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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의 무비시크릿] 당신의 연애, '새콤달콤'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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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의 무비시크릿] 당신의 연애, '새콤달콤'한가요?

입력
2021.06.1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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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용(왼쪽)과 채수빈. '새콤달콤' 스틸컷

장기용(왼쪽)과 채수빈. '새콤달콤' 스틸컷

"택시 하나 떠나면 기다릴 수 있지만 사람 하나 버리면 더는 없어."

넷플릭스 영화 '새콤달콤' 속 인상적인 대사다. 평범한 듯 하지만 가슴 깊숙한 곳까지 뚫고 들어와 따끔한 자극을 준다. 경비원(혹은 큐피드)으로 등장한 배우 이경영이 현장에서 직접 만든 대사이기도 하다. 1960년생인 그가 '인생 선배'로서 젊은 관객들에게 해주는 따스한 조언으로도 들린다. 사람 그리고 연인은 필요시 잠깐 쓰고 버릴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우리의 고민도 깊어지는 것이다.

'새콤달콤'이 뻔한 연애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관객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었던 건, 아등바등 살아가는 청춘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즘, 뜬구름 잡는 로맨스는 몰입도를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 이계벽 감독이 캐릭터들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점이 주효했다.

장기용(오른쪽)과 채수빈. '새콤달콤' 스틸컷

장기용(오른쪽)과 채수빈. '새콤달콤' 스틸컷

치열하게 사랑하고 싸우고 찢어지고, 그런 연인들의 모습 뒤엔 일터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이 있다. 간호사로 일하며 늘 수면이 부족한 여주인공과 정규직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비정규직 남주인공의 모습이 이해 가능한 범위에서 그려진다.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어" 류의 대화는 실제 연인들에게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홧김에 다른 사람을 만나 흔들리고 헤어지지만 '구관이 명관'이라며 땅을 치고 후회하기도 한다.

이계벽 감독은 '사랑하기 힘든 시대' '사회 생활을 하느라 연애를 하기 힘든 상황' 등을 고려해 주인공들의 직업을 설정했다. 실제로 많은 청춘이 연애나 결혼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시대다. 그럼에도 영화는 비극적이지만은 않다. '연애는 사치'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기보단 '각박한 현실에 위안을 주는 사랑'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새기는 듯하다.

'야수와 미녀' '럭키' 등을 연출한 이 감독은 코미디에 특화된 감독으로 꼽힌다. 사람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과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 잔잔한 유머 코드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강타한다.

정수정(왼쪽)과 장기용. '새콤달콤' 스틸컷

정수정(왼쪽)과 장기용. '새콤달콤' 스틸컷

작품이 호평을 이끄는 데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한 몫했다. 감독은 배우들과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눴고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고민을 이어갔던 장기용 채수빈 정수정 덕분에 지극히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가 탄생한 셈이다. 영화 속 반전의 주인공 이우제 역시 비장의 무기로 꼽힌다.

'새콤달콤'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지점은 또 있다. 20대의 연애가 눈이 시릴 정도로 새콤달콤하다면 30대의 연애는 다소 밍밍한 게 현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생각해 양념과 조미료를 덜어내고 담백한 맛을 추구하는 것처럼, 연애도 그렇다. '이미 아는 맛'인 단짠 연애에 중독되는 이들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줄어든다. 견고히 쌓아올린 나만의 성에 조화롭게 안착할 수 있는 상대를 찾기 때문에 연애의 시작도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하지만 조금 피곤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따르더라도, 새콤하고 달콤한 연애의 매력은 분명히 있다는 걸 이 작품은 알려준다. 팍팍한 우리네 삶에도 사랑이 끼어든다면 조금은 촉촉해질 수 있지 않을까.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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