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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굴된 몽골 공룡 화석 돌려준 한국

입력
2021.05.29 08:10
수정
2021.06.04 13:3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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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원 최초, 외국 문화재 피해국 반환 사례
양국 관계 공고히 하고, 문화국가로서 위상 높여?
타국에 불법 반출 문화재 반환 요청 명분도

편집자주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들과 문화재 전문가들이 그동안 잘 몰랐던 국외문화재를 소개하고, 활용 방안과 문화재 환수 과정 등 다양한 국외소재문화재 관련 이야기를 격주 토요일마다 전합니다.


반환된 공룡화석 총 11점 중 네이멍구 고비사막에서만 발견되는 대형 육식공룡인 ‘타르보사우르스 바타르’ 화석의 두개골 부분이다. 권순철 전 대검 국제협력단장 제공

반환된 공룡화석 총 11점 중 네이멍구 고비사막에서만 발견되는 대형 육식공룡인 ‘타르보사우르스 바타르’ 화석의 두개골 부분이다. 권순철 전 대검 국제협력단장 제공

지난 2017년 4월 7일 오후 대검찰청은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NDFC) 회의실에 우리나라 국기와 몽골 국기 사이로 커다란 공룡이 그려진 현수막이 걸리고, 7,000만 년 전의 공룡 화석이 진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공룡 화석은 몽골에서만 발견되는 대형 육식공룡 ‘타르보사우르스 바타르’, 초식공룡 ‘프로토케라톱스’ 등이었다. 한국과 몽골의 대검 차장검사, 주한 몽골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몽골에서 국내로 불법 반입된 몽골 공룡화석을 몽골에 다시 반환하는 행사가 개최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외국 문화재를 해당 국가에 최초로 반환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지난 2017년 4월 7일 대검찰청에서 한국과 몽골 양국의 대검 차장검사, 주한 몽골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에, 몽골 공룡화석의 반환식이 개최됐다. 권순철 전 대검 국제협력단장 제공

지난 2017년 4월 7일 대검찰청에서 한국과 몽골 양국의 대검 차장검사, 주한 몽골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에, 몽골 공룡화석의 반환식이 개최됐다. 권순철 전 대검 국제협력단장 제공


범죄 증거물로 검찰로 온 몽골 공룡화석

일명 ‘바타르’ 공룡은 유명한 3D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공룡이다.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가 붉은 영웅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니, 바타르 공룡화석은 몽골인들에게는 ‘영웅’인 셈이며 몽골 민족의 혼과 같은 중요 국가문화재다.

박물관이 아닌 검찰에 왜 공룡화석이 등장하게 되었을까. 검찰은 수사기관이고, 검찰에 보관되는 물건은 형사 범죄와 관련된 증거물, 압수물이다. 이 공룡화석이 범죄의 증거물로 보관된 압수물이라는 뜻이다. 2014년 5월 한국인 문화재 밀매업자들이 몽골인에게 돈을 주고 고비사막에서 공룡화석을 도굴했다. 이들은 화석 반출을 엄격히 금지하는 몽골 정부에는 유목민 천막인 ‘게르’라고 속이고 중국을 거쳐서 국내로 들여왔다. 밀매업자들 간 금전 분쟁으로 검찰에 횡령으로 고소를 하면서 드러났다. 담당 검사는 분쟁 대상이 공룡화석이라는 특이점을 발견하고 대검에 이를 보고했다.

대검 국제협력단은 몽골 대검에 사실조회를 실시했다. 몽골은 자국의 문화재보호법상 몽골에서 발굴된 모든 공룡 화석은 국가 소유이며, 몽골에서 외부로 이를 반출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을 확인해 주면서, 몽골 공룡화석으로 밝혀질 경우 자국으로 반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일단 검찰은 임의 제출 방식으로 공룡화석들을 압수하고, 문화재청의 협조를 받아 국립과천과학관에 보관 조치했다. 검찰은 공룡화석들의 처리 방향을 놓고 법리 검토와 함께 주무 부처인 문화재청과 협의를 시행하였다.

불법 반출 자명... 반환 거부 명분 없어

피해국인 몽골에 반환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문화재청은 불법 반출이 명확하게 입증되는 이 사건에서 반환을 거부한다면 우리가 타국가에 문화재 반환을 요구할 명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불행한 역사 속에서 수많은 문화재를 강탈, 도난당했지만 피해 경위를 입증하지 못해 환수하지 못한 문화재가 많은 우리였다.

