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표 일방적 부동산 관리계약에 항의
주민 SNS 대화방에 비판 올렸다가 3일 구류
"부당하게 입에 재갈 물린다" 비난 여론 비등
中 당국 "공권력 남용, 인민을 경외하라" 시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에서 아파트 주민 대표를 ‘머저리(草包·차오바오)'라고 표현한 중국 여성이 사흘간 구금됐다. 주민위원회의 잘못된 일처리를 지적했다가 괘씸죄에 걸려 ‘모욕’ 혐의로 처벌받은 것이다. “부당하게 입에 재갈을 물린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당국은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라며 뒤늦게 시정조치를 내렸다.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에 사는 런(任)모씨는 지난해 9월 남편이 근무하는 비제시에 새로 집을 얻었다. 230여㎞ 떨어져 출퇴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파트 상태가 형편없었다. 부동산 관리회사가 바뀌면서 엘리베이터는 고장 나기 일쑤고, 소방도로는 늘 막혀있고, 공동수입 내역은 알 수 없었다.
이에 런씨는 “규정에 따라 6개월간 시범 운영한 뒤에 총회를 열어 주민투표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주민 대표 류(劉)씨는 막무가내로 부동산 관리계약을 맺었다. 그리고는 “총회를 열지 말지는 내 권한”이라며 런씨의 주장을 뭉갰다.
런씨는 류씨에게 여러 번 따졌다. 그래도 상황이 바뀌지 않자 주민 200여명이 이용하는 다른 위챗방에 류씨를 ‘머저리’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일부 주민들은 동조하며 분을 삭였다.
이후 런씨는 구이양으로 돌아갔다. 두 달 후, 경찰관 4명이 런씨의 집에 들이닥쳤다. 구이양이 아닌 문제의 아파트가 있는 비제시 관할 소속이었다. 런씨와 감정이 상한 주민 대표 류씨가 6년 전 이혼한 전 남편이 근무하는 경찰서를 통해 앙갚음을 한 것이다. 경찰은 수갑을 채우고 끌고 가면서 “가족이나 변호사에게 전화하게 해달라”는 런씨의 요구를 묵살해 인권도 무시했다.
런씨는 3일의 구류 처분을 받고 유치장에 갇혀 있다 풀려났다. 억울한 런씨의 사연은 여론의 공분을 샀다. 중국 치안관리처벌법에는 ‘공공연하게 모욕하거나 허위사실로 남을 해할 경우 5일 이하 구류 또는 500위안(약 8만5,000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돼 있다. 다만 주관적이고 악의적인 행위가 지속돼야 한다. 런씨에게 적용하기는 무리인 셈이다. 런씨는 인터뷰에서 “모욕이 아닌 잘못을 정당하게 비판한 것”이라고 강조했고, 중국 매체들은 “주민의 말할 권리를 짓밟았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대중의 비판과 원망을 겸허히 수용하고 해소해야 한다”며 당 간부의 덕목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사건을 방관할 수 없었다. 이에 공안은 지난달 26일 관련자를 징계하고 행정처분을 취소했다. 공산당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도 다음 날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 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며 “인민을 경외하라”고 일갈했다. 주민 한 명의 용기가 서슬 퍼런 중국 권력기관을 움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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