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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카스트로 시대’ 62년 만에 종언… 개혁·개방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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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카스트로 시대’ 62년 만에 종언… 개혁·개방의 길로

입력
2021.04.17 23:31
수정
2021.04.18 02:3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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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카스트로 총서기직 사임 공식화
형 피델부터 이어진 혁명의 시대 마감
최악의 경제난…개혁·개방 속도낼 듯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가운데)가 16일 수도 아바나에서 개막한 제8차 공산당 전당대회 첫날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공산당 총서기 자리에서 물러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아바나=EPA 연합뉴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가운데)가 16일 수도 아바나에서 개막한 제8차 공산당 전당대회 첫날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공산당 총서기 자리에서 물러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아바나=EPA 연합뉴스

쿠바가 ‘혁명의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라울 카스트로(89) 쿠바 공산당 총서기가 사임을 공식화하면서 1959년 피델 카스트로(1926∼2016)부터 62년간 이어진 ‘카스트로 형제 통치’가 막을 내렸다. 쿠바는 이제 개혁ㆍ개방의 길로 나아간다.

카스트로 총서기는 16일(현지시간) 수도 아바나에서 개막한 제8차 공산당 전당대회 첫날 개회사에서 “나는 임무를 완수했고 조국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2016년 제7차 전당대회에서 “혁명과 사회주의의 깃발을 젊은 세대에게 물려주겠다”며 차기 전당대회 때 사임한다는 의사를 밝혔던 상태다. 일당 독재 체제인 쿠바에서 공산당 총서기는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때문에 이번 총서기직 이양은 그가 정계 전면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후임자로 누구를 지지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겔 디아스 카넬(60) 대통령 겸 국가평의회 의장이 총서기직을 이어받는 건 기정사실화됐다. 2018년에는 국가평의회 의장직도 넘겨받았다. 혁명 이후인 1960년에 태어난 카넬 대통령은 일당 체제를 건드리지 않고 경제 개방을 추진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총서기가 되면 쿠바에서 60여년 만에 ‘카스트로’라는 성(姓)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피델 카스트로(오른쪽)와 라울 카스트로. 한국일보 자료사진

피델 카스트로(오른쪽)와 라울 카스트로. 한국일보 자료사진

카스트로 총서기는 이렇게 혁명의 끝을 책임졌지만, 그 이전에는 오랜 세월 형 피델 카스트로에 가려져 있었다. 혁명 과정에서도, 혁명 정부에서도 생애 대부분을 ‘2인자’로 머물렀다. 하지만 그는 피델보다 더 강경한 ‘정통파 공산주의자’로 평가받는다.

쿠바 동부 스페인 이민자 가정에서 일곱 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그는 피델과 함께 1953년 몬카다 병영 자살공격을 감행하며 혁명에 몸을 실었다. 멕시코에서 알게 된 체 게바라(1928∼1967)를 피델에게 소개한 사람도 그였다. 쿠바 혁명 당시 사령관으로 여러 게릴라전을 지휘했고, 1959년 풀헨시오 바티스타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혁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국방장관, 국가평의회 부의장, 공산당 부서기 등을 맡아 형을 보필했다.

2006년 피델의 건강이 악화한 뒤로는 사실상 통치권자 역할을 했다. 2008년 국가평의회 의장에 선출됐고 2011년엔 총서기에 올랐다. 그는 10년간 ‘사회주의 쿠바’를 상징하는 존재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내부적으로는 일당 체제를 고수하면서 실용주의 노선도 병행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이룬 것도 카스트로 총서기였다.

미국과 쿠바가 2015년 수교한 뒤 2016년 3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오른쪽)이 미 대통령으로는 99년 만에 쿠바를 방문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회담을 가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과 쿠바가 2015년 수교한 뒤 2016년 3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오른쪽)이 미 대통령으로는 99년 만에 쿠바를 방문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회담을 가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카스트로 형제와 작별하는 쿠바는 지금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관광산업 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의 제재 여파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1%나 하락했을 만큼 경제난이 심각하다. 지난 1월 25년 이상 유지돼 온 이중 통화제를 폐지하고 단일 통화제로 돌아가면서 인플레이션도 겪었다. 차기 정권에선 경제 회복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외신들은 쿠바가 올해 공기업 쇄신과 외국인 투자 유치, 민간기업 활동 보호 강화 등 개혁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다.

힘겨운 시기에 권좌를 떠나는 카스트로 총서기는 “누구도 내게 이런 결정을 강요하지 않았다”면서 “내가 살아 있는 한 조국과 혁명, 사회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강한 힘으로 내 두 발을 등자에 디딘 채 항상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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