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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위구르 인권'과 '코로나 中 기원론'…중국의 '판박이'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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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위구르 인권'과 '코로나 中 기원론'…중국의 '판박이' 반격

입력
2021.02.24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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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박에 맞서는 中 대응논리 비슷해
①中, 말로만 ”언제든 적극 협력” 강변
②“눈부신 성과 달성”…물타기에 주력
③”美가 더 문제”...외부로 책임 떠넘겨

터키의 위구르족 주민들이 10일 이스탄불 주재 중국 영사관 앞에서 신장 자치구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터키의 위구르족 주민들이 10일 이스탄불 주재 중국 영사관 앞에서 신장 자치구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중국 신장자치구 위구르족 인권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규명. 모두 중국에게 불리한 이슈다. 다만 상호 연관성은 없다. 그런데 중국의 대응논리가 묘하게 닮았다. 중국은 잘못이 없고,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낸 만큼, 중국을 탓하지 말고 미국부터 제 허물을 돌아보라며 훈계하고 있다.

①中, 말로만 ”언제든 적극 협력” 강변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 AP 연합뉴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 AP 연합뉴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을 향해 “시급하고도 제한 없는 접근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신장지역 현지조사를 촉구했다. 유엔이 중국 인권 문제를 직접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같은 회의에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의 신장 방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열린 자세로 국제사회의 검증에 응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실제 신장을 찾는 건 중국에 우호적인 인사들이다. 차이나데일리는 23일 “중국 공산당이 전날 신장 수도 우루무치에서 주최한 브리핑에 190개국, 310여명의 외국 정당, 단체, 언론, 싱크탱크 대표들이 참석해 중국의 발전을 음해하는 각종 소문들의 진상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공개한 참석자 발언은 이라크 공산당 서기장, 터키 애국당 대표 등 일부에 국한됐다. 주변 쿠르드족을 무장테러와 극단주의 세력으로 규정해 억눌러야 하는 국가들이다. 위구르족에 대처하는 중국과 처지와 비슷하다.

WHO 전문가팀을 이끌고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기원 규명 조사를 벌인 피터 벤 엠바렉이 결과 발표 다음날인 지난 10일 출국을 위해 우한 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우한=로이터 연합뉴스

WHO 전문가팀을 이끌고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기원 규명 조사를 벌인 피터 벤 엠바렉이 결과 발표 다음날인 지난 10일 출국을 위해 우한 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우한=로이터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중국 정부가 줄곧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장담했지만 WHO 전문가팀이 코로나19가 최초 집단 발병한 우한을 찾는데 1년 넘게 걸렸다. 조사 결과를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우한을 코로나 발원지로 단정할 수 없다”며 중국이 ‘면죄부’를 받자 조사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의 친중 성향이나 중국 정부의 미온적 협조에 대한 불만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②“눈부신 성과 달성”…본질 흐리는 중국

왕이 중국 외교부장. 로이터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 로이터 연합뉴스


왕 외교부장은 “지난 4년간 신장 지역에서 테러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010~2018년 신장 위구르족의 인구증가율은 25%로, 같은 지역 한족(2%)을 크게 앞질렀다”고 가세했다. 서구가 지적하듯 정세가 불안하거나 인권 탄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중국 832개 지역이 빈곤에서 벗어났다”며 “홍콩에서도 보안법 시행 이후 70%의 주민들이 ‘이전보다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온갖 수치를 동원해 중국의 성과를 뽐내며 본질을 흐리는 방식이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인근 에카테펙에서 22일 주민들이 중국 시노백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멕시코 정부는 오는 4월 중순까지 전체 인구의 12%가량인 1,500만 명에 대해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에카테펙=로이터 연합뉴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인근 에카테펙에서 22일 주민들이 중국 시노백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멕시코 정부는 오는 4월 중순까지 전체 인구의 12%가량인 1,500만 명에 대해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에카테펙=로이터 연합뉴스


이는 국제사회가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제기할 때 맞받아쳤던 것과 흡사하다. 중국은 본토 발생 확진자 ‘0’의 행진을 부각시켜 바이러스 해외 유입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방역’ 성공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은 코로나 백신을 22개국에 수출하고 53개국에 지원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 백신 생산량은 올해 20억회분, 내년 40억회분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물량공세를 다른 국가들이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작심하고 중국을 비판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③”美가 더 문제”...외부로 책임 떠넘기기

그래픽=송정근기자

그래픽=송정근기자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명을 넘어서자 중국은 기세등등하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들먹일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혹한까지 겹쳐 미 곳곳에서 끔찍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중국은 “미국의 혼돈과 위선에 경멸을 느낀다”며 반격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기원을 놓고도 같은 주장을 폈다. 지난해 12월 우한 집단 발병 이전에 미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예로 들며 중국 이외 지역에서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7일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중국대사는 CNN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기원을 밝히기 위해서는 WHO 전문가팀이 미국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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