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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붕괴 4시간여 전 철거 현장 사진 보니… "무너질 게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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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건물 붕괴 4시간여 전 철거 현장 사진 보니… "무너질 게 무너졌다"

입력
2021.06.10 10:37
수정
2021.06.11 18: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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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뒤쪽 벽면 뜯겨 나간 채 절단작업
평소보다 많은 물 뿌려져 붕괴 가능성도
전문가 "안전불감… 말도 안 되는 방식"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이 붕괴하기 4시간여 전인 9일 오전 11시 37분쯤 철거 공사 현장 모습. 건물 측면 상당 부분이 절단돼 나간 상태에서 굴삭기가 성토체 위에서 위태롭게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제공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이 붕괴하기 4시간여 전인 9일 오전 11시 37분쯤 철거 공사 현장 모습. 건물 측면 상당 부분이 절단돼 나간 상태에서 굴삭기가 성토체 위에서 위태롭게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제공

"어떻게 이런 위험천만한 방법으로 건물 해체 공사를 했던 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됩니다."

9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지하 1층, 지상 5층) 붕괴는 막무가내식 해체 공사 때문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한국일보가 10일 입수한 사고 발생 4시간여 전 해체공사 기록 사진을 본 광주의 한 철거업체 대표 A(56)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사진을 보면 철거 건물 뒤쪽에 성토체(盛土體)를 조성한 뒤 굴삭기를 동원해 건물 측면부터 까나가기(해체)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몹시 위험천만한 작업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9일 오전 11시 37분쯤 촬영된 이 사진을 보면 성토체가 건물 3층 정도 높이로 조성돼 있고 그 위에서 굴삭기가 압쇄기로 건물을 절단하고 있는데, 건물 측면부가 거의 뜯겨져 나간 상태다. A씨는 "건물 옆면을 제거한 탓에 옥상 등 상층부 슬래브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사진상으로는 건물 하중을 버텨주는 기둥도 보이지 않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해체작업 중 건물 붕괴를 막을 보루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지상 건축물 해체는 옥탑, 슬래브, 작은보, 큰보, 비내력벽, 내력벽, 기둥 순으로 해체하는 게 상식"이라며 "지상 5층 규모의 건물이라면 구조안정성 확보를 위해 층별로 잭 서포트(지지대)를 설치하고 최상층에 굴삭기를 동원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해체하는 게 안전한 해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건물 철거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 제거를 위해 지속적으로 뿌려진 물로 인해 성토체 지반이 약화해 건물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 건물을 도로 방향으로 쓰러뜨렸을 가능성도 나온다. 비슷한 규모의 건물 철거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이 뿌려지는 바람에 무게와 압력을 이기지 못한 건물이 붕괴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진상으로도 굴삭기가 건물 안쪽으로 꽤 많이 들어간 모습이 포착됐다. 붕괴(오후 4시 22분쯤) 직전 철거 작업자들이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공사 현장에서 빠져나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동구 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은 "사고 당시 성토체 위에 있던 굴삭기는 추락하지 않았고, 굴삭기 기사는 현장에서 붕괴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처럼 날림 공사가 이뤄진 데는 공사 현장의 납품구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재개발·재건축 같은 대규모 공사현장의 경우 원청과 하청, 재하청, 재재하청이 이뤄지다 보니 공사 단가를 맞추려면 날림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이번 사고 현장의 경우 재재하청은 없다"고 말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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