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스웨트'·극단 파수꾼 '7분'·정영두 '제7의 인간'
아무리 자본소득이 중요해졌다지만 노동의 가치는 신성하다. 이달 무대에선 노동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잇따라 오른다.
국립극단이 18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은 이미 제목에 주제가 또렷하게 각인돼 있다. 노동자가 주인공인데, 땀엔 힘겨움이 농축돼 있다. 고된 노동강도 때문만은 아니다. 무너져버린 노동자들의 관계와 반목 탓이다. 미국 극작가 린 노티지의 2015년 희곡이 원작으로, 2017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동료 신시아와 트레이시는 신시아가 관리자로 승진하면서 관계에 금이 간다. 신시아는 어느새 동료에게 해고의 칼날을 겨누는 처지가 된다. 노사대립과 노동계급의 분열, 인종차별 이슈가 관록의 배우 박상원 등의 연기로 펼쳐진다. 안경모 연출은 "우리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는 것인지, 노동 상실로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파괴되는지, 나아가 극한의 상황에서도 연대가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연됐으나 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 열렸고, 올해가 첫 오프라인 공연이다.
극단 파수꾼이 16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아트원씨어터에서 국내 초연하는 연극 '7분'(연출 이은준)은 근로조건을 둘러싼 노동자들의 팽팽한 심리전을 다뤘다. 이탈리아 극작가 스테파노 마시니의 희곡이 원작인데, 실제 프랑스 노동현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극 제작의 동기가 됐다. 2016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7분'에 등장하는 배우 11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퇴장 없이 섬유회사 노동자를 연기한다. 이들은 수백 명에 이르는 다른 동료들을 대표하는 자들이다. 회사는 11명에게 충격적인 제안을 하는데, 극 제목과 관련이 있다. 11명은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한다. 회사가 매각되면서 인력조정의 위협을 느낀 직원들의 고민도 배어 있다.
정영두 안무가의 현대무용 '제7의 인간'은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몸으로 들려준다. 노동자가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이유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이리저리 표류하는 삶을 역동적인 춤으로 표현한다. 이 무용은 영국 작가 존 버거가 유럽의 이주노동자 생활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록한 동명의 저서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제7의 인간'은 헝가리 시인 아틸라 요제프의 시 제목이기도 하다.
4일부터 이틀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제7의 인간'은 2010년 초연 당시 '올해의 베스트 무용작품'에 꼽혔던 작품이다. 올해는 무려 11년 만의 재연이다. 큰 틀은 유지되지만 적잖은 분량이 수정, 보완됐다. 정 안무가와 무용수들은 공연을 준비하며 심도 깊게 이주노동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정 안무가는 "노동자를 다루지만 이념적인 메시지나 판단은 배제했다"고 밝혔다. 서울 공연 이후 경기 고양아람누리(11ㆍ12일)와 구리아트홀(18ㆍ19일) 무대에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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