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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연탄 3년간 말려 쓰고, 월급 90% 저축... 30억 기부한 노부부에 국민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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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연탄 3년간 말려 쓰고, 월급 90% 저축... 30억 기부한 노부부에 국민훈장

입력
2021.03.02 15:00
수정
2021.03.02 16:4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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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제10기 국민추천포상’ 46명 선정

국민추천포상 동백장을 받는 전종복(81)ㆍ김순분(73)씨 부부. 행정안전부 제공

국민추천포상 동백장을 받는 전종복(81)ㆍ김순분(73)씨 부부. 행정안전부 제공


지난해 5월 21일 ‘부부의 날’에 전종복(81)ㆍ김순분(73)씨 부부는 재산 30억원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바보의 나눔 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전씨가 갖고 온 월급 2만원 중 1만8,000원을 저금하고 2,000원으로 지내던 이들 부부는 평생을 근검절약으로 살았다. 홍수에 집이 잠겨 미리 사둔 연탄 수백 장이 물에 젖은 적이 있었는데, 노부부는 이를 버리지 않고 말려서 3년 동안이나 썼을 정도. 전씨는 “불이 잘 안 때져 냉골에서 살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투자한 토지가 국가에 수용됐고, 이때 받은 보상비를 종자돈 삼아 사둔 부동산이 제법 큰돈이 됐다. “거저 생긴 돈이라 저희 게 아니라고 여겼어요. 그래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기부하게 됐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전씨 부부를 포함해 소외된 이웃을 위해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고 희망을 전해 온 숨은 공로자 46명을 ‘제10기 국민추천포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최고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동백장은 전씨 부부와 명위진(79) 대하장학회 이사장에게 돌아갔다. 명 이사장은 자수성가한 중견기업 대표로, 장학회를 설립해 12년간 100억원을 기부하고 병원에 19억원을 후원해왔다.

서울 명동에서 50년간 구두 수선공을 하면서 모은 재산 12억원을 전남대에 기부하기로 한 김병양(84)씨, 50년간 과일을 팔아 모은 재산 200억원을 고려대에 쾌척하고 나머지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도 기부하기로 한 김영석(93)ㆍ양영애(85)씨 부부는 목련장의 주인공이 됐다. 고려대 개인 기부자로서는 역대 최고 액수다.

과일 장사를 하던 김씨 부부는 식당에서 일을 도와주고 해장국 한 그릇을 얻어먹으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1976년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상가 건물을 구매했고, 주변 건물도 하나씩 사들이며 부자의 길을 걷게 됐지만 나누는 삶에 대한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건물 임대료도 올리지 않아 20년째 장사를 하는 임차인이 있을 정도. 양씨는 “어릴 때 식모살이를 했고 남편은 16세 때부터 경기 양평에서 머슴으로 있었다”며 “궁핍한 젊은 시절을 보낸 탓에 배우지 못한 아픔이 있었는데 초교도 나오지 못한 우리가 대학에 기부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고려대에 40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김영석(93)ㆍ양영애(85)씨 부부. 사진은 양씨의 모습. 행정안전부 제공

고려대에 40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김영석(93)ㆍ양영애(85)씨 부부. 사진은 양씨의 모습. 행정안전부 제공


공무원 출신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5억원을 쾌척하는 등 지금까지 18억원을 기부한 권오록(85)씨, 1999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난현장을 다니며 27년간 자원봉사 활동을 펼친 개그맨 조정현(60)씨는 석류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국민추천포상은 봉사ㆍ기부, 인명구조, 환경보호, 국제구호 등 분야에서 국민이 대상자를 추천하면 정부가 포상하는 제도다. 10주년인 올해는 추천받은 755건 중 현지 조사, 심사위원회 심사, 국민 온라인 투표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 포상 수여식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3일 열린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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