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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점 11개 성공시킨 대학생 "어른들 말 들었으면 벌써 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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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점 11개 성공시킨 대학생 "어른들 말 들었으면 벌써 망했죠"

입력
2021.06.0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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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다니면서 2년 만에 체인점 11개?
창업 관련 서적 탐독하면서 창업 준비?
"원칙을 용기 있게 실천한 것이 성공비결"


경북대학교에 재학 중인 구교찬씨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샐러드 직영점 2곳과 체인점 9개, 햄버거 가게 1곳을 열었다. 그는 “세상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제 스스로에게 솔직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원 기자

경북대학교에 재학 중인 구교찬씨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샐러드 직영점 2곳과 체인점 9개, 햄버거 가게 1곳을 열었다. 그는 “세상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제 스스로에게 솔직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원 기자


경북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구교찬(26)씨는 ‘경북대 백종원’으로 통한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샐러드 직영점 2곳과 체인점 9개, 햄버거 가게 1곳을 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성과를 2년 만에, 그것도 학교 공부와 병행하면서 이뤄냈다는 점이다. 부모님에게 큰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대목에도 방점을 찍을 만하다. 처음 가게를 열 때 지원받은 인테리어 비용 1,000만원이 전부다. 구씨는 "군대에서 제대한 후 서울에서 2년 동안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한 것도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 창업 정보를 담은 책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면서 "실전 경험과 방송으로 접한 백종원의 조언, 실용서 탐독 등이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씨가 처음 샐러드 가게를 연다고 했을 때 부모님을 비롯해 대부분 반대했다. "어떤 메뉴라도 술을 팔아야 돈이 남는다", "홍보가 제일 중요하다", "학생이 무슨 샐러드냐" 등의 조언을 던지는 이들도 많았다. 결론적으로 다 틀렸다. 구씨는 "마음만 감사하게 받고 조언은 따르지 않았다"면서 "실제로 사업을 해보니 역시나 무익한 말들이 대부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 것은 두 가지였다. 백종원이 각종 방송에서 밝힌 음식과 장사에 대한 식견과 철학, 그리고 창업에 성공한 이들이 쓴 책들에 담긴 정보들이었다. 구씨는 "성공한 선배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들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더니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났다"고 밝혔다.

가게를 얻을 때부터 주변의 편견과 싸웠다. 먹거리촌이 형성된 경북대 북문은 언감생심이었다. 돈에 맞추어 가게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가게가 있다는 말에 당장 계약을 하려고 했지만, 공인중개사가 말렸다. "들어오는 사람마다 망하는 자리"라는 거였다. 그러나 계약을 강행했다. 목이 좋지는 않아도 도로 건너에 여학생 비율이 높은 경상대학과 로스쿨이 있어서 고객 확보에 용이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결국 그의 생각이 옳았다. 책에서 배운 위치선정 원칙을 충실하게 적용한 결과였다.


구교찬씨의 샐러드 가게는 경북대 경상대학과 로스쿨을 마주 보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번화가는 아니지만 고객 확보에 용이할 것이란 판단에 가게를 이곳에 열었다. 김광원 기자

구교찬씨의 샐러드 가게는 경북대 경상대학과 로스쿨을 마주 보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번화가는 아니지만 고객 확보에 용이할 것이란 판단에 가게를 이곳에 열었다. 김광원 기자


식당을 열고 나서도 홍보를 하지 않았다. 품질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급선무라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품질에 대한 고집은 본인의 체험에서 비롯됐다. 서울에서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인스턴트 음식과 야식을 즐겨 먹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그때 서점에 들러 건강과 관련된 책을 구매해 읽었다. 공통된 내용은 '네가 먹는 것이 곧 너다(You are what you eat)'는 것이었다. 여러 전문가의 조언대로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먹으면서 건강을 회복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진짜 좋은 음식이 샐러드 바의 본질이라고 믿고 그 부분에 집중 투자한 것이었다.

홍보의 허와 실을 꿰고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서울에서 편의점과 햄버거 가게 점원을 비롯해 노점상 운영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중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 마케팅회사 근무였다. 그곳에서 '소비자 기만'에 가까운 마케팅을 너무 자주 접했다. 내용은 없는데 홍보만 그럴싸하게 나가길 원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회사에서는 그런 광고를 거르지 않고 수주했다. 회사 구성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사장이 자리를 비우면 시간 때우기가 일상이었다. 구씨는 "실속 없이 마케팅에만 치중하면 내부 직원들의 의욕까지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홍보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했다. 가게 문을 열고 넉 달쯤 지나자 SNS 등에 손님들의 호평이 담긴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손님들은 직접 메뉴를 제안하기도 했다. 고객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음식을 만들고 SNS에 매일 당일 메뉴를 게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 가게들에서 "홍보 하나는 끝내주게 하는 식당"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구씨는 "지금도 홍보보다 품질이 우선"이라면서 "홍보는 바람이 불면 돌아가는 바람개비 같은 것이어서 좋은 바람이 먼저다"고 말했다.

"훌륭한 조언을 바탕으로 원칙을 세우는 것만큼 그 원칙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저런 말에 흔들리면 무너져요. 위치 선정, 홍보, 소비자와의 소통 등 책에서 배운 것들을 용기있게 실천해 나간 것이 샐러드 가게를 성공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씨는 거창한 목표가 따로 없다. 그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자는 결심이 전부다.

"서비스직이 체질입니다. 세상은 우리 세대에게 공무원, 대기업을 최고라고 몰아붙이지만 저는 요식업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면모들이 너무 좋아요. 세상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제 스스로에게 솔직한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모든 조언을 꼭 받아들일 필요는 없고, 순수함을 잃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10년만 버티면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될 거란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2년 동안 알바로 세상을 배우긴 했어도 사업 초반에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어요. 기대 이상의 성공이죠. 설사 실패했다 해도 후회하지 않았을 거예요. 성공이든 실패든 우리에겐 모두 자산이 되는 거니까요. 우린 아직 젊잖아요!"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박은솔 이채연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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