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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아들 추락사, 학교는 왜 두 시간 지나 부모에게 알렸나

입력
2021.05.16 12:45
수정
2021.05.16 13:5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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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청두 49중 "아들 숨졌다" 통보 후 CCTV 감춰
이틀 만에 자살 결론, "괴롭힘 없었다" 사건 종결
억울한 엄마, 아들 영정사진 안고 교문 통곡 시위?
초기 대응 의혹 투성 학교에 "자업자득" 비판 고조

중국 쓰촨성 청두의 49중 정문 앞에서 10일 엄마가 아들의 영정사진을 안고 오열하고 있다. 전날 16세 아들이 교내에서 의문의 추락으로 숨졌는데도 CCTV 공개는커녕 학교 출입을 막은 것에 대한 항의표시다. 웨이보 캡처

중국 쓰촨성 청두의 49중 정문 앞에서 10일 엄마가 아들의 영정사진을 안고 오열하고 있다. 전날 16세 아들이 교내에서 의문의 추락으로 숨졌는데도 CCTV 공개는커녕 학교 출입을 막은 것에 대한 항의표시다. 웨이보 캡처

중국 ‘어머니의 날’이던 지난 9일. 쓰촨성 청두 49중에 다니는 16세 린(林)군은 오후 5시 50분쯤 학교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여느 때처럼 일요일 자율학습이 시작됐다.

평범하던 일상은 3시간 만에 깨졌다. 오후 8시 44분쯤 어머니 루(魯)씨에게 “아들이 숨졌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갑작스런 비보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러 담임교사와 학교에 연락했지만 모두 불통이었다.

학교로 뛰어갔다. 하지만 교문을 걸어 잠근 채 부모의 출입을 막았다. 교내 폐쇄회로(CC)TV를 보여달라는 요구도 거절했다. 자정이 지나서야 경찰서와 병원을 찾아 아들의 죽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 측은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9일 오후 6시 40분경 학생이 건물 고층에서 뛰어내려 즉시 120에 신고했다. 응급구조대가 도착했지만 이미 숨져 있었다. 공안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올렸다. 추락사 이후 두 시간이 지나서야 부모에게 알린 것이다.

관할 교육청은 11일 “체벌이나 모욕, 괴롭힘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개인적인 이유로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단정했다. 공안, 정법위 등과 합동조사 결과 “타살 흔적이 없다”며 이틀 만에 사건을 종결지었다.

중국 청두 49중이 16세 린모군 추락사 다음 날 웨이보에 발표한 내용. "9일 오후 6시 40분경 학생이 건물 고층에서 뛰어내려 즉시 120에 신고했다. 응급구조대가 도착했지만 이미 숨져 있었다. 공안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적혀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 청두 49중이 16세 린모군 추락사 다음 날 웨이보에 발표한 내용. "9일 오후 6시 40분경 학생이 건물 고층에서 뛰어내려 즉시 120에 신고했다. 응급구조대가 도착했지만 이미 숨져 있었다. 공안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적혀 있다. 웨이보 캡처

미심쩍은 상황에 부모는 오열하며 분개했다. 아들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학교 정문 앞에 주저앉아 CCTV라도 보여달라고 통곡했지만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경찰도 냉담하긴 마찬가지였다. 교사와 학생들마저 접촉을 피하면서 진실을 알 도리가 없었다. 하소연이라도 하려고 웨이보에 억울한 사연을 올리자 조회수는 이틀 만에 19억3,000만 회를 넘어서며 여론이 들끓었다.

그제야 학교가 태도를 바꿨다. 마지못해 부모에게 CCTV를 보여줬다. 아들은 오후 6시 10분쯤 교실을 빠져나와 배관실 외진 곳에서 칼로 손목을 그었다. 추락한 곳은 실험실과 체육관 건물 사이 4층 연결통로였다. 하지만 CCTV 사각지대인 탓에 사망 전후 10분간의 행적은 확인할 수 없었다.

지난해 부임한 27세 담임교사는 “제자의 죽음에 너무 놀란 데다 사건 당일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와 부모에게 연락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학교는 “4,000여 명의 학생들 동요를 막기 위해 부모의 진입을 차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사이 “학교가 시신을 불태웠다”, “화학교사가 황산을 뿌려 옥상에서 밀었다” 등 온갖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논란이 커지자 공안은 “가족에게 수사결과를 통보했고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은 “초기에 신속하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학교가 비판받는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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