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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때리면 커진다'… 당청 '대응 절제' 속 정세균만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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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때리면 커진다'… 당청 '대응 절제' 속 정세균만 나섰다

입력
2021.03.04 04:30
수정
2021.03.04 07:3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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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구고검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구=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구고검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구=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하는 청와대·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거듭 반기를 들었다. 2일 청와대가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윤 총장은 듣지 않았다. 하루 만에 정계 진출을 시사하며 몸집을 과시했다. 여권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항명'으로 읽고 있다.

부글부글하는 속내와 달리, 청와대와 민주당의 대응은 차분하다. 검찰과의 정면 충돌이 다음달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좋을 것 없다는 계산에 더해, 윤 총장을 몰아세울수록 '정치인 윤석열'이 커진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윤 총장의 반발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 정세균 국무총리가 '윤석열 누르기' 총대를 멨다. '행정부를 통할한다'는 명분을 갖고서다. 정 총리는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으라"고 몰아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화상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화상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차분하라" 입장 반복한 靑 '절제 속 불쾌'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 2일 청와대의 '경고'에도 윤 총장은 '강성 행보'를 이어갔다. 3일 또 다른 언론을 통해 "자리 그까짓게 뭐가 중요한가"라고 했고, 대구고검 방문으로 존재감도 한껏 과시했다. 대구고검은 윤 총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하다 좌천된 '상징적' 장소다.

청와대엔 윤 총장이 '문 대통령에게 도전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에 반발하며 "직을 건다"고 거듭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껏 절제된 대응을 하는 건 일종의 '무시 전략'이다. 청와대는 3일 윤 총장의 행보에 "어제 말씀 드린 입장이 지금까지 유효하다"(청와대 핵심관계자)고만 했을 뿐, 추가 입장을 내진 않았다.

윤 총장에게 날을 세웠다가 '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을 청와대는 우려한다. 여권 관계자는 "윤 총장의 도발을 받아주면 '윤석열 프레임'에 걸리는 것"이라며 "무대응으로 일관하자는 기류가 청와대에 강하다"고 말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왼쪽)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 옆은 김태년 원내대표. 오대근 기자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왼쪽)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 옆은 김태년 원내대표. 오대근 기자


與도 공식적 '침묵 모드'… 내부선 '부글부글'

민주당 역시 '침묵 모드'에 가까웠다.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과 '윤석열'을 한 번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윤 총장과의 정면 대결 대신 '완벽한 검수완박 법안'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오늘 비공개 회의에서 '윤 총장 발언에 일일이 대응해서 좋을 게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당내 검찰개혁특위에서 완성도 높은 법안을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충돌에 이은 검찰과의 2차 전쟁이 국민들을 지치게 해 서울ㆍ부산시장 선거에 악재가 될 것을 민주당은 걱정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선거 전엔 '검찰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자는 공감대가 이미 있었다"고 말했다. 당 차원의 거친 대응이 윤 총장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정계 진출 의향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제10기 국민추천포상' 수상자 46명에게 포상을 수여한 후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제10기 국민추천포상' 수상자 46명에게 포상을 수여한 후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면 나선 정세균… "윤석열, 직 내려놓든가"

총대를 멘 건 정세균 총리다. 정 총리는 3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총장은 검찰과 관련한 일을 국회와 이야기하는 게 옳다"고 했다. 윤 총장의 '언론 플레이'를 질타한 것이다. "윤 총장은 행정 책임자인데, 정치인 같다"고도 했다. 정 총리는 작심한 듯했다. 같은 날 JTBC 인터뷰에선 "윤 총장이 주어진 일보다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거취에 대해 대통령에 건의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가 나선 건 일종의 역할 분담으로 해석됐다. 윤 총장을 누르기도, 놔두기도 찜찜한 상황에서 정 총리가 나섰다는 시각이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와 당에 비해 정치적으로 눈치를 덜 봐도 되는 국무총리가 나서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윤 총장과 관련해) 총리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겠다"고도 말했다. 정 총리 측 관계자는 "해임 건의를 포함, 모든 법적ㆍ정치적 해법을 고민하겠다는 뜻"이라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윤 총장 태도에 달려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가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으라"고 한 것이 사실상 사퇴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은별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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