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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김민수 검사, 50만원 벌자고 내 아들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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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김민수 검사, 50만원 벌자고 내 아들 죽였다"

입력
2021.04.20 12:15
수정
2021.04.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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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죽음 부른 보이스피싱 사기범 검거
유족, "50만원 때문에 사기...최고 형량 받아야"
"끝까지 가서 다 잡을 수 있다는 것 보여준 것"
경찰, 항공기 탑승객 사진 1만장 분석해 범인 특정
결국 100억원대 보이스피싱 조직 150명 잡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전화 금융 사기)에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취업준비생의 유족이 "고작 50만 원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고 한탄했다.

유족 김모씨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들이 사기를 당한 420만 원에 대한 가짜 김민수 검사 몫이 고작 50만 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고인은 지난해 2월 전북 순창에서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거짓 수사 압박을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칭범을 포함한 조직원 일당은 사건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내 아들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를 잡을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후 수사 당국의 끈질긴 추적으로 검사 사칭범과 해당 보이스피싱 조직원 150명이 검거됐다.

김씨는 "중간에 환전책을 잡았을 때 재판에 출석했는데 그때 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한테 피해자들이 가만히 있는 게 아니고 끝까지 가서 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런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김민수 검사 사칭범에 대해 "가짜 김민수 얼굴 한번 빨리 보고 싶다"며 "저희가 원하는 최고의 목표는 최고 형량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말 선량한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끔 저도 많이 노력했지만 정부에서 이 부분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강한 형벌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법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에는 해당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한 형사도 출연해 검거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박모선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팀장은 "사기범들에게 속아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의 사연을 듣고 굉장히 가슴이 아팠고 꼭 검거해야겠다는 생각에 밤낮없이 범인을 추적했다"고 운을 뗐다.

박 팀장은 "2017년 최초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올해 3월까지 관련 피의자들을 검거했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원 150명 이상을 검거했고 이들 모두 같은 조직에서 파생되어 생성된 조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조직의 관리자급들이 중국에 상주하며 조직을 관리했고 국내 조직원들은 범행을 했다"며 "국내 조직원들은 중국으로 넘어가서 중국 현지에서 전화 상담을 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범인에 대해서는 "검거된 조직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던 중 고급 술집에서 조직원들이 술을 마시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고 했다.

박 팀장은 "공범들을 수사하던 중에 그 사진의 주인공이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출입국 시기를 (파악한 뒤) 분석해 1만여 명의 항공기 탑승객 사진을 확보해 대조하는 방법으로 피의자를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다음 피의자가 범행 후 국내로 입국하여 동거녀 집에 은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집 앞에서 7시간 넘게 잠복한 끝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는 피의자를 체포했다"고 했다.

박 팀장은 "중국 현지에 상주하는 총책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운영자의 인적 사항을 이미 특정했고 인터폴 수배 및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한 상태이며 보이스피싱 범죄를 뿌리 뽑을 때까지 계속 추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피해액 100억원 추정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전국 52개소에서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인터넷 전화를 국내번호(010)로 변조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장치인 사설 중계기 161대를 적발했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브리핑룸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증거품이 공개되고 있다. 뉴스1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전국 52개소에서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인터넷 전화를 국내번호(010)로 변조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장치인 사설 중계기 161대를 적발했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브리핑룸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증거품이 공개되고 있다. 뉴스1

박 팀장에 따르면 이들 조직에서 거둔 범죄 수익은 1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는 벌어들이는 돈으로 명품 쇼핑을 하거나 고급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민수 검사 사칭범의 경우 약 1년 동안 범행 건수만 60~70건 확인됐다. 피해 금액은 7억 원 이상, 범죄 수익금은 2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박 팀장은 "사칭범은 자기가 검거될 것을 우려해서 동거녀나 지인 집에 옮겨다니면서 은신해왔다"며 "사칭범 검거 당시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체포에 저항하는 모습을 봤을 때 실제 죄책감을 느꼈다는 피의자의 말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박 팀장은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①보이스피싱 범죄 조직들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로 대출을 해 주겠다고 속여 이자를 송금받거나 검사나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전화를 건"며 "②그 후 명의도용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속이거나 피해자 명의 대포 통장이 개설되어 사기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속인다"고 했다.

이어 "③피해자들 계좌에 있는 돈이 합법적인 돈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가짜 금융감독원 계좌로 돈을 송금하게 하거나 물품보관함에 보관하게 하여 이를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사기관에서는 국민들을 상대로 금원을 요구하거나 물품보관함에 금원을 보관하게 하는 일은 없다"며 "이런 전화를 받는다면 즉시 112에 신고하거나 가까운 경찰서에 (연락해)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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