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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백신 희귀 혈전증 굉장히 드물다"지만 ... 30~50대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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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백신 희귀 혈전증 굉장히 드물다"지만 ... 30~50대도 불안

입력
2021.04.11 18:40
수정
2021.04.11 23: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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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을 맡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의 잠재적 이득과 위험 비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을 맡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의 잠재적 이득과 위험 비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재개를 결정하면서 영국 기준에 따라 '30세 미만은 제외'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혈전 관련 논란이 촉발됐던 유럽은 각국 사정에 따라 나이 제한을 했지만, 우리나라는 그중 가장 제한 폭이 좁은 영국 기준에 맞춘 것이다.

유럽에서 AZ백신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희귀 혈전증이 한국에서 극히 드물다는 의학적 사실은 물론, 우리가 확보한 백신 대부분이 AZ백신이라 나이 제한 폭을 넓혀 잡긴 어렵다는 현실적 상황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 대상자를 최대한 늘리겠다는 2분기 접종계획에 차질은 불가피해졌고, 30~50대의 AZ백신 접종률이 낮아질 위험성도 거론된다.

AZ백신 부작용 '희귀 혈전증', 한국엔 아직 없다

11일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은 혈액응고장애 자문단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국내에서 AZ백신 접종 후 희귀 혈전증이 발생할 확률은 100만 명당 1.33건이란 내용이다. 자연발생률보다는 5~10배 높다. 하지만 유럽의 100만 명당 6.53건에 비하자면 낮은 수준이다.

혈액응고장애 자문단은 AZ백신의 효과 지속기간과 한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에 따라 시나리오를 만들어 AZ백신 접종의 이익과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대는 환자 발생이 적을 경우 접종 후 혈전으로 인한 위험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위험보다 높았다. 30대도 일부의 경우 혈전 위험이 코로나19 위험보다 높았다.

다른 연령대에선 혈전 위험보다 접종 이득이 훨씬 높았다. 고연령대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커졌는데, 60대는 혈전 위험보다 접종 이득이 21배에서 최고 239배에 달했고, 80대는 이 수치가 최대 1,035배까지 치솟았다. 고령자는 무조건 백신을 맞는게 더 낫다는 얘기다.

이런 결과는 20, 30대의 코로나19 치명률이 월등히 낮아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치명률은 각각 0.02%, 0.05%였으나 60대와 70대, 80대는 각각 1.22%, 6.20%, 19.85%까지 치솟았다.

여기에다 한국에선 사실상 '희귀 혈전증'이 아직 없다. 지난 7일 유럽의약품청(EMA)이 AZ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한 희귀 혈전증이란 '특이 정맥 부위에서 혈소판 감소를 동반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AZ백신 접종 후 혈전증 발생 사례가 3건 있었고 이 가운데 1건은 특이 부위라고 할 수 있는 뇌 안쪽 정맥에서 혈전증이 나타나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3건 모두 혈소판 감소는 없었다. EMA가 말하는 AZ백신 부작용 사례는 아닌 것이다.


30~50대 불안 해소 대책 나와야

그럼에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AZ백신에 대한 혈전 논란이 일면서 유럽에서는 12개국 정도가 나이제한을 도입했다. 이들 나라들은 희귀 혈전증 발생이 55세 미만 여성에서 집중됐다는 이유에서 제한 연령을 50~65세 미만으로 설정했다. 우리나라는 가장 낮은 영국의 기준에 맞춰 '30세 미만'으로 정했다.

AZ백신이 우리의 주력 백신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하지만, 소극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당장 30~50대 AZ백신 접종 대상자들이 백신에 대한 불안 때문에 접종을 거부하거나 연기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로서는 읍소할 수밖에 없다. 최은화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은 "국민들께서 혼란과 우려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이면에 숨은 백신의 이득에 대해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도 "희귀 혈전증은 굉장히 드물게 발생하고,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불안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희귀 혈전증은 접종 후 30분 이내에 발생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와 달리 증상 발생이 4주 이내로 뒤늦을 수 있다. 방역당국도 이 점을 의식해 '4주 이내 호흡곤란, 흉통, 지속적인 복부 통증, 다리의 부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 경우 의사의 진료를 받으라'는 내용을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안내문'에 추가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접종 후 한참 뒤에 증상이 나타나면 비의료진, 특히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은 이를 백신 부작용으로 감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골든타임을 놓치면 완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혈전증 여부를 확인하려면 수십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CT나 MRI 촬영을 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분기 접종 계획 수정에 대해서는 '차라리 고령층 접종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젊은 층은 치명률 등에서 나은 편이니 백신 물량도 빠듯한 2분기에 접종 대상자를 무리해서 늘리기보다는 중증, 고위험군 접종에 집중하자는 얘기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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