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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엔 '사회백신'도 필요" ... 사상 최대 8400억 모은 예종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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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엔 '사회백신'도 필요" ... 사상 최대 8400억 모은 예종석 회장

입력
2021.04.20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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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회관에서 만난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다수가 소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며 어떻게 쓰이는지를 지켜보는 게 가장 바람직한 기부 문화”라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15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회관에서 만난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다수가 소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며 어떻게 쓰이는지를 지켜보는 게 가장 바람직한 기부 문화”라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코로나19로 새로운 복지 수요가 등장했어요. 코로나19가 끝난다고 사라질까요?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회 격차는 커져 복지 사각지대가 늘어날 겁니다. 민간복지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죠.”

지난 15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회관에서 만난 예종석(68)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 회장은 최근 시작한 프로젝트에다 그래서 ‘사회백신’이란 이름을 붙였다. 코로나19 같은 대형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 변화와 복지 수요에 대응해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는 얘기다.

모금회는 지난달 첫 번째 '사회백신 참여기관' 6곳을 선정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아 돌봄이 절실해진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도울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병원 못 가는 노인들을 위한 마을간호스테이션을 설치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살림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컨소시엄 등이다. 이들은 모금회 지원을 받아 복지활동에 나선다. “사회백신 프로젝트에 향후 5년간 200억 원을 투입해 새로운 복지 수요를 발굴, 지원할 계획”이라고 예 회장은 설명했다.

모금회는 기업이나 개인이 기부한 모금액을 영세한 복지기관에 배분하며 20여 년 동안 민간복지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모금회 지원을 받는 기관은 현재 약 3만 곳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민간 모금액은 연간 약 14조 원으로, 공공복지의 4분의 1 수준이다. 예 회장은 “공공복지 규모가 훨씬 크지만, 관료 조직 특성 때문에 지원금 지급이 늦어지는 등 한계가 뚜렷하다”며 “기부 활성화로 민간복지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15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15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예 회장이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기부 방식은 “다수의 국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소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며, 자신이 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부는 평생 모은 큰 돈을 특정 기관에 개인적으로 전달하는 식이 많았다.

기부자가 대개 고령이다 보니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소상히 들여다보지 못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는 걸 미덕으로 여긴 우리 문화의 영향도 크다. 복지사업을 하는 시설·단체·기관의 ‘깜깜이 회계’ 때문에 기부금이 기부자의 뜻과 다르게 쓰이거나 심지어 유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예 회장은 대한적십자사, 아름다운재단, 나눔국민운동본부 등 복지 분야 굵직한 기관을 두루 거쳤다. 그 과정에서 민간복지에 경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좋은 뜻으로 하는 ‘천사의 비즈니스’라도 영리기업처럼 투명하게 경영돼야 한다”는 게 예 회장의 지론이다.

지난해 모금회에는 8,462억 원이 모였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모금액을 기록한 건 분명 민간복지의 청신호다. 기부금을 필요한 곳에 배분하고 엉뚱하게 쓰이지 않도록 감시하며 민간복지에서 비효율과 불투명을 걷어내는 모금회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예 회장은 “어려운 학우에게 식권과 생리대를 전달하는 대학생 단체가 활성화하는 등 최근 젊은이들이 민간복지에 뛰어들기 시작했다”며 “비영리사업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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