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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콰피나·윤여정, 할리우드 사로잡은 한국계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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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콰피나·윤여정, 할리우드 사로잡은 한국계 여배우

입력
2021.02.04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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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어웰'의 주연을 맡은 아콰피나(오른쪽). 오드 제공

영화 '페어웰'의 주연을 맡은 아콰피나(오른쪽). 오드 제공


두 명의 한국계 여배우가 미국 할리우드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지난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겸 래퍼 아콰피나(본명 노라 럼ㆍ33)와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1순위 후보로 꼽히는 윤여정(74)이 주인공들이다. 마침 미국 평단을 사로잡은 두 배우의 출연작이 2, 3월 차례로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에는 미국으로 이민 간 아시아인 가족이 등장하고 할머니와 손주 간의 가슴뭉클한 가족애가 묘사돼 흥미롭다.

4일 개봉하는 영화 ‘페어웰’은 소동극을 빙자한 따뜻한 다국적 가족 드라마다. ‘실제 거짓말에 기반한 이야기’라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중국계 미국인 룰루 왕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주인공은 여섯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가 뉴욕에서 살고 있는 빌리(아콰피나). 할머니가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는 말을 전해 들은 그는 부모의 만류에도 할머니가 사는 중국 지린성 창춘으로 향한다. 할머니는 아직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황. 빌리네와 큰아버지 가족은 창춘에 모여 가짜 결혼식을 준비한다. 영화는 할머니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빌리와 이를 숨기려는 어른들 사이의 갈등을 바탕으로 이민 1세대와 2세대 간의 문화 차이, 이민 2세대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 등 다층적인 주제를 다룬다.

아콰피나는 영화에서 주인공 빌리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탁월한 연기력으로 풀어낸다. 코미디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드러내듯 아이러니한 상황의 순간적인 심리 변화까지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생각하다 생수 브랜드에서 따왔다는 예명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그의 예명 후보엔 김치찌개도 올려졌었다고 한다. 13살 때부터 랩을 시작했는데 2012년 성기를 소재로 한 이색 랩 곡으로 유튜브 스타가 됐다.

배우로는 2016년 ‘나쁜 이웃들 2’로 데뷔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주목 받았다. 이후 첫 주연작 ‘페어웰’은 그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줬다. 아시아계 배우로는 처음 골든글로브 뮤지컬ㆍ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자신의 이름을 딴 TV시리즈 ‘아콰피나는 퀸즈 출신 노라’의 주인공이 됐다. 마블의 첫 아시아 슈퍼히어로 영화 ‘상치 앤드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에서도 주요 배역을 맡았다. '페어웰'에 이어 3월 국내 개봉 예정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으로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날 예정이다.

영화 '미나리' 중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 중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마거릿 조, 샌드라 오, 아콰피나 등 한국계 여배우의 돌풍에 가세한 또 한 명의 주인공은 윤여정이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에 조연으로 출연한 그는 벌써 미국에서만 이 영화로 20개의 상을 받았다. 미국 비평가협회들이 만장일치에 가깝게 여우조연상을 몰아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 ‘미나리’는 미국 시골에서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인 이민 1세대 가족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린다. 윤여정은 그 1세대 부부의 자녀를 보살피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온 외할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그는 "그저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며 반응하는 연기만 했을 뿐 다른 작품과 크게 다른 연기를 하려고 하진 않았다”면서도 "전형적인 엄마, 할머니 역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했다.

영화에서 순자는 평범한 듯 독특한 할머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고 장난도 치며 가끔 욕도 하지만 자식과 손주를 향한 사랑만은 지나칠 만큼 넘치는 할머니. 어른스럽기도 하고 아이 같기도 한 할머니. 영화 제목인 미나리는 강인하고 질긴 생명력의 한국인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할머니의 사랑을 뜻하기도 한다. 윤여정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여우조연상은 모르겠고) 앙상블상은 탈 만하다”면서 “기숙사처럼 숙소에서 함께 살며 늘 대본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워쇼스키 자매 감독의 TV시리즈 ‘센스8’에 이어 ‘미나리’로 미국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그에겐 할리우드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애플TV의 드라마 ‘파친코’ 촬영을 위해 캐나다로 떠난 윤여정은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잇따른 여우조연상 수상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듯 이렇게 말했다. “아주 이상한 일이에요. 상은 가급적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겐 다음 작품에 캐스팅되는 게 진짜 상이거든요.”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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