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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일본편, 우군없는 한국... 4년 뒤 한반도에 닥치는 후쿠시마 오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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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일본편, 우군없는 한국... 4년 뒤 한반도에 닥치는 후쿠시마 오염수

입력
2021.04.13 19:20
수정
2021.04.13 21: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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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 건강권 달린 오염수, 일본 일방적 강행
日 정부, 美 지지 등에 업고 방사능 오염수 바다에
4년 뒤 한국 근해 도달 예상... 한반도만 직격탄
한국·중국 정부, 일본에 강한 유감 표명

일본 정부는 13일 관계각료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된 오염수를 2년 후부터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그림은 오염수 처리 현황 및 향후 계획 개념도.

일본 정부는 13일 관계각료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된 오염수를 2년 후부터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그림은 오염수 처리 현황 및 향후 계획 개념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물론 일본 내 어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을 감수하고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쏟아내기로 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희석해 자국 기준치 이하로 만든 뒤 방출한다는 계획이지만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한국으로선 국민 불안이 심각해질 전망이다. 중국이나 국제 환경단체 외에는 반발하는 나라가 없는데다 미국 정부가 일본을 지지하고 있어 한국에 우군이 없는 상황이다. 주변국을 개의치 않는 일본의 일방적 행동에 한반도가 방사능 위험에 노출됐다.

일본 정부는 13일 관계 각료(장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담은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결정했다. 시점은 2년 후부터, 30~40년 동안 나눠 방류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처리수의 처분은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를 실시하는 데 있어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해양 방출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日 정부, “오염수 처리 후 희석해 배출”… 한국엔 4, 5년 후 도달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수소폭발 사고가 발생해 부서진 원자로 시설에 지하수나 빗물 등이 스며들면서 하루 14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62종의 방사성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으로 처리한 뒤 탱크에 보관 중이다. ALPS 처리 후에도 삼중수소(트리튬)는 남아 있게 돼 여기에 400~500배의 물을 희석한 뒤 농도를 기준치의 40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배출한다는 게 일본 정부 계획이다. 스가 총리는 이럴 경우 트리튬 농도가 WHO 기준치의 7분의 1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선 정부 방침을 옹호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마셔도 별일 없다”며 삼중수소 농도가 "중국이나 한국(의 원전)이 바다에 방출하고 있는 것 이하"라고 말해 빈축을 사고 있다.

2년 후 예정대로 해양 방류가 강행되면 이 물은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을 거쳐 북태평양을 돈 뒤 4~5년 후쯤 우리 근해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헬름홀츠해양연구소가 과거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류된 방사성물질인 세슘 137을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물질은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러시아 쪽으로 이동한 뒤 북태평양 해류 등을 통해 북미 연안과 적도, 아시아를 거쳐 우리나라 동해에 도착했다. 북태평양을 한 바퀴 돈 것으로, 소요된 총시간은 약 4년이다. 다만 우리나라 근해에서 검출된 세슘 137은 인체에 무해한 기준치 이하의 미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 동해 유입 과정. 송정근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 동해 유입 과정. 송정근 기자


일본에 가장 근접한 한국, 가장 불안… 미국은 日 정부 지지

러시아나 북미에 비해 우리 바다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란 의견이 있지만, 일본과 가장 가깝고 수산물 수입과 관련된 만큼 국민들의 불안은 관련국 중 가장 큰 상황이다. 이미 후쿠시마 및 인근 8개현 수산물 수입 금지가 유지되고 있지만 이날 제주연구원은 “방류가 시작되면 일본 전역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적 우려에 따라 우리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하며 “국민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차관 회의를 열고 "국민의 우려와 반대 입장을 일본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를 비공개로 불러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핵폐수’라는 표현을 쓰며 "일본의 행위는 극도로 책임감이 없고, 심각하게 국제 공공의 건강과 안전, 주변국 국민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만 원자력위원회도 유감을 표명했다.

반대 기류는 일본 내부에서도 만만치 않다.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기시 히로시(岸宏) 회장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 강력히 항의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테현 지사는 “시기상조”라고 발언하는 등 지자체장들도 불만을 표출했다. 일본의 시민단체는 성명과 집회를 통해 항의했다.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는 “오염된 물을 바다에 버리지 말라”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항의 시위가 열렸고, 후쿠시마현청 앞에서도 주민들이 집회를 열었다. 그린피스 재팬은 “후쿠시마를 비롯한 일본의 주민,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람들의 인권을 완전히 무시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미 국무부는 이날 일본 정부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과 영향을 검토하고 투명성을 갖고 결정했다”고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또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원자력 안전기준에 따른 방법을 채용한 것 같다”며 일본 정부의 안전성에 대한 주장을 신뢰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이나 중국, 대만을 제외한 캐나다, 러시아 등 다른 국가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는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진작부터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계획에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방류까지 남은 기간, 일본이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압박하고 IAEA 검증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교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 주장대로 방출된 물에 방사성물질 함유량이 국제적 기준치에 맞는지, 또 과학적으로 안전한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 정부가 IAEA 측에 해양 방류 검증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으니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국민 건강을 보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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