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장난감 기업 레고가 2000년대 초반 존폐 기로에 놓였던 때가 있었다. 특허 만료로 유사제품이 출시되고 대체재인 비디오게임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고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제품혁신과 고부가 상품 개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스마트폰을 비추면 증강현실(AR) 기술로 가상탐험 게임이 시작되고 겨울왕국 같은 인기 캐릭터를 접목한 아이들 상품을 출시했다. 또한, 세계 랜드마크 건축물, 슈퍼카 등 어른들을 위한 난이도 높은 고가 제품을 개발해 신시장을 창출했다.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온 레고의 성공방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수출환경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글로벌 교역시장은 끊임없는 제품 혁신, 새로운 수요에 대한 빠르고 유연한 대응을 요구한다. 긍정적인 면은 우리 수출이 이에 적합한 시스템을 갖춰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주력 수출품목의 고도화가 진전되고 있다.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수출은 300억 달러를 돌파해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언택트 시대 정보기술(IT) 수출의 중심 역할을 했다. 자동차는 친환경차 수출이 2015년보다 7배 증가해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 중이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폴더블 등 고부가 신제품을 출시하며 3년 연속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또한 신성장동력 품목들이 코로나19 관련 수요를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오헬스는 진단키트 등 방역 특수를 활용해 지난해 수출이 54.4% 증가하며 10대 수출품목에 진입했다. K-푸드는 홈코노미를 기회로 연간 수출 100억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고, K-뷰티도 온라인 시장을 공략해 연간 수출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런 주요 품목들의 고부가가치화, 글로벌 수요 변화에 유리한 포트폴리오에 힘입어 최근 우리 수출은 순항 중이다. 지난해 4분기 플러스 전환에 이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인 16.6%나 성장하면서 역대 3월 수출액 1위를 달성했다.
개신창래(開新創來)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길을 열어 미래를 창조한다는 의미다. 한동안 부진했던 우리 수출이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경쟁력을 토대로 새로운 환경을 기회로 만들고 있다. 이제 제조업과 IT 강국인 한국의 특성을 살려 수출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차세대 상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탄소중립과 디지털화 등 새로운 시장 질서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기술개발, 디지털 무역체제, 맞춤형 금융제공 등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잠재력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저력과 수출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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