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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째로 쏟아진 건물… 깔린 버스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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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째로 쏟아진 건물… 깔린 버스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입력
2021.06.09 23:20
수정
2021.06.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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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재개발 구역 철거 작업 중 붕괴
"통째로 쏟아지듯 무너져" 현장 아수라장

9일 오후 광주 동구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되는 당시 블랙박스 영상. 독자 제공

9일 오후 광주 동구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되는 당시 블랙박스 영상. 독자 제공


“가림막이 쳐진 건물이 통째로 도로 앞으로 쏟아져 내리면서 한순간에 버스를 덮쳤다.”

9일 오후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재개발지역 건설 붕괴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은 눈앞에서 펼쳐진 장면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그는 “이후 폭격이라도 맞은 듯 뿌연 먼지가 솟아올랐고 곧바로 구조차, 포클레인이 오가는 등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떠올렸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또 다른 시민은 “건물이 무너져 내릴 당시 맞은편 버스정류장의 유리가 깨질 정도로 충격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가림막이 쳐져 있었지만, 콘크리트 건물이 무너지면서 아무런 방지 역할을 못 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은 “건물이 무너져도 어떻게 그렇게 한번에 무너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철거 과정에서 주요 부분을 잘못 건드린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사고 직후 현장 주변으로 몰린 시민들은 구조 작업 내내 발을 동동 굴렀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집채만 한 버스가 잔해에 완전히 깔려 보이지 않자 "정말 저 속에 버스가 있는 게 맞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현장 작업자들은 사고 직전 이상 징후를 느끼고 대피, 화를 면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안타까워했다. 한 작업자는 “굴착기 작업 중에 ‘뚝, 뚝’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 사실을 알고도 주변 통제를 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실제 작업자들은 위급상황을 감지, 서로 상황을 전파하며 황급히 현장을 빠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붕괴,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스1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붕괴,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스1

이날 붕괴된 5층짜리 상가는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지구 내에 몇 안 남은 건물이었다. 구도심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재개발사업지구로 지정된 학동4구역엔 12만6,400㎡ 면적에 29층 아파트 19개동, 2314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2007년 9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뒤 2017년 2월 사업 시행 인가를 받았다. 이후 2018년 2월 현대산업개발이 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사업을 수주한 이후 지난해 7월 석면 제거 등 철거공사가 본격화됐다. 현재 공정률은 90%대다.

지난달 말 현재 광주지역 주택재개발·재건축 사업지구는 모두 46곳으로, 이 중 33곳이 재개발, 13곳은 재건축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9곳에 이른다. 지역주택조합을 통해 아파트 건설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북구 9곳, 동구 6곳, 남구 4곳, 서구 2곳, 광산구 2곳 등 모두 23곳에 달한다.

사고 원인이 규명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다만, 건물이 철거작업 중 붕괴된 점으로 미뤄 철거 방식과 사고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10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벌여 원인 규명을 시작할 것”이라며 “작업 중 안전 수칙 등 관련 규정 준수 여부와 업무상 과실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광주= 원다라 기자
광주=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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