당시 유사 사례를 확인해 보니, 2013년 미국 연방 검찰이 불법 반입된 바타르 1점을 몽골에 반환하였는데,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임시 전시회에 몽골 전체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46만 명이 관람했다. 몽골이 바타르 공룡에 상당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몽골의 중요 문화재를 몽골에 반환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몽골 양국 사이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문제는 반환을 하는 법률상 근거와 방식이었다. 양국 모두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일명 유네스코 협약)'의 당사국으로서, 이 협약에 따라 불법 반출된 문화재를 적법한 소유자에게 조기 반환되도록 상호 협력하면 됐다. 그런데 자국법인 문화재보호법 제20조가 '대한민국이 가입한 문화재 보호에 관한 국제조약에 가입된 외국의 법령에 따라 문화재로 지정·보호되는 문화재는 조약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호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공룡화석과 같이 국가가 문화재로 지정하는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매장 문화재는 우리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반환하기에는 법률상 매끄럽지 않은 점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형사법 절차에 따라 범죄 증거물이나 피해품을 소유자, 피해자에게 반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의2 제1항은 '검사는 사본을 확보한 경우 등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압수물 및 증거에 사용할 압수물에 대하여 공소 제기 전이라도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또는 제출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환부 또는 가환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수사기관은 해당 수사가 종결되면 압수물을 소유자에게 환부해야 하므로, 검찰은 수사가 종결되는 대로 소유자로서 권리자인 몽골 정부에 반환하면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이에 따라 압수물 처분 형식으로 2017년 4월 7일 몽골 정부에 공룡화석을 반환했다.

감사함 표현한 몽골 정부... 장기 임대 결정

반환하긴 했지만 수확도 있었다. 이 공룡화석은 여러 가지 면에서 큰 가치가 있었다. 사실 국내 박물관에는 공룡화석 원본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반환한 공룡화석 중 바타르 화석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거의 전 부위의 뼈 화석이 그대로 남아 있고 보존 상태가 매우 우수하여 국내 연구 및 전시 가치가 매우 높은 화석으로 평가되었다. 우리는 몽골 정부 측에 국내 기관에 연구·전시 등의 목적으로 임대할 의사가 있는지 수회 타진하였고, 이에 몽골 정부는 자국의 중요 문화재인 공룡화석 반환에 깊은 감사를 표시하면서 한몽 양국 간 우호 증진을 위해 공룡화석 전체를 우리나라에 장기 임대하기로 결정해 주었다. 현재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일반에 선을 보일 날도 멀지 않았다.

바타르 화석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거의 전 부위의 뼈화석이 그대로 남아 있고 보존 상태가 매우 우수해 연구 및 전시 가치가 매우 높은 화석으로 평가된다. 권순철 전 대검 국제협력단장 제공

바타르 화석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거의 전 부위의 뼈화석이 그대로 남아 있고 보존 상태가 매우 우수해 연구 및 전시 가치가 매우 높은 화석으로 평가된다. 권순철 전 대검 국제협력단장 제공


정부 차원 최초 외국 문화재 피해국 반환... 우리도 요청 명분 생겨

2017년 몽골 공룡화석 반환 사례는 우리가 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외국의 문화재를 피해국에 반환한 사례로서 인류 보편자산인 문화유산 보호에 기여하는 문화국가로서의 위상을 높였다고 할 수 있고, 우리가 피해국으로서 다른 나라에 우리 문화재의 반환 요청을 하는데 명분이 강화되었다는 의의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여기에서 더 나아가 우리의 문화재 보호 정책을 위해 특히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 정책에도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고 할 것이다.

첫째, 정부 기관 간 긴밀한 공조와 협업의 중요성이다. 몽골 공룡화석 반환 여부는 문화, 외교정책의 관점으로 결정되었고 그 방식은 검찰의 형사법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유관 부서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조로 가능한 일이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관련 전문지식, 국제동향 등을 검찰에 제공해 주었고, 압수물 환부신청사건에 도움이 되는 의견을 제공해 주기도 하였으며, 자칫 멸실되기 쉬운 화석의 적정한 보관 장소도 중개해 주었다.

사실 이 사건에 있어서 문화재청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 검찰이 압수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압수물 처분에 신중을 기하게 된 것은 문화재청의 심도 있는 의견 덕분이다. 몽골공룡 화석이 문화재로서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우리나라 문화재 정책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문화재청의 검토와 의견 표명이 없었더라면, 검찰은 보통의 형사사건으로 마무리했을 것이다.

둘째, 문화재 보호 정책에는 다양한 해결 방식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몽골 공룡화석 반환은 범죄 증거물이나 피해품, 범죄수익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여 해결되었다. 외교적 수단에만 의존하는 문화재 환수 문제를, 형사 절차로 접근하여 대책을 강구함으로써 더욱 효율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이 문화재 반환을 어느 나라보다 활발하게 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연방도품법과 민사몰수제도 때문이다. 특히 민사몰수 제도는 범죄자에 대한 유죄판결을 전제로 하는 형사몰수와 달리 유죄판결이 없어 범죄수익 자체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범죄수익 환수에 매우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호조태환권 원판, 조선시대 왕실 인장(어보)을 미국으로부터 반환받은 것도 미국의 이러한 제도가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들은 다른 절차들에 비해 매우 단기간 내에 해결된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국제관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성실하게 관계를 구축하고, 보다 장기적인 전략이 주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특히 몽골 검찰과는 2000년 업무협력 MOU를 체결하였고 몽골 역시 아시아·태평양 범죄수익환수 네트워크(ARIN-AP)의 주요 회원국이어서 양국 검찰 사이의 원활한 협의가 가능했다.

이를 계기로 문화재 보호는, 여러 부처가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세우고 부족한 법적, 제도적인 장치들을 보완하면서 차근차근 접근해 가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임을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권순철 변호사(전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

권순철 변호사(전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



권순철 변호사(전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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