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이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통화를 갖고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둔 교류·협력 강화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노력을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특히 한반도 문제 해결에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남북, 북미 대화를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중국 언론 역시 정상통화를 주요 기사로 다루며 경제, 문화, 방역 부문의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한중 정상 통화는 미국 새 정부 출범 뒤 한미 정상 통화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성사돼 눈길이 갔다. 바이든 정부는 예상대로 대중 압박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국무, 국방장관이 청문회에서 대중 강경책을 연발했고 재무, 상무장관도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관행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질세라 시 주석도 다보스 포럼 연설을 통해 "힘 있는 자가 최종적인 발언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미중 갈등이 격화일로인 상황에 끼인 우리의 외교적 선택이 고민스러운 것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지난해 말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에 이어 이번 정상 대화를 통해 중국은 적어도 한국이 일방적인 미국 편들기로 가려는 것은 막으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10개국(D10)에 한국을 포함시키는 구상을 사실상 공언했고, 지역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중장기 외교 전략으로 안보 분야에서 한미동맹을 다지면서 국제 규범에 기반한 전략적 경제 외교를 지향하고, 무엇보다 다국간 협력을 통해 인류 공동의 가치를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원칙에 흔들림이 없어야 때로 미중 양쪽으로부터 견제를 받더라도 이를 헤쳐나갈 동력이 생기고 필요하다면 양국 모두에 "노"라고 할 명분도 있을 것이다.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통 기준에 바탕한 치우치지 않는 외교가 국익의 바탕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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