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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관람' 열기에 매진, 매진... 대중문화계 코로나19 악몽 벗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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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관람' 열기에 매진, 매진... 대중문화계 코로나19 악몽 벗어나나

입력
2021.06.14 18:17
수정
2021.06.14 19: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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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카고'. 신시컴퍼니 제공

# 지난달 27일 A씨는 PC방에서 오후 2시가 되기만을 기다리며 컴퓨터 화면을 노려봤다. A씨가 굳이 PC방까지 온 이유는 아파트나 주식 공모주 청약을 하려는 것도, 대학 수강신청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이날 오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 도영(NCT)이 출연하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공연 티케팅이 시작돼서다. 도영이 출연하는 2개 회차는 불과 티켓 오픈 30초 만에 전석 매진됐다. A씨는 가까스로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13만 원(R석)이나 되는 거금을 썼지만 아깝지 않았다. A씨는 "대리 티케팅 업체에 웃돈을 주고 표를 사는 사람도 많은데 스스로 성공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 대중음악 공연기획사 MPMG는 모처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내에서 거의 2년 만에 열리는 야외 음악 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가 보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기획사는 지난해 몇 차례 야외 페스티벌을 열려다 방역에 가로막혀 취소한 바 있다. 이번 행사는 온라인 관람이 가능한 데도 예매 첫날 모든 티켓이 매진됐을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방역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내 공연 최초로 10분 안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키트도 도입하기로 했다. MPMG 관계자는 “이번 공연을 무사히 치르고 나면 다른 야외 음악 축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공연업계 내에서도 관심이 많은 만큼 안전한 공연 개최를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톱스타 출연 뮤지컬 공연은 매진 행렬 이어져

코로나19로 꽁꽁 얼어붙었던 대중문화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가장 먼저 시동을 건 분야는 뮤지컬이다. 뮤지컬 시장은 지난 2월 정부의 공연장 내 방역지침 완화로 전체 좌석의 최대 70%까지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4월 개막한 뮤지컬 '시카고'는 70회 이상의 공연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고, 출연진의 코로나19 확진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 지난달 문을 연 '드라큘라'도 대부분 회차가 매진된 상태다.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회차는 표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일 정도다. 팬데믹으로 극장이 폐쇄되면서 오랜 기간 공연에 굶주린 이들의 '보복관람'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 공연계 관계자는 "극장 내 코로나19 전파 사례가 전무한 덕분에 '공연을 봐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활성화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열린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콘서트' 현장. 쇼플레이 제공

지난해 8월 열린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콘서트' 현장. 쇼플레이 제공

20대의 뮤지컬 관람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도 확인된다. 뮤지컬 '위키드'의 경우 8년 전 36%대였던 20대 관객 비중이 올해 서울 공연에서는 50%로 늘었고, '시카고'도 20대 비중이 올해 57%를 기록, 3년 전보다 24%포인트가량 늘었다. 공연마케팅회사 클립서비스의 노민지 PR전략팀장은 "코로나19로 여행이나 콘서트 등 다른 종류의 여가를 즐기던 20대가 공연계 관객으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숨통 트인 대중음악 공연, 영화관도 관객맞이에 분주

대중음악계도 뒤늦게 시동이 걸리고 있다. 그간 ‘모임 및 행사’로 분류돼 인원 수가 100인 미만으로 제한돼 있던 대중음악 공연이 최대 4,000명까지 모을 수 있게 되면서 대형 공연장들은 관객 맞을 채비에 분주하다. 인기 가수들의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거나 일부 좌석만 남겨놓은 상태다. 지난해 11월 부산 공연을 끝으로 전국 투어를 중단해야 했던 이문세는 7개월 만에 공연을 재개해 이달 창원과 대구 공연을 마쳤고 전주 춘천 부산 등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대중음악 공연장 입장제한이 100명 미만에서 최대 4000명으로 대폭 확대된 14일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대중음악 공연장 입장제한이 100명 미만에서 최대 4000명으로 대폭 확대된 14일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트로트 열풍을 이끌었던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내일은 미스트롯2’ 출연진들도 오랜만에 대형 무대에 오른다. 5회 공연이 모두 매진된 18~20일 ‘미스터트롯’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서울 광주 수원 부산 등에서 공연한다. JTBC ‘싱어게인’도 이달부터 연말까지 광주, 서울, 수원, 고양, 부산 등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대중음악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대형 공연장들은 일찌감치 하반기 대관이 끝나 4,000명을 수용할 공연장을 찾기가 어렵다”며 “백신 접종자 수가 늘고 1일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 대중음악 공연업계는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침체에 빠져 있던 극장가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19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대작들의 활약 속에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한 달간 전국 영화관 관객수는 256만 명에 그쳤는데 5월에는 438만 명으로 크게 늘었고 이달은 13일까지 206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 1월 1만 명대로 곤두박질쳤던 평일 하루 관객수는 이달 들어선 8만 명 안팎으로 크게 늘었다.

영화 '모가디슈'가 올여름 관객들을 만난다. '모가디슈' 포스터

영화 '모가디슈'가 올여름 관객들을 만난다. '모가디슈' 포스터

여름 성수기를 맞아 국내외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속속 관객 맞이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극장가 흥행 보증수표인 마블 스튜디오의 액션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는 7월 7일 개봉을 확정했고, 국내 대작 영화 중에선 처음으로 김윤석 조인성 주연의 ‘모가디슈’(감독 류승완)가 여름 개봉을 결정했다.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의 조성진 전략지원담당은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영화관에 가는 것에 대한 관객들의 두려움이 낮아지고 있고 영화 배급사들도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관객이 모인다는 걸 인지하는 듯하다”면서 “극장가 극성수기인 7월 중순부터 8월 말에 대작영화들이 몇 편 더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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