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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나라 많은 아프리카에 ‘비만’이 퍼진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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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나라 많은 아프리카에 ‘비만’이 퍼진다, 왜?

입력
2021.02.05 06:30
수정
2021.02.05 10:5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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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푸드, 가공식품 섭취 기회 늘어
올바른 영양교육 부재에 상황 악화
비만·기아 공존하는 이중 결핍 우려

2005년 아프리카 남부 니제르에서 한 여성이 영양실조 상태인 아이를 돌보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2005년 아프리카 남부 니제르에서 한 여성이 영양실조 상태인 아이를 돌보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굶주림에 시달리는 나라가 즐비한 아프리카에 ‘비만’이 퍼지고 있다. 올바른 식습관 교육이 전무한 탓에 값싸고 열량 높은 정크푸드와 가공식품을 많이 접하게 된 까닭이다. 비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아 비율이 확 줄어든 것도 아니라 비만과 저체중 영양실조가 공존하는 ‘이중 영양결핍’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차드와 말리 등 일부 극빈국을 제외하고 아프리카 대륙에 비만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중산층 성인 남녀 비만율(체질량지수 30% 이상)은 각각 15%, 40%에 달한다. 비만 문턱에 있는 ‘과체중(체질량지수 25%)’ 주민 역시 적지 않다. 남아프리카 잠비아도 성인 여성의 35%, 남성 20%가 과체중이다.

아프리카에서 비만과 과체중이 폭증한 가장 큰 이유는 식습관 변화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 아프리카 지역의 평균 소득이 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했고, 자연스레 가공식품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다. 매체는 “정크푸드는 어디에나 있다”며 “감자칩, 단 음식, 가공된 기장ㆍ수수를 파는 노점에는 항상 많은 이들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도 “사람들이 점점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데다 설탕과 지방, 소금 함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고 있다”면서 아프리카의 높은 비만율을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적절한 영양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어린이들까지 비만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니제르에 거주하는 6개월~5세 아동 4명 중 한 명(25%)은 24시간동안 최소 한 개 이상의 포장 간식이나 음료를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와 코트디부아르에서는 해당 비율이 각각 30%, 40%나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심지어 빈곤 가정 엄마들은 종종 유아에게 모유와 함께 탄산음료나 설탕덩어리 주스를 먹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비만은 필연적으로 당뇨, 고혈압 등 성인 질환으로 이어져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WHO는 2014년 아프리카에서 당뇨를 앓은 비율이 1980년대의 두 배 수준인 7%라고 추정했다. 비만으로 인한 건강 악화가 노동시장의 질적 저하 등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는 악순환 고리도 배제할 수 없다. 매체는 “과체중이 코로나19에 특히 더 취약한 만큼 (비만)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만과 기아가 혼재한 아프리카. 그래픽=송정근 기자

비만과 기아가 혼재한 아프리카. 그래픽=송정근 기자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 기아 비율은 감소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여전히 배고픔이 만연해 아프리카 5~19세 아동청소년의 20~30%는 저체중이다. 칼로리만 높고 영양은 부족한 음식을 섭취해 비만이 된 ‘과체중 영양실조’와 굶주림으로 영양이 결핍된 ‘저체중 영양실조’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농업경제학자인 요아힘 폰 브라운 독일 본대 교수는 “한 가정 안에서도 정크푸드를 먹으며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과체중 엄마와 (굶주리는) 저체중 자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의학학술지 랜싯은 2019년 “가공식품과 운동 부족이 비만율 뿐 아니라 영양실조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대표적인 지역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꼽았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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