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이 5일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담이 열린 영국 런던에서 만났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은 1년 3개월 만이다. 한일은 수년째 이어지는 강제징용,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이어 최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까지 겹쳐 갈등만 깊어져 왔다. 특히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의 해법 마련을 고집하며 장관급 소통과 신임 주일 한국대사 면담마저 회피했던 터라 20분 짧은 만남의 의미가 적지 않다.
모테기 장관은 회담에서 1월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과 강제징용 배상을 위해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 처분이 부당하다며 우리 정부의 정치적 해법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 없이 과거사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주변국과 협의 없는 오염수 방류 결정의 부당함도 지적했다. 두 장관이 모처럼 만나 기존의 양국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친 것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장관이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한일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공감하면서 "긴밀한 대화와 소통"을 해나가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이런 공감대를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향후 생산적인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는 일본의 고압적인 태도는 바뀌어야 마땅하고, 우리 정부도 과거사 문제에서 타협 가능한 해결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한일 협력은 이날 한미일 회담과 G7 장관 공동성명에서 공히 확인한 대로 북핵 문제 해결을 축으로 한 동북아 평화 정착을 위해서도 절실한 문제다. "양국 간 의사소통을 본격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정의용) "한일 관계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모테기)는 공감대에 이어 6월 G7 정상회의에서는 물론 가능하다면 7월 도쿄올림픽에서 한일 정상이 만나 양국 관계를 화해 무드로 반전시킬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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