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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하니깐 할 줄 아는 게 배달뿐"...학원 관계자의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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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하니깐 할 줄 아는 게 배달뿐"...학원 관계자의 '막말'

입력
2021.02.03 13:06
수정
2021.02.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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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들이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배달라이더 무시하는 갑질아파트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인권위에 “갑질 아파트·빌딩의 관리 규정과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배달노동자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개선안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뉴스1

배달 라이더들이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배달라이더 무시하는 갑질아파트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인권위에 “갑질 아파트·빌딩의 관리 규정과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배달노동자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개선안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뉴스1

배달대행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제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여기에 글을 한번 씁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1일 우리 기사 중 한 명이 너무 황당한 일을 겪고 너무 억울해 해서 여기에 글을 올린다"며 배달을 시킨 학원강사 B씨와 본인이 나눈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A씨가 올린 게시글과 녹음 파일의 내용을 요약하면 당시 상황은 이렇다.

학원 관계자인 B씨가 학원으로 음료를 주문했는데, 주소를 잘못 남겼다. 해당 음료를 배달했던 기사는 B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30분 넘게 헤매고 나서야 뒤늦게 연락이 닿아 학원으로 찾아갔다. B씨는 배달 기사가 학원에 도착하자 "지금 바쁘니까 아래 내려가서 기다려라. 내려가서 계산하겠다고"고 말했다.

배달 기사는 학원에서 나와 1층 밖에서 5~10분쯤 기다리다 다른 오더를 배정받아 시간이 촉박해지자 다시 학원으로 올라갔다. B씨는 여전히 "애들이 있고 지금 바쁘니까 그냥 기다리라"고 말했다.

배달 기사는 계속 계산을 요청해 결국 결제를 받았고(주소 잘못 기재해 배달 요금 추가) 이후 B씨는 A씨의 배달대행 업체 사무실로 전화해 "공부 못하니깐 할 줄 아는 게 배달원밖에 없다", "꼬라지들이 꼴사납다", "남한테 사기 치면서 돈 번다" 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A씨가 공개한 녹음파일 중 일부

▶학원 관계자= "본인이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배달 일하겠어요?"

▶A씨= "지금 (배달 기사) 비하하시는 건가요?"

▶학원 관계자= "맞잖아요. 본인들이 공부 잘했어 봐요. 그렇게 안 하죠."

▶A씨= "인권 비하 발언은 하지 마시고요."

▶학원 관계자= "공부 못하니깐 할 줄 아는 게 배달원밖에 없거든요. 중졸 고졸 다 받으니깐. 근데 학원 와가지고 솔직히 기본 생각이라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돈을 안 주겠다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그랬어요 '여기 학원이니까 내려가 있으면 돈을 드리겠다'. 그랬더니 그분이 내가 이걸 XX커피에 갖다줘야 하기 때문에 지금 빨리 입금을 해달래. 나는 지금 애들 하원 시키고 해야 해서 바쁜데. 내가 만원도 줄 수 있고 이만원도 줄 수 있어요. 고작 본인들 그거 세 건 해봤자 만원 벌잖아요. 안 그래요?"

▶A씨= "말씀을 너무 지나치게 하시는 거 같은데요."

▶학원 관계자= "본인들 생각이 없었던 거예요. 코로나 사태에 학원 와가지고 바빠 뒤지겠다면서 5분을 왜 있냐고요."

▶A씨= "그러면 손님이 애초에 주소를 잘 적어주셨어야죠. 오히려 기사들이 고생했는데 왜 그쪽이 그러시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네."

▶학원 관계자= "어휴 기사들이 뭘 고생해요. 그냥 오토바이 타고 부릉부릉하면서 놀면서 문신하면서 음악 들으면서 다니잖아요. 내가 모를 줄 알아요? 배달 기사들이 다 어떻게 하고 돌아다니는데?"

▶A씨= "지금 말이 너무 지나쳐요 예? 본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 말씀 굉장히 비하 발언..."

▶학원 관계자= "거지 같아서요. 니네가 하는 꼴들이요."

▶A씨= "하 대화가 안 통하는 여자네."

▶학원 관계자= "니네가 하는 꼬라지들이 꼴사나워서요. 남한테 사기 치면서 그렇게 삼천원 벌어가면 부자 된대요? 어디세요 대행업체"

▶A씨= "저희 XXXX예요."

▶학원 관계자= "거기만 빼고 시키면 되잖아요."

▶A씨= "네 XXXX 쓰는 업체 쓰지 마세요. 그쪽 하나 안 시킨다고 그렇게 크게 지장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인성 나쁘신 분은 저희도 좀 사절이에요."

학원 관계자의 발언은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저도 배달 알바 하는데 심장이 벌렁거리네요. 교사로서 자격 박탈입니다"(뷰*), "와 진짜 대단하시네 사장님. 난 부들거리느라 욕밖에 안 나올 거 같은데 많이 참으신다. 세상을 어떻게 저렇게 살지? 거기다가 애들을 가르친다는 사람이?"(신**) 등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네요. 오밤 중에 충격받고 갑니다"(고****), "듣고만 있어도 억장이 무너지네요.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지. 이걸 사회가 용인해 줘야 하나요"(무**), " 배달하신 분이 학원 원생 부모님이나 가족일 수도 있는 건데 생각 진짜 짧네"(말*****) 등의 반응도 여럿 보였다.

한편 해당 학원 측은 갑질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 학원 강사가 아닌 '셔틀버스 도우미'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원 본사 측은 3일 공식 홈페이지에 "이 건은 동작캠퍼스에서 발생한 건으로 학원 강사가 아닌 셔틀 도우미로 확인됐다"며 "해당 직원은 동작캠퍼스에서 1개월 정도 셔틀 도우미로 근무했고 지난 1일 마지막 근무 후 2일 퇴사했다. 퇴사하면서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본사와 해당 가맹점 모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사안으로 B씨가 퇴사한 건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배달 기사가 조합원으로 있는 배달 기사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배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라며 "배달노동자에게도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적용하는 등 배달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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