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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S] 아이돌 그룹, 해체 대신 존속 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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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S] 아이돌 그룹, 해체 대신 존속 택하는 이유

입력
2021.04.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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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수의 그룹들이 각자도생을 꾀하면서도 그룹은 해체 없이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아 SNS,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최근 다수의 그룹들이 각자도생을 꾀하면서도 그룹은 해체 없이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아 SNS,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편집자주

[홍혜민의 B:TS]는 ‘Behind The Song’의 약자로, 국내외 가요계의 깊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 드립니다.


최근 7년 활동 끝 재계약이라는 변곡점을 맞이했던 다수의 그룹들이 영리한 행보로 팀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전속계약 만료 후 멤버들의 재계약 불발은 곧 그룹 해체를 의미했던 과거와 달리, 그룹은 존속하되 멤버들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새로운 둥지를 찾고 개인 활동을 이어가는 '선택적 팀 유지' 체제를 택하는 것이다. 이들이 각자도생을 꾀하면서도 그룹은 해체 없이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예는 소녀시대다. 소녀시대는 지난 2017년 전속계약 기간 종료 당시 멤버 중 수영 서현 티파니가 당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새 소속사를 찾아 떠난 바 있다. 현재 수영은 사람엔터테인먼트, 서현은 나무엑터스, 티파니 영은 패러다임탤런트에이전시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세 멤버의 선택이 소녀시대의 8인 체제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다. 세 사람이 새 소속사로 이적한 뒤에도 소녀시대는 여전히 (수영 서현 티파니를 포함해) 8인조 그룹이며, 멤버들 역시 매년 8월 5일이면 데뷔 일을 기념한 자축 파티를 함께 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또 최근에는 완전체 새 앨범 발매를 위한 논의까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높였다. 이는 각자의 활동을 위해 서로 다른 회사에 몸담고 있지만, 해체 대신 팀을 유지하며 완전체 활동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례다.

전속계약 만료 이후 멤버 전원이 새로운 소속사로 이적한 걸스데이 역시 팀의 해체는 없다고 못 박으며 향후 재결합 가능성은 열려 있음을 알려왔다. 같은 상황인 EXID의 하니 역시 최근 인터뷰를 통해 "EXID는 해체하지 않았다"라며 "언제든지 뭉치고 싶다. 현실적으로 모두 다른 회사다 보니 뭉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연락은 자주하고 있다"라고 팀의 존속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첫 재계약 주자로 나선 갓세븐 역시 선배 가수들의 뒤를 이어 '따로 또 같이'의 길을 택했다. 갓세븐은 올해 1월 JYP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종료 후 재계약 체결 없이 전원 새 소속사로 떠났다.

그러나 갓세븐 역시 해체하지 않았다. 리더 JB는 "공식적으로 갓세븐 해체가 아니다. 갓세븐은 해체하지 않는다. 그렇게 쉽게 정해질 만한 것이 아니"라며 멤버들과 함께 유닛 활동부터 완전체 활동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임을 알렸다.

계약 만료 이후인 지난 2월 발매된 완전체 싱글 '앙코르(Encore)'는 이 같은 행보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음원은 JYP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워너뮤직코리아를 통해 유통됐으며, 작사·작곡, 뮤직비디오 촬영 및 녹음 등 모든 작업은 각 멤버들이 분담했다. 이들은 각자의 길을 선택했음에도 발 빠르게 구체적인 완전체 활동 방향을 제시하며 새로운 활동 형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같은 멤버들의 '선택적 같이' 행보는 결국 소속사와 아티스트의 '윈윈(win-win)'을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의 경우, '해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예민하다"라며 "재계약이 불발된 뒤 팀 해체를 공식화할 경우 아티스트와 회사의 이미지가 입을 타격은 불가피하다. 팀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역시 해체 이후 팬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택한 것이 해체를 공식화하지 않고 그룹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팀 활동 종료 이후 재결합 활동에 대한 니즈가 늘어난 것 역시 이 같은 행보의 또 다른 이유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 번 그룹 활동이 끝나면 정말 '끝'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재결합에 대한 팬들의 니즈가 늘어나면서 (전속계약 종료 후에도) 해체보다는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추세다. 소속사 입장에서도,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도 '굳이' 해체를 택할 이유는 없다"라고 귀띔했다.

다만 이 같은 선택의 배경이 전속계약 종료 이후 그룹명에 대한 상표권이 아티스트에게로 귀속되기 때문이라는 일각의 추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본지의 취재 결과 현재까지도 전속계약 종료 이후 그룹명에 대한 상표권은 원소속사가 갖는다. 전속계약 종료 이후 아티스트에게 이전되는 것은 예명 상표권 등에 국한된다. 표준전속계약서에는 전속계약 종료 이후 그룹명의 상표권에 대한 명시 조항이 존재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이는 회사에 귀속되는 권리로 통용되고 있다. 이는 모든 멤버가 원소속사를 떠나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계약조항에 따른다면 멤버들이 다른 소속사로 이적 후 완전체 활동을 위해 그룹명을 사용할 경우, 원소속사와 상표권에 대한 수익구조 배분을 새롭게 진행할 것"이라며 "회사의 재량으로 별도의 수익구조 배분 없이 자유롭게 그룹명을 사용할 수 있게 할 순 있지만, 회사의 허가 없이 아티스트가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7년 차 그룹들의 재계약 시즌은 돌아왔다. '선택적 같이'를 택한 갓세븐과 재계약 체결로 가닥을 잡은 마마무에 이어 재계약을 앞둔 그룹은 레드벨벳 위너 라붐 러블리즈 등이다. '재계약' 또는 '해체'가 아닌 새로운 길이 이들 앞에 놓인 가운데, 각 그룹들이 택할 행보가 궁금하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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