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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252명 찬성한 아동학대살해죄, 홀로 반대한 김웅…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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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252명 찬성한 아동학대살해죄, 홀로 반대한 김웅…왜?

입력
2021.02.28 09:00
수정
2021.02.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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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살해죄 신설 법안 나홀로 반대표
"형법 원리에 안 맞고, 형량 강화 능사 아냐"
조국 전 장관에 "법 전문가 행세 하려면..."지적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학대로 아동을 숨지게 한 사람에게 살인죄보다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아동학대 살해죄’ 신설 법안이 지난 26일 99%가 넘는 압도적 찬성률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참석 의원 254명 중 99.2%인 252명이 찬성할만큼, 제 2의 ‘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을 막기 위한 처벌 강화 필요성에 여야가 공감한 것이다. 이 법안은 전에 없던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살인죄(5년 이상 징역)보다 무거운 법정형이다.

그런데 국회의원 2명은 이날 표결에서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반대표를, 같은 당 최승재 의원은 기권표를 던졌다.

김웅 “아동학대치사죄로 충분”

김 의원이 27일 페이스북에 밝힌 반대 이유를 보면, 기존의 아동학대치사죄로 처벌하면 족하고 새롭게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하는 건 형법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소 생소한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이라는 형법 개념을 소개했다. 결과적 가중범은 기존 범죄에 내포된 잠재적인 위험을 감안해 단순 과실범보다 형을 가중해 엄벌하는 범죄를 뜻한다. 김 의원은 건조물 방화 치사죄를 예로 들며 “고의적인 기본범죄(예를 들면 방화)에 전형적으로 내포된 잠재적인 위험(불의 위험성에 의한 상해, 사망)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과실범보다 ‘행위반가치’가 크기 때문에 엄하게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은 기본 범죄에 내포된 잠재적인 위험의 실현을 예견하거나 잠재적 위험을 실현하려는 고의가 있는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결과적 가중범은 '치사'죄라는 이름이 붙어 있더라도 이미 고의적 살인인 경우까지 감안해 법정형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사람을 살해하려는 고의적 목적으로 건물에 불을 지른 경우에도 살인죄가 아닌 건조물방화’치사’죄를 적용하는 건 건조물방화치사죄가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건조물방화치사죄는 법정형이 '7년 이상 징역'으로 살인죄보다 무겁다.

김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아동학대’치사’죄로도 아동학대를 통한 고의적 살인의 죄를 충분히 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처럼 아동학대살해죄를 따로 만들려면, 논리적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방화살인죄, 공무집행방해상해죄 등도 (불필요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 지적이다.

“형량 높여서 아동학대 못 막아”

다만 김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이런 법적, 논리적 정합성의 문제 제기만은 아닌 걸로 보인다. 이번에 여야가 통과시킨 아동학대살해죄는, 새로운 죄목을 신설하는 것은 물론 법정형도 ‘7년 이상 징역’으로 아동학대치사죄(5년 이상 징역)보다 높였다. 만약 새로운 죄목 신설만이 문제라면,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을 ‘7년 이상 징역’으로 올려 아동학대살해죄 신설을 대신하자고 주장했어야 하지만 김 의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린 지난달 1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사형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린 지난달 1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사형을 외치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은 아동학대 살해 범죄의 법정형 상향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인이와 같은 비극은 형량을 높이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형량을 높여서 예방할 수 있으면 법정형을 사형으로 정하면 되지 않겠냐”는 말에서 이런 생각이 묻어 난다. 김 의원은 평소에도 형량 강화만으로는 범죄 예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론을 밝혀 왔다.

김 의원은 "정인이 사건도 수사기관의 직무태만과 규정 위반도 중대한 원인이었는데 소위 ‘정인이법’은 그런 부분에 대한 통제나 감독 장치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형량 강화보다 제도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조국 겨냥해 “법 전문가 행세하려면”

김 의원은 또 “적어도 법 전문가 행세를 하려면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이 인정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살해죄가 별도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연목구어(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형법 학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말로 해석된다.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 전 장관은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의원의 반대표가 보이는 아동학대 살해죄 국회 표결 사진을 올리고는 비난조로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 유일 반대 의원은?”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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