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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들 저렇게 많은데..." 민주당엔 왜 '제2 이준석' 안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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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들 저렇게 많은데..." 민주당엔 왜 '제2 이준석' 안 나올까

입력
2021.06.04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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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들의 당권 도전이 지금의 이준석을 만들었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3일 ‘이준석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85년생 원외 정치인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지난달 국민의힘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미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정치권엔 많았다. 1970년대생 초선인 김웅·김은혜 의원이 연달아 도전장을 내며 국민의힘 당권 경쟁은 신구(新舊) 세대 대결 구도가 됐고, 흥행에 성공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1위로 예비경선을 통과했다. 여권 관계자는 “보수 혁신에 대한 갈망, 소장파 초선그룹의 등장, 이준석이란 돌출적 인물이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졌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황이 다르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치러진 5·2 전당대회는 새 인물·혁신·흥행이 없는 ‘3무 대회’로 불렸다. 또 전체 국회의원의 46.5%(81명)를 차지하는 초선 중 대중적 주목을 받는 의원은 별로 없다. 김남국·김용민 의원 등이 인지도가 높지만, 당내 주류인 친문재인·친조국 성향이라는 점에서 소장파로 보긴 어렵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언제 (변화의 바람이) 터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왜 이 전 최고위원 같은 신진 소장파 세력이 등장하지 못하는 걸까.

친이·친박 궤멸한 野, 친문 건재한 與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여야 내부의 권력 구도가 다르다. 국민의힘은 2016년 20대 총선 패배 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었다. 이후 대선(2017년)→지방선거(2018년)→21대 총선(2020년)에서 잇달아 패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거대 정당이 네 번 연속 진 건 처음이었다. 이 과정에서 친이명박·친박근혜계 양대 계파가 궤멸하며, 전체 의원의 56%(58명)를 차지하는 초선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

반면 민주당은 친문 세력의 ‘리더십’이 여전히 견고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노무현 정부 출신들이 계속 중용되는 등 세대 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민주당에선 초선들이 더욱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했다.

“소신 발언하면 찍힌다”… 與 ‘금태섭’ 트라우마

지난 20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장파 그룹인 '조금박해' 4인방.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0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장파 그룹인 '조금박해' 4인방. 한국일보 자료사진

당내 분위기도 민주당이 더 경직돼 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당에서 소신 목소리 냈다가 잘 된 전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처리 때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전 의원은 ‘문자 폭탄’에 시달리다 당의 징계를 받고 탈당했다. 최근 일부 초선 의원들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패배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꼽았다는 이유로 ‘초선 5적(敵)’이란 공격을 당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 이후 중도 정당으로의 변신을 꾀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태극기 부대’와의 절연에 성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비교적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요즘 국민의힘이다.

집권 여당의 무게감… “함부로 내뱉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의 운영위원장인 고영인(오른쪽)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의 운영위원장인 고영인(오른쪽)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권 여당의 '무게' 때문에 민주당 초선들이 언행을 조심하는 측면도 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야당은 문제 제기만 하면 되지만, 여당은 국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런 무게감 차이가 확실히 있다”고 했다. ‘열린우리당 트라우마’도 있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2004년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얻었을 때 초선은 108명으로 전체 71%를 차지했다. 이들은 각자 개혁 과제를 내세우며 강경한 주장을 펼쳐 당 지도부가 이를 통제하지 못하며 지지율이 폭락했다. '108번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이너스 파워'가 대단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말 잘못하면 당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자기검열을 많이 한다”고 했다.

송영길-與 초선 '밀월' 체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송영길 대표 체제가 시작된 후 민주당 초선 의원들도 점차 세력화를 시도하며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선 의원 81명 전원이 참여한 모임 ‘더민초’는 지난달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후보자 세 명 중 한 명 이상은 부적격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도부에 냈고, 결국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최근 더민초는 송 대표에게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석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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