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관련 “한일협정은 개인에 대한 보상 포함” 기술도
내년 4월부터 일본 고등학교 1학년이 사용하게 될 사회과목 교과서 대다수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억지 주장이 실리게 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술은 축소되거나 삭제됐다. 일부 교과서에는 1965년 한일 협정으로 개인에 대한 보상이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입장이 기술됐다. 이는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는 효과를 고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도발과 역사교육 왜곡이 강화되면서 한일 관계는 또 다른 악재를 만나게 됐다.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 5년 전 77%→100%
일본 문부과학성은 30일 오후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고 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검정 심사를 통과한 296종의 교과서 중 역사총합(종합) 12종, 지리총합 6종, 공공(公共) 12종 등 사회 3과목 30종의 교과서 대다수에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거나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2016년 검정을 통과해 현재 사용 중인 고교 1학년 사회과목 교과서도 총 35종 중 27종(77.1%)에 독도 관련 기술이 포함됐지만 이번엔 30종 전체에 들어갔다는 점이 다르다. 2018년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2022년부터 개편되는 고교 사회과목에서 “다케시마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고 가르치라는 학습지도요령을 고시한 바 있어 이번 결과는 이미 예상됐다.
위안부 문제 분량 줄어... 징용 보상 "해결됐다" 기술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역사총합 교과서에서 다뤄졌으나 대체적으로 분량이 줄어들었고, 일부 교과서는 아예 관련 내용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기술한 교과서는 전체 12종 중 절반에 못 미쳤다. 구체적으로 다이이치가쿠슈샤(第一學習社)의 역사교과서 2종은 한반도 출신 위안부에 대해 "여성이 위안부로 전지(戰地)에 보내졌다"고 기술해 강제 여부나 동원 주체를 알 수 없도록 했다. 다만 교과서 채택률 1위인 야마카와(山川) 출판사의 역사총합 교과서는 “각지의 전장에서는 위안소가 설치돼 일본이나, 조선, 대만 점령지의 여성이 위안부로 모집됐다. 강제되거나 속아서 연행된 예도 있다”고 비교적 자세히 기술했다.
한일 관계 쟁점인 징병과 징용 등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부분 역사총합 교과서가 ‘강제성’을 인정했다. 다만 동경서적 등 일부 출판사의 역사교과서는 “한국 등 경제협력의 형태로 보상을 실시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조약(1965년 한일협정을 의미)으로 보상 문제는 개인에 대한 보상을 포함하여 해결된 것이라 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입장을 기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범죄·침략 부정하는 교과서도 통과
일본의 침략을 부정하는 듯한 교과서도 심의를 통과했다. 시미즈(淸水)서원 역사총합은 만주사변이나 중일 전쟁 등을 다룬 코너에 ‘일본의 대륙 진출’이라는 제목을 붙였고, 2차대전의 A급 전범을 심판한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의문을 제기한 메이세이샤(明成社)의 교과서도 검정을 통과했다. 도쿄재판의 타당성을 의문시하는 것은 일본 내 우익 세력이 주로 제기해 온 것이다. 한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만들었다가 문제가 많아 지난해 검정을 통과하지 못했던 중학교 역사교과서도 올해는 80여 곳을 고쳐 검정을 통과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 주장이 더욱 강하게 기술됨에 따라 양국 관계는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한일 관계가 이미 최악의 상태고 문재인 정부도 대일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어, 교과서 문제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우리 외교부는 30일 검정교과서의 역사 왜곡 강화에 반발해 소마 히로시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했는데, 지난해에는 도미타 고지 당시 일본 대사를 초치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