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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발 귀순'에 '오리발' 없었다...軍 "경계실패" 바로 인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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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발 귀순'에 '오리발' 없었다...軍 "경계실패" 바로 인정한 이유는

입력
2021.02.19 01:00
수정
2021.02.1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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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GOP 귀순 때는 "작전 실패 아냐"
이번엔 변명 여지 없는 '기강해이' 드러나

서욱(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서욱(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해안 감시와 경계작전에 분명한 과오를 식별했다”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군 당국이 북한 주민 ‘오리발 귀순’에 대한 경계실패를 이례적으로 재빨리 인정했다. 사건 다음날인 17일 오전 합참은 출입기자단에 “해당 인원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해 헤엄쳐 남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지하며 “우리 군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과오를 인정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경계 근무하는 인원의 과오가 큰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강화도 탈북민 재입북 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GOP(일반전초) 철책 귀순’ 등 최근 경계실패 사건에서 보였던 태도와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국회와 여론의 추궁에 마지못해 고개를 숙인 쪽에 가까웠다. 특히 ‘GOP 귀순’ 당시 서 장관은 최초 포착 후 14시간 만에 북한 주민의 신병을 확보하고도 “아쉬움은 있지만 경계작전 실패는 아니다”라고 했었다. 군의 태도가 왜 갑자기 바뀐 것일까.


동해 민통선에서 발생한 북한 주민 '오리발 귀순'으로 16일 이 일대 일반인 출입이 전면 통제되면서 제진검문소로 통하는 7번 국도가 한산한 모습이다. 강원 고성=연합뉴스

동해 민통선에서 발생한 북한 주민 '오리발 귀순'으로 16일 이 일대 일반인 출입이 전면 통제되면서 제진검문소로 통하는 7번 국도가 한산한 모습이다. 강원 고성=연합뉴스


명백한 경계 실패... 군 기강 해이 드러내

우선 이번 사건은 변명의 여지 없는 ‘명백한 경계작전 실패’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군 당국이 민간인통제선 내 제진검문소에서 배회하는 북한 남성을 감시장비로 최초 포착한 건 16일 오전 4시20분이지만 이미 3시간 전부터, 전방 감시장비에 3차례 이상 찍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눈 뜨고도 놓친 격’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으로 추가로 장비에 더 찍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감시병이 졸고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 정도로 군 기강이 해이했던 것이다. 유일하게 전방과 해안 경계를 동시에 감시해 ‘담당 철책만 100㎞에 달한다’는 22사단의 가혹한 근무 환경을 감안해도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

3개월 전 있었던 GOP 귀순도 같은 22사단 관할구역에서 북한 주민에 의해 경계가 뚫렸지만 당시는 불가항력이었다는 해명이 어느 정도 통했다. 해당 지역은 수풀이 우거진데다 지형 기복이 심한 곳이었고, 경계 근무를 섰던 병사가 월책 장면을 감시장비로 재빠르게 포착했다. 서 장관은 당시 국회에 출석해 “야간에는 우군 간에 교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종심(철책 이남구역)에서 민가 지역 이동을 차단했고, 그 작전 지역 내에서 검거했으므로 실패한 작전은 아니다”라고 했다. 야당 의원마저 “최선의 성공은 아니지만, 차선은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오리발 귀순’이 발생한 지역은 사방이 뚫린 해안이다. 북한 남성은 7번 국도를 따라 걸어왔다.

2014년 12월 강원 인제군 육군 12사단 을지부대 GOP 철책근무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배우한 기자

2014년 12월 강원 인제군 육군 12사단 을지부대 GOP 철책근무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배우한 기자


배수로 조사 등 경계강화 약속 공염불

반복된 경계 실패로 군 당국이 ‘할 말이 없게 된’ 측면도 있다. 숱한 경계 실패에 군 당국은 △배수로 전수조사 △감시장비 보완 등을 약속했지만 공염불이 된 것이다. 때문에 '오리발 귀순'을 둘러싸고 지휘부에 대한 고강도 문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강화도 탈북민 재입북 사건'의 경우 배수로 경계가 뚫린 이례적 사건인데다 “월남을 전제로 설치된 감시장비로 북쪽으로 넘어가는 것까지 포착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현실론도 일정 부분 받아들여졌지만 관할 지역 책임자인 해병대 2사단장은 보직 해임됐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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