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그가 임성근 부장판사 사표를 반려하며 탄핵을 고려한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법복만 걸친 정치꾼”이라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임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17기)들은 “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도록 내팽개쳤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 공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사법부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으로서 임무를 돌이켜보고 최근 사태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국민과 판사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이 탄핵과 관련해 정치권 눈치를 본 일은 사법부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대법원장 개인의 문제다. 재판 자체가 여권 편향이라거나 사법농단 판사 탄핵이 부당하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4일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도 대법원장을 비판하면서도 사표 반려에 대해선 “헌법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뚜렷하다”며 옹호했다.
국민을 설득하고 판사들을 다독이기 위해 김 대법원장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를 바란다. 우선 자기 잘못을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탄핵이나 재판에 정치권 입김이 있었는지 의심을 해소해 주기 바란다. 거짓 해명에 대해서도 다시 사과해야 한다. 둘째, 헌정사상 최초의 법관 탄핵소추에 대해 사법부 수장으로서 사과를 표명해야 한다. 재판 개입의 과오를 짚고 헌법수호 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셋째, 뒤늦은 탄핵 이면에 사법부의 자정 실패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대법원은 2018년 12월 사법농단 연루 법관 중 8명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최고 정직 6개월)를 내리고, 검찰로부터 비위 통보를 받은 66명에 대해선 사실상 손을 놓았다. 임 판사는 재판개입에 대해선 징계시효 만료로 징계를 받지 않았고 별도 건으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
진짜 문제는 김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사법농단 실체 규명, 책임자 징계, 사법개혁과 신뢰 회복 등 과제를 절충주의로 봉합한 데에 있다. 이제 김 대법원장은 물러설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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