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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부자들이 美 플로리다로 몰려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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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부자들이 美 플로리다로 몰려간 이유는

입력
2021.0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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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국 플로리다주 플랜트시티에서 한 노인이 차에 탄 채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플랜트시티=로이터 연합뉴스

13일 미국 플로리다주 플랜트시티에서 한 노인이 차에 탄 채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플랜트시티=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몇 주 사이 미국 플로리다주(州)로 외지인이 밀려들고 있다. 타지역 미국인뿐 아니라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국적도 다양하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백신 접종이다. 플로리다주가 비거주자에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허용하면서 전 세계 자산가들이 이른바 ‘백신 관광’에 나선 것이다.

27일(현지시간) NBCㆍ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미디어기업 타임워너의 리처드 파슨스(77) 전 최고경영자(CEO)와 아르헨티나 스타 변호사 애나 로젠펠트(66)는 지난달 플로리다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뉴욕과 아르헨티나에 사는 두 사람이 이곳에서 주사를 맞을 수 있던 건 플로리다가 역외 거주자에게도 백신 혜택을 준 덕분이다.

앞서 지난달 23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도, 주거지 요건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다른 미국 주들이 코로나19 백신은 소속 주민들만 맞게 한 것과 대조적이다.

플로리다 보건부 자료를 보면 타 지역에 거주하는 4만명이 벌써 이 곳에서 접종을 마쳤다. 당연히 주 수요층은 장거리 항공료와 숙박에 드는 비용 및 시간을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부유층이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캐나다 토론토의 자가용비행기 서비스업체 모멘텀제트를 인용, “전세기를 이용한 플로리다 당일치기 왕복 여행 가격은 2만5,000~8만달러(약 2,744만~8,780만원)”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특혜 논란은 플로리다를 넘어 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우선 연방정부가 이동 자제를 권고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크다. 이에 더해 물량 부족으로 백신을 맞지 못한 국민이 부지기수인데도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만 안전을 보장받는, 일종의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플로리다 주정부는 21일 뒤늦게 거주민 인증을 거쳐야만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다만 부자들의 백신 접종 자체를 비난해선 안 된다는 소수 의견도 있다. 미 밴더빌트 대 감염병 교수 윌리엄 샤프너 박사는 CNN방송에 “궁극적 목표는 인구의 70~80%가 집단 면역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라며 “백신 관광을 도덕적 잣대로만 판단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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