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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매장 들어갈래요" 대기자 40명…보상소비, 백신 맞고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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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매장 들어갈래요" 대기자 40명…보상소비, 백신 맞고 '활활'

입력
2021.06.07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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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첫째 주 백화점 3사 매출 일제히 증가
백신 수급 확대 기대감이 소비로 분출
비쌀수록 잘 팔려…보복소비도 양극화

5일 경기 고양시 동산동 스타필드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대형 할인 행사장이 마련돼 있다. 고양=맹하경 기자

5일 경기 고양시 동산동 스타필드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대형 할인 행사장이 마련돼 있다. 고양=맹하경 기자

"대기 걸어두고 2시간 기다려야 합니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있는 보석 브랜드 티파니앤코 직원의 말에 30대 커플은 발길을 돌렸다. 앞선 대기자만 30명이 넘어서다. 백화점 내 명품 브랜드마다 대기표를 뽑는 행렬도 눈에 띄었다. 대표 명품 매장 구찌의 대기번호는 40번을 훌쩍 넘긴 상황이었다.

커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는 일도 쉽지 않았다. 미국 유명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대기자는 200명대를 찍고 있었고,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에도 식당들에는 기본 20팀씩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원 홍천군에서 100㎞ 넘게 달려 이 백화점까지 온 박모(31)씨는 "커피 마시려고 1시간을 기다렸다"며 "식당이고 매장이고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는 데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백화점과 아웃렛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잔여백신 접종 등으로 젊은 층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이 확대되면서 감염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줄어든 영향이다. 1년 반째 이어진 '코로나 시국'에 억눌렸던 소비 심리까지 폭발하면서 유통 현장은 이례적인 활황기를 맞고 있다.

5일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서울 푸드 코너에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소라 기자

5일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서울 푸드 코너에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소라 기자


무뎌진 코로나 경계심 보복소비로 폭발

백화점 3사 6월 1~4일 매출 상승폭. 김문중 기자

백화점 3사 6월 1~4일 매출 상승폭. 김문중 기자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6월은 선물 수요가 몰리는 5월 '가정의달'을 정점으로 매출이 꺾이는 비수기이지만 올해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6월 1~4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 매출은 모두 전년 동기보다 각각 18.6%, 20.3%, 56.2%씩 올랐다.

풀린 날씨에 교외형 아웃렛은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다. 스타필드 중 가장 규모가 큰 하남점의 5월 주말 하루 평균 방문객은 8만 명으로 작년(5만5,000명)보다 45%나 늘었다. 이달 증가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스타필드 고양점은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일반점포 3개를 합친 크기의 '1+1' 대규모 할인 행사장이 쇼핑객을 맞았고, 옷 매장 피팅룸과 계산대에 10여 명씩 줄지어 있는 상황이 계속 연출됐다. 경기 고양시 삼송동에 거주해 3살 딸을 데리고 매 주말 이곳을 찾는다는 김모(39)씨는 "올 때마다 사람이 더 많아져서 놀란다"며 "코로나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데다 백신도 풀리니까 경계심이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5일 경기 고양시 동산동 스타필드에서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고양=맹하경 기자

5일 경기 고양시 동산동 스타필드에서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고양=맹하경 기자


기왕 살 거 명품…업종별 '부익부 빈익빈'

쇼핑객들이 지갑을 여는 물건에는 억눌린 소비 심리 분출과 야외활동 욕구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현대백화점에서 매출 신장률이 높은 상품군(1~4일 기준)은 명품(56.8%)과 골프용품(90.1%)이다. 롯데백화점도 스포츠 상품군에서 골프용품만 매출이 증가, 신장률이 30%에 육박했다.

더현대서울에서 만난 4살 딸과 7살 아들을 둔 주부 나모(39)씨도 지난해엔 배달 음식 위주로 지출했지만 올해는 아이들 유치원 등원이 정상화되면서 의류 구매가 늘었다. 그는 "아이들 침구나 고급 디저트처럼 좀 비싼 것도 과감하게 구매한다"며 "그동안 집에만 있느라 많이 아꼈으니 이제는 이것저것 사면서 기분을 풀고 싶다"고 했다.

4월 소매업태별 판매 증감률. 김문중 기자

4월 소매업태별 판매 증감률. 김문중 기자

비쌀수록 잘 팔리는 현상은 K자형 양극화 곡선을 그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면세점과 백화점 판매는 51.6%, 30.6%씩 늘었지만 자영업 위주인 슈퍼마켓·잡화점은 8.9% 감소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상공인 업종은 대부분 신중하게 구입하는 물건이 아니라 일회성, 소모성 품목이 많다"며 "억눌렸던 걸 분출하려면 만족감과 효용성이 높아야 해 명품 등 고가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생필품은 싼 걸 사는 게 소비자 심리"라고 설명했다.

보상소비 양상은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은 수급 확대, 1차 접종 단계로 연말이 가까워지면 본격적인 면역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 안에 해외여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내수 중심 소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필수재보다는 밖으로 드러나는 제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제품은 고가를 구매하는 경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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