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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특별해? 난 최선을 다해 평범해질거야"

입력
2021.05.29 1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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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넷플릭스 '스페셜'

편집자주

극장 대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작품을 김봉석 문화평론가와 윤이나 칼럼니스트가 번갈아가며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한국일보> 에 연재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페셜'은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작가 라이언 오코넬이 자신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대본을 쓰고 직접 출연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페셜'은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작가 라이언 오코넬이 자신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대본을 쓰고 직접 출연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를 보던 중이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상구 역을 연기한 이제훈 배우가 매 회차의 대본을 읽으며 울었다는 인터뷰를 보고 각오했음에도, 유품에 얽힌 사연에 마음이 아파 나 역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을 산재로 떠나보내고 울지도 못하고 가슴 치는 부모를 보며 대신 울지 않는 법을 나는 모른다. 하지만 중간에 이런 대사가 나오자 눈물이 쑥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루는 모자란 게 아니라 특별한 거라고요!"

탕준상 배우가 연기한 한그루라는 인물은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자폐 스펙트럼 내의 장애를 지닌 스무 살 청년이다. 관심 분야가 한정되어있고 공감능력이 떨어지지만, 천재적인 암기 능력과 집중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하는 이 청년을 '특별하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장애로 인해 발현되는 특징이 보편의 기준에서 재능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특별하다고 말해도 될까? 장애를 혐오하거나 연민하는 태도와 장애를 특별함으로 여기는 태도는 얼마나 다른 것일까? 나는 이런 질문들을 안고, 잠시 멈춰 '특별하다'는 단어를 들을 때면 떠오르는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역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스페셜'이다.

'스페셜'은 뇌성마비 장애인인 작가 라이언 오코넬의 회고록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라이언 오코넬은 '스페셜'의 원작자이자 프로듀서이고, 대본을 쓴 작가이며 동시에 주인공 라이언을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 원작인 회고록의 제목은 '나는 특별해: 그리고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하는 또 다른 거짓말들'이다. 장애가 한 사람을 더욱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는 의미의 대사를 들었을 때 떠올린 문장이 바로 이 회고록의 부제였다. "너는 특별해"라는 말은 있는 그대로의 칭찬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수자를 향한 이해와 연민의 제스처를 '특별'이라는 단어 안에 감추어 두고 건네진다. 물론 어떤 순간에는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나는 특별해"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이언 오코넬은 말한다. 그건 거짓말이라고. '스페셜'은 장애인이며 게이인 한 남성이 최선을 다해서 평범해지려는, 절대 특별해지지 않으려는 이야기다.


'스페셜'은 장애인이며 게이인 한 남성이 최선을 다해서 평범해지려는, 절대 특별해지지 않으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 제공

'스페셜'은 장애인이며 게이인 한 남성이 최선을 다해서 평범해지려는, 절대 특별해지지 않으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 제공

2019년에 공개된 첫 시즌의 첫 에피소드는 씩씩하게 걷고 있던 라이언이 넘어지면서 시작된다. 돌부리에 걸리지 않더라도 흔하게 있는 일이다. 그가 넘어졌다 일어나 다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한 아이가 걱정스럽게 말한다. "걷는 게 이상한데 병원에 가보세요, 아저씨!" 라이언이 대답한다. "이건 뇌성마비라는 거야."

인상적인 오프닝 후, 라이언은 한 인터넷 언론사에 무급 인턴 기자로 일을 시작한다. 공교로운 우연이 겹치면서 동료들은 그의 불편한 몸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해하게 되고, 설명하기 복잡하고 편견의 꼬리표가 붙기 쉬운 장애보다는 후유증이 더 나으리라는 판단으로 거짓말을 선택하면서 라이언의 사회생활은 점차 복잡해져 간다. 회사에서 만난 킴(푸남 파텔)과 친구가 된 뒤 혼자서 삶을 꾸려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에 찬 그는, 평생 떨어져 본 적 없는 엄마로부터의 독립까지 감행한다. 동성에게 성적인 끌림을 느끼는 라이언의 게이로서의 삶도 독립생활과 함께 펼쳐진다.

소수자로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일에 적응하고,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라이언은 쉴 새 없이 문제와 부딪힌다.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소동과 사건들을 좌충우돌이라는 뻔한 사자성어로 표현한다면, '스페셜' 속 라이언에게 이 부딪힘은 물리적이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넘어지고 부딪히는 순간'은 육체의 자유가 제한된 장애인에게 은유일 수 없다.


