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재보궐선거 예비후보들의 표심 잡기 행보가 본격화 하면서 ‘방역지침 위반’ 논란도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후보들이 주먹인사와 목례 대신 악수 또는 포옹을 하거나 여럿이 모여 음식을 먹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방역지침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표가 아쉬운 후보들 입장에선, 유권자와의 다정한 스킨십과 방역지침 준수 사이에서 고민이 깊다.
최근 몇 개월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은 ‘표는 스킨십에서 온다’는 전통 공식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내 서울시장 경선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과 함께 남대문 시장을 찾아 어묵을 시식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는 건 좋으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마스크를 벗고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구나 후보들을 비롯해 당직자와 지지자 등 수십명이 함께 시장 골목을 돌아다니는 장면을 본 시민들 사이에서 '거리두기 위반'이라는 목소리가 컸다.
방역 당국은 일단, 이 같은 정치 활동 자체가 방역지침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는 사적 모임에만 해당되므로 정당의 공식 일정은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어 온 지난 1년간 이와 비슷한 판단이 여러 차례 내려졌고, 그에 따라 여당은 물론 야당도 다수의 당직자 및 지지자를 동반한 현장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방역 전문가들은 방역지침 위반 여부를 따지기 앞서 누구나 밀접한 신체접촉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은경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악수는 직접 손과 손이 닿는 것이어서 제일 위험하다”며 “눈인사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유세를 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는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이하로 유지되고 있었다.
지난해 총선에 비하면 최근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무섭고 감염 위험도 몇 배 늘었지만,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의 공식 일정에서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어기는 장면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먹인사나 눈인사는커녕 유권자와 두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거나 격한 포옹도 예사로 나눈다.
지난달 28일 대한노인회를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김호일 회장과 두손 악수를 나누고, 박영선 전 장관은 7일 강서구 마곡나루역에서 지지자와 30㎝도 안 되는 거리에서 눈을 마주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4일 ‘X자 악수’ 기념 촬영으로 논란을 산 우상호 의원은 이틀 후엔 마스크를 벗고 시장 상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자신의 전 지역구인 동작구 내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포옹을 했다.
후보들 입장에서는 반가움을 표시하며 다가오는 유권자를 피하자니 표가 울고, 맘껏 호응하자니 방역지침 위반이 우려되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장기간 고통을 감수하며 방역 지침을 따르고 있는 시민들 입장에선, 구체적 방역 지침을 결정할 광역단체장이 되겠다는 후보들이 오히려 규정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달가워 보일 리 없다.
따라서 선거 등 정치 활동에도 방역지침이 엄격하게 적용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어묵 시식 논란에 '지침 위반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던 서울시는 시민들의 항의와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 5일 정당 활동 관련 방역 지침을 새로 마련해 달라는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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