여행이 재개됐을 때 그동안 여행에 목말랐던 사람들을 사로잡을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여행산업은 좋은 상품을 만들면 무조건 잘 팔려요. 그러려면 틀에 박힌 상품에서 벗어난 기발한 상품이 필요해요. 항공권 발권까지 연동시키는 상품도 검토 중이에요. 1년 동안 개발을 열심히 해서 여행 재개됐을 때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상품들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여행 산업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