라이언은 무급 인턴 기자로 일하게 된 인터넷 언론사에서 동료 킴을 만나 친구가 되고, 엄마로부터의 독립까지 감행한다. 넷플릭스 제공

라이언은 무급 인턴 기자로 일하게 된 인터넷 언론사에서 동료 킴을 만나 친구가 되고, 엄마로부터의 독립까지 감행한다. 넷플릭스 제공

이 작품의 장점은 표현하기 어렵고 미묘한 이 모든 일, 장애가 만드는 어색하고 불편한 시간마저 당사자의 코미디로 승화시킨다는 것이다. 장애 그 자체를 우스꽝스럽게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페셜'의 코미디는 상황이 만든다. 상황을 비틀면서 소수자의 입장에서 장애와 성 정체성, 인종과 성별의 권력 차를 꼬집는다. 라이언이 교통사고 후유증이라는 거짓말을 하자마자 그를 무능하다며 무시하던 사람들이 급작스럽게 위로하며 환대할 때, 마른 백인 여성들이 유색 인종에 플러스 사이즈인 킴을 "나의 몸을 긍정하게 해주었다"고 찬양할 때 터져 나오는 웃음은 분명히 쓴웃음이다. 하지만 특유의 독특한 리듬감과 상황에서 생겨나는 웃음 또한 생생히 살아 있다. 라이언 오코넬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커밍아웃한 게이인 벅 앤드루스를 동일한 장애를 지닌 인물로 시즌2에 캐스팅하는 것으로, 소수자 역할을 소수자가 연기하는 일의 중요성 또한 보여주었다. 이런 측면으로 본다면 '스페셜'은 특별하기에 앞서 희귀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2년 만인 지난 20일 공개된 두 번째 시즌은 회당 분량을 첫 시즌의 두 배인 30분으로 늘리면서, 라이언뿐만 아니라 라이언의 엄마 캐런(제시카 헤트), 그리고 직장 동료에서 베스트 프렌드가 되는 킴의 이야기까지 더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라이언을 향해 "너는 특별해"를 주문처럼 외우던 캐런이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조금 어려워졌을 수는 있지만 너는 그보다 더 큰 즐거움을 줬어"라고 말하게 되는 변화는 라이언의 성장만큼이나 뭉클하다. 누군가 이 작품을 시작하려 한다면 캐런이 중심이 되는 에피소드를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다.


라이언은 사랑과 연애, 이별, 직업인으로서의 성취와 좌절, 관계의 변화와 상실, 그 모든 것을 몸과 마음으로 겪어내며, 성장한다. 평범한 우리가 모두 그러하듯이. 넷플릭스 제공

라이언은 사랑과 연애, 이별, 직업인으로서의 성취와 좌절, 관계의 변화와 상실, 그 모든 것을 몸과 마음으로 겪어내며, 성장한다. 평범한 우리가 모두 그러하듯이. 넷플릭스 제공

하지만 '스페셜'을 가볍게 보기 좋은 작품이라고 추천할 수는 없다. 그것이야말로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라이언 오코넬의 표현에 따르면 "화면에 나온 적이 없는 육체"가 등장하고, 그들이 자신의 욕망과 욕구에 따라 움직인다. 라이언은 작품 속에서 상당히 자주 이기적이고, 못된 행동을 한다. 장애가 나의 전부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가까운 사람 앞에서는 자기의 약한 부분을 내세워 공격하고 또 방어한다. 하지만 원래 인간은 그런 존재다. 라이언 오코넬은 바로 그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소수자가 '특별하고 사랑스럽고 호감이 가는' 존재로만 살아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정상성이 수호되는 세계 속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이분법으로 인물을 바라보면, 후자가 좋은 말로 했을 때 '특별한' 존재가 된다. 하지만 '스페셜'은 말한다. 어떤 일도 쉽게 풀리지 않는 복잡하고 어려운 세계 속에 사는 문제가 있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비슷하게 평범한 존재라고. 내가 특별하다면 당신도 그만큼 특별하고, 내가 낯설고 불편하다면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니까 견뎌보라고.

첫 시즌은 라이언이 자신의 장애를 고백하고, 장애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마무리되지만, 시즌2에서 이별을 겪은 라이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 장애를 받아들이지만, 세계는 나를 처치 곤란으로 여기죠." 장애를 받아들이고 나 자신이 된 뒤에도, 세계의 시선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라이언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몸과 마음으로 겪어내며, 성장한다. 평범한 우리가 모두 그러하듯이. 사랑과 연애, 이별, 직업인으로서의 성취와 좌절, 관계의 변화와 상실, 그 모든 것을 겪고 나서 엄마 캐런에게 건네는 이 말은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 둘 다 위대하고 멋진 삶을 살 권리가 있어요." 우리가 이런 권리를 가질 수 있다면, 그건 우리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그저 우리가 계속 살아야 하는, 살면서 위대하고 멋진 것을 욕망하고 또 이루어도 되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라이언이 자신의 장애를 고백하고, 장애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내용의 시즌1을 선보인 '스페셜'은 이번에 공개된 시즌2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넷플릭스 제공

라이언이 자신의 장애를 고백하고, 장애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내용의 시즌1을 선보인 '스페셜'은 이번에 공개된 시즌2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넷플릭스 제공

라이언 오코넬은 '스페셜'을 총 3시즌으로 기획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다음 시즌 제작 취소를 통보했고, 그래서 피날레 시즌이 된 시즌2의 마지막 에피소드 제목은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정해졌다. 캐런은 라이언과 평생을 살았던 동네의 작은 집을 떠나 이사를 하고, 킴은 백인 남자들이 만든 스타트업 언론사의 '유색인종 홍일점'으로 남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회사를 차린다. 라이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제 사람들에게 편한 존재가 되는 데 관심 없어요." 그리고 다시 걷는다.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이제 이들의 삶은 어딘가에서 이어질 것이다. 장애를 '극복'하고 대단한 성취를 이루거나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주는 특별한 인물로도, 편하고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며 '우리' 곁에 있느라고 우리가 되지도 못하는 장애인으로도 남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좌충우돌하고, 그저 나 자신으로 살아가려고 애쓰면서. 특별한 건 라이언이 아니다. 바로 이런 이야기다. 거짓말보다는 진실에 가까운, 이전에는 없었던, 끝난 뒤에도 어디선가 이어질 거라고 믿게 되는 이야기. 혹시 취향이 아니고 기대만큼 재미있지 않아서 중간에 멈추게 되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만나는 일에는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윤이